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민 조각가 "감정 집약된 '물의 움직임' 작품에 담았어요"
[파이낸셜뉴스] "어느 순간 떠오르는 감정들을 문자로 집약시켜 그것을 물 속으로 떨어뜨려 보는 상황을 재현, 공간과 연결되는 '물의 움직임'을 이미지화하고 이를 통한 유기적인 형태를 조형화하기 위해 고심해 왔습니다. 이 모든 사고의 파편들을 '이음(Connection)'으로 연결하고 축적해 조형하는 것이 작업과정이고, 주제와도 연결이 된다고 할 수 있어요. 스테인레스 판을 절단하고 한 조각 한 조각 용접으로 이어가는 과정과 센딩 작업은 지난하고 고된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여기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의 변화, 교차까지도 작품에 담고 있어요."
일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경민 조각가는 28일 'First-Class 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줬다.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 예술대학 조소학과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도쿄 다마미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경민 조각가는 전세계 작가들을 상대로 한 조각 공모전에서 수상을 휩쓴 '실력파 초대작가'로 통한다.
일본 도쿄 쿠니타치시 시청과 대학거리, 야마구치현 우베시, 카가와현 쇼도시마 토노쇼코 항구, 기후현 카가미가하라시, 시이타마현 카와고에시에 가면 '시각적인 물의 소리'를 스테인레스 재질로 표현한 그의 조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곳의 김 조각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테마여행을 떠나는 메니아층까지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김경민 조각가는 차가운 스테인레스 재질에 마음의 파동을 담아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조각가는 "'시각적 물의 소리'는 각자의 마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적 파동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눈으로 보며 생각하는 상상 속의 음률"이라며 "대중들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소리를 느끼며 소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재료적 측면에서 물의 움직임이 각자의 모습이 비치는 미러로 표현된 이유도 이러한 바람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김 조각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하나의 덩어리가 볼록과 오목으로 나뉘고, 물이 흐르는 듯한 형태가 두 덩어리를 이어주는 형태로 자주 드러난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은 모든 사물이 본성은 본래 하나에서 출발하며, 나눠진 각각의 형태가 또 다시 하나로 만나게 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대 조소학과에 입학하면서 쇠를 그라인딩할 때 튀어오르는 굉장히 화려한 불꽃에 매료돼 석조각, 소조(흙), 목조각 가운데서도 철조 조각을 선택하게 됐다는 김 조각가는 "기법보다 동물의 형상을 주제로 자연의 현상과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을 갖고 형상과 연계성에 초점을 두고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나 이후 재료적인 물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스테인레스 재질로 내면의 소리를 표현할 수 없을까 하고 고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연적인 현상보다 좀더 깊이있게 인간 내면의 소리와 '이음(연결성)'이라는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이것이 발전되면서 모든 사물이 각자의 '울림'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명성을 얻고 있는 김 조각가는 2017년 '우베 국제비엔날레' 대상 수상을 비롯해 나가노시 야외 조각상, 코에도 카와고에 트리엔날레 대상, 오이타 아시아 조각전, 도쿄 쿠니타치 아트 비엔날레 시민상 수상 등을 휩쓸었다. 우베 국제비엔날레에는 세계 29개국 작가들이 출품한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앞서 한국에서도 부산 미술대전 우수상 수상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김 조각가는 지난 1998년 부산에 있는 갤러리 스페이스 월드(Space world), 2000년 갤러리 messa 전시와 2020년 일본 도쿄 가든 테라스 키오이쵸 초대전, 지난해 카나가와현 히라츠카미술관 기획초대전, 도쿄 IRIYA 갤러리초대전까지 지난 20여년 동안 수많은 기획·초대개인전을 열어오며 주목받고 있다.
여류 작가로 대작을 완성하는데까지 6개월 이상 몰두, 무거운 재료를 다루는 일까지 직접 하고 있다는 김 조각가는 일본과 함께 한국에서의 작품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스테인레스에 이어 티타늄 재질을 사용한 소품 제작이라는 '또 다른 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조각가는 "너무 유행에 따라가기 보다 자기의 고집이 묻어나는 세계를 고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펼치는 활동에도 일본에서 일구어왔던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을 첫걸음으로 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세계를 고수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피력했다.
이어 "본격적인 한국진출 선언 이후 현재 굴지의 기업 등에서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의향을 전해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활발한 작품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격려와 위로를 받고 힘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는 조각공원을 한국에 만들어야겠다는 개인적인 꿈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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