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제한 생기면 늦으리”…50년만기 대출 이달에만 2조원 ‘껑충’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8. 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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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급증에 금융당국 긴급점검
50년만기 중단·연령제한 조치
DSR 산정방식 변경 가능성도
서울 한 은행의 부동산 대출 관련 창구 모습 [이충우 기자]
이달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최근 출시된 50년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2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다른 만기 상품 위주로 이뤄지는 대출 상환에서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000억원 불었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을 상대로 긴급 가계대출 현황 점검에 착수했다. 오는 9월 하순까지 현장에서 직접 대출 규제나 심사 등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5대 은행들도 스스로 50년 만기 상품에 연령 제한을 두거나 아예 팔지 않기 시작했다. 초장기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 변경 가능성도 거론된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4일 현재 679조4612억원으로, 7월 말(679조2208억원) 대비 이달 들어 2403억원 또 증가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4840억원(512조8875억원→513조3716억원) 급증했다.

‘50년 주담대’ 손질 예고에…“막히기 전에 받자”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했다.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일 현재 2조8867억원으로 7월 말(8657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2조210억원이나 불었다.

50년 만기 초장기 상품에 대한 ‘연령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13일 이후에만 1조1000억원 가까이(1조872억원) 늘었다. ‘막히기 전에 대출받자’는 불안 심리가 영향을 준 탓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처음 출시한 뒤 5대 은행도 지난달부터 줄줄이 선보였다.

통상 만기가 길어지면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난다. 그러나 당장 대출이 필요한 입장에서는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피해 전체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한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결국 감독 당국이 은행들을 상대로 ‘가계대출 취급실태 종합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5대 은행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금감원은 3명의 감사인원(은행감독국 2명·은행검사국 1명)을 각 은행에 파견해 ▲ 대출 규제 준수 여부 ▲ 담보 가치 평가·소득 심사 등 여신심사 적정성 ▲ 가계대출 영업전략·관리체계 ▲ 고정금리·분할 상환 방식 등 질적 구조 개선 관리 현황 ▲ 가계대출 관련 IT(정보기술)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지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문상 점검은 하나은행(이달 24∼29일)을 시작으로 다음 달에는 KB국민은행(4∼7일), 우리은행 (11∼14일), 신한은행(18∼21일), NH농협(19∼22일) 순으로 나흘씩 진행된다.

이후로는 10월께까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인터넷은행 등에 대한 점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 현장 점검 자체로 은행들에 가계대출을 자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50년만기 팔아도 되나’ 고심
은행연합회를 통한 가계대출 자율 규제 논의나 당국의 관련 지침 등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개별 은행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 직접적으로 50년 만기 판매를 멈춰야 하는지, 연령제한을 둬야 하는지 문의했는데, 당국 관계자는 ‘아직 그럴 필요는 없고, 기다려보라’고만 답했다”며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현행 기준대로 50년 만기 상품을 판매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하거나 자체 연령 제한에 들어갔다.

앞서 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대출자에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고 있고, 대구은행도 이달 중 같은 기준의 연령 제한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역시 25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이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2조원 한도 소진’을 이유로 이달 31일까지만 50년 만기 상품을 팔기로 결정했고, 경남은행도 28일부터 같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취급 중지 및 연령 제한에 더해 업계에서는 당국이 50년 만기와 같은 초장기 대출상품의 DSR 산출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만기는 50년을 유지하지만, DSR을 산출할 때 만기를 30년이나 40년으로 간주해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방법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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