‘홍범도 흉상’도 치우려는 尹정부…홍준표·유승민 “이념과잉”
홍준표 “독립영웅까지 퇴출시키는 건 오버”…유승민 “친일매국만 눈감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정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비판한 것에 정부도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다만 이를 두고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극단적 이념주의"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홍범도 장군) 흉상이 배치된 장소 자체가 잘못됐다"며 "육사 교내 흉상과 국방부 청사 앞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다 같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흉상 이전 배경에 대해 "정훈 교육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관, 역사관, 안보관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가능하면 육군 또는 육사의 창설, 군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흉상으로) 하는 방향이 좋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현재 육사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있다. 이중 국방부가 거론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은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 장군을 지칭한다. 홍 장군이 독립운동 과정에서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던 전적이 있는 만큼, 흉상을 국방부 등에 설치해온 것이 부적절하단 것이다.
다만 국방부의 이 같은 방침에 여권 내에서도 SNS를 통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7일 "(홍범도 장군이)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이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 참 할 일도 없다"며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하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 작고해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 친일매국에 대해서는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 이력까지 끄집어내 매도한다면 이념편향이고 이념과잉"이라고 비난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그렇게(흉상 철거)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처음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며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지워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야권에선 해당 사안과 관련해 일치감치 정부에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이제는 독립영웅들에게도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워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것이냐"며 "윤석열 정부의 저열한 역사 인식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반민족적 폭거"라고 직격했다.
광복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광복군 기념사업회 관계자들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독립전쟁의 역사를 지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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