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키우고 쪼개는 ‘개딸’…민심과는 멀어졌다[이재명 1년]

구민주 기자 2023. 8. 2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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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제’ 이후 당원 급증…李, ‘위기’에도 ‘추락’하지 않는 이유
강성 팬덤 커질수록 당은 분열…비명, 李‧개딸 동반 퇴출 요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 에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

1년 전 당의 수장에 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회가 될 때마다 '당원 중심'을 외쳐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 말은 줄곧 당내 갈등의 씨앗이 돼 왔다. 당원들의 힘을 더 기르려는 친(親)이재명계와 강성 팬덤에 휘둘릴까 우려하는 비(非)이재명계가 번번이 충돌했다. 이들이 부딪칠수록 팬덤은 더 단단히 뭉쳐 이 대표를 엄호했다. 그 결과는 '분당'이 거론될 만큼의 심각한 당 내분과 민심과의 괴리였다. '이재명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결집한 '개혁의 딸', '개딸'은 그렇게 민주당을 쪼개고 여의도에 가둔 '계륵의 딸'이 되었다.

개딸은 당초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에게도 고마운 존재였다.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의 세를 키워준 주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6월 말 기준 245만4332명) 가운데 약 절반인 47.2%가 대선 전후 입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패배한 정당에 입당 러시가 발생하고 패배한 후보의 팬덤이 커지는 건 정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이었다.

하지만 대선에 이어 지난해 6‧1 지방선거까지 패배하고, 동시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팬덤을 바라보는 당내 시각은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개딸들은 정부와 검찰의 '야당 탄압'이란 프레임을 앞세워 '반성과 사과'라는 흐름을 당에서 밀어내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연패에 대한 이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그 때마다 개딸은 이 대표를 적극 엄호하며 비명계의 목소리를 '내부총질'로 규정했다.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3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수박의원 규탄 집회에서 수박풍선을 터트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성적 논쟁을 감정적 갈등으로 키운 '수박 논쟁'

더 큰 문제는 개딸의 행동에 당내 강성 친명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올라타면서부터 시작됐다. 개딸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브), '처럼회' 등 강성 의원들이 당내 주요 의제로 끌어올리고(토스), 이 대표가 두둔하거나 집행하는 모습들이(스파이크) 반복적으로 연출됐다. 꼼수 탈당부터 '검수완박' 법안 처리, 당헌 80조 개정 등이 이렇게 이뤄졌다.

팬덤에 휘둘린다는 당내 우려에도 이 대표와 친명계는 개딸들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일례로 이 대표는 '의원 욕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오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꼽아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당장 "강성 지지자들을 이용하려는 얄팍한 행태"라는 반발이 쏟아졌지만 친명계는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며 맞섰다. 최근 민주당 혁신위가 던진 '대의원제 축소' 또한 이러한 논리의 결과물이다.

팬덤 정치에 대한 이성적 논쟁이 멈추고 감정적 갈등으로 치닫게 된 건 개딸들의 '표적 공격'이 거세지면서였다. 이들은 다른 의견을 내는 정치인들을 향해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멸칭인 '수박'으로 규정했다. 문자폭탄은 기본, 수박을 바닥에 내리치는 '퍼포먼스'도 일삼았다. 개딸들은 이 대표를 향해 연일 날을 세워 온 이원욱 의원의 지역 사무실과 자택을 찾아 차량 집회를 벌이거나, 설훈‧윤영찬 의원 등을 찾아가 욕설을 쏟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 분열이 가속화하자 이 대표는 올해 초 개딸을 향해 몇 차례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 "집 안에 폭탄을 던지는 격이다" 라며 당내 의원들을 향한 도를 넘는 비난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천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이 대표는 커지는 사법리스크 속 또 다시 개딸을 찾았다.

"이대로면 총선 필패"…"개딸이 정말 문제일까"

이 대표의 취임 후 1년을 꽉 채운 '팬덤 공방'이 내년 총선에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명계는 팬덤 정치의 청산은 물론 이 대표의 사퇴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물러나야 분당을 막을 수 있다"(이상민 의원), "이재명 체제로는 총선 필패"(김종민 의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문제가 정말 개딸들의 '팬덤' 때문이냐는 질문도 나온다. 이 대표가 물러나고 개딸의 영향력을 줄이면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다시 민심을 얻을 수 있냐는 질문이다. 한 민주당 소속 보좌관은 "개딸 뒤에 숨은 친명계, 그런 이들을 전부 몰아내자는 비명계 모두 민주당을 정말 총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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