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전면전' 염두 뒀나…미 전투용 AI 드론 개발에 논란 예고

유영규 기자 2023. 8. 28. 12: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XQ-58A '발키리'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신냉전'으로 비화할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 공군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전투용 드론(무인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타이완을 둘러싸고 중국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소수의 최첨단 유인 전투기에 의존하는 기존 전략으로는 심각한 손실을 볼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인명 살상에 AI를 활용할 경우 예상 못 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미국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서는 미 공군 차세대 드론 프로토타입인 XQ-58A '발키리'의 시험 비행이 진행됐습니다.

크라토스 방위안보 술루션스가 개발한 이 무기는 로켓 엔진을 점화해 이륙한 뒤 가시거리 바깥(BVR)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거의 4천㎞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AI가 자체적으로 주변 위협 요소를 식별·평가한 뒤 인간의 승인이 떨어지면 공격을 감행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입니다.

XQ-58A와 연동된 F-15 전투기에 탑승한 채 시험비행을 진행한 미 공군 테스트파일럿 로스 엘더 소령은 "매우 이상한 느낌이었다"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뭔가의 날개에 타고 날고 있는데, 그건 사람의 두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군 연구소를 통해 이미 수년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AI 드론과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으며, 미 의회가 승인하면 향후 5년간 관련 무기 조달에 58억 달러(약 7조 6천억 원)의 예산을 할당할 계획입니다.

보잉의 AI 드론 MQ-28


이에 XQ-58A 개발사인 크라토스는 물론, 제너럴 아토믹스, 보잉, 실드AI, 안두릴 등 여러 기업이 차세대 드론과 이에 탑재될 AI 프로그램 선정을 두고 경쟁 중이라고 NYT는 전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태평양 진출을 시도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해안선과 남중국해 곳곳 인공섬에 수천 발의 대함·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전투기와 무기체계로는 제공권 장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현재 미 공군 주력인 F-35 스텔스 전투기는 대당 8천만 달러(약 1천50억 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입니다.

그런 까닭에 미 공군은 사상 최소 규모로 보유기 대수가 줄었는데, 값싸게 다수를 운용 가능한 AI 전투 드론을 도입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약점인 '물량'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미 국방부의 입장입니다.

미 공군은 협동전투기(CCA)로 불리는 이 사업으로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 1천∼2천 대를 대당 300만 달러(약 40억 원)에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까지 해당 사업에 관여했던 스콧 조브 미 공군 소장은 이처럼 다수의 드론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적은 인원으로도 전투공간에 물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AI가 탑재된 무인 전술항공기 비스타(VISTA) X-62A


유인 전투기에 앞서 적 영공에 진입해 위험 요소를 탐지하거나, 격추될 위험이 높은 지대공 미사일 제거 작전을 대신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미군은 1회 용에 가까운 이런 드론 외에도, 인간 비행사가 모는 편대장기를 AI 전투기가 호위하도록 하는 'AI 윙맨'(wingman) 계획도 추진 중입니다.

이런 전투기의 조달 비용은 대당 2천500만 달러(약 330억 원)로 추산되며 실제로 기능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때까지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각계에선 인명 살상용 AI 개발에 뒤따르는 윤리적 문제는 물론, 예상치 못한 오류 등으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마리 웨어럼 국장은 "사람 대신 컴퓨터 센서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도록 허락하고, 기계에 살인을 아웃소싱(외주)하는 건 윤리적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최근 AI가 치명적 무력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수정하면서도 AI가 탑재된 무기를 개발하거나 배치하려면 특별 군사 패널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했습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AI 전투기가 인간의 명확한 허락 없이도 인명 살상이 수반되는 폭격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피하면서도 "(미 공군 드론은) 지휘관과 운영자가 무력 사용과 관련해 적절한 수준의 인간의 판단을 행사하도록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사진=크라토스 방위안보 솔루션스 홈페이지 캡처, 보잉 엑스 계정 캡처, 록히드마틴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