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민해방군" 中국유기업이 만든 그늘…실적 확 꺾였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 8. 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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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유기업 이익이 민간기업에 비해 큰 폭으로 꺾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유기업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안전망'인 중국 시장의 우려가 다시 한 번 깊어진다. 시진핑 행정부의 경제전략 부재,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화 등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흘러나온다. 인민이 중국 정부의 회복 가능성 주장에 대해 '근거'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시노펙./사진=머니투데이DB
中 국유기업 이익 1년새 급감…'+8%'에서 '-20.3%'로
28일 중국 국가통계국 등에 따르면 주말 간 나온 중국 공업이익통계에서 기업 이익 누적액은 3조9440억위안(약 71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줄었다.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며 GDP(국내총생산) 대부분을 생산이 책임지는 중국으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와 엮여 중국 경제에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중국 내에선 이중 국유·국영기업(이하 국유기업)의 이익 흐름에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유기업은 지난 1~7월 누적 1조3806억위안(약 250조원)의 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3% 줄었다. 1년 전인 2022년 1~7월 국유기업 누적 이익은 전년 대비 8% 늘어난 1조7400억위안이었다. 1년 새 국유기업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성장세도 크게 꺾였다.

민간기업, 해외투자기업 실적 흐름과는 간극이 크다. 같은 기간 중국 민간기업 영업이익은 1조227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 국유기업 이익이 민간기업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더 떨어졌다. 외자기업 및 홍콩·마카오·대만 투자기업 누적 이익은 9356억위안으로 12.4% 줄었는데, 역시 국유기업 이익 감소폭과는 차이가 크다.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랐다. 지난해 1~6월 중국 공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는데, 당시 국유기업 이익은 8% 늘었었다. 반면 해외투자 기업은 14.%, 민간기업은 7.1%씩 각각 이익이 줄었다. 국유기업이 든든하게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해석이 나온지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국유기업 이익 감소, 왜 中 경제 빨간불인가
중국 CNOOC(중국해양석유총공사) 해양 원유시추저장설비 설치장면./사진=홈페이지 캡쳐.
중국 사회의 가장 큰 불안요소로 지적받는 게 바로 사회안전망 부재다. 이 가운데 중국공산당이 '경제안전망'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바로 국유기업이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시진핑 행정부는 시중 국유은행 및 국유기업 자산과 유동성을 통해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믿을 구석이 국유기업이라는 거다.

국가주도 경제구조상 중국은 국유기업의 자산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다. 이 관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에서 경제 영역의 국유기업 역할은 국방의 인민해방군의 역할과 같다"고 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유기업 실적 부진이 중국 내에선 불안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국유기업이 민간기업 역할을 대체하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 확대 민영 축소) 흐름은 시 주석 집권 2기였던 2021년부터 두드러졌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중국 3대 국영정유사 실적이 약진했다. 그 해 상반기 중국 국영기업 이익은 80% 이상 늘었는데, 민영기업 이익이 30% 안팎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당시 민영기업은 GDP의 60%, 세수의 60% 이상을 차지한 중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이런 민영기업의 지위를 국유기업이 대체할거라는 분석이 관영언론을 통해 연일 흘러나왔다.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경제정책의 무게 추가 급격하게 국유기업으로 쏠렸다.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민영기업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민영기업에 대한 세금환급과 정산 혜택이 줄었다. 신용등급 변동폭이 큰 민영기업에 대한 대출 조건이 강화됐다. 중국 정부의 그림자금융 단속과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이 겹치며 민영기업의 자금조달 문턱은 갈수록 높아졌다. 민영기업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게 이 이후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장기물가하락에 따른 침체)에 들어가면서 국유기업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간 간극이 점차 커지는데, 대부분 소비재를 파는 민영기업은 원자재 값이 비싸져도 소비자물가가 낮으니 물건값을 올리기 어렵다. 가스나 석유처럼 '올리면 올리나보다'하는 품목을 다루는 국유기업이 버텨줘야 한다. 그런 국유기업 실적이 꺾인다.

경제해법 내놔라…시진핑 겨냥하는 중화권 언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뉴스1
국유기업 실적 부진 발표 직후 중국 내 여론에 변화의 조짐이 포착된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기획연재를 통해 "3연임을 주장하던 시진핑 주석은 '위험한 폭풍'을 헤쳐나가겠다고 다짐했지만, 연임 5개월이 넘은 지금 중국은 더 깊은 미지의 바다에 빠져있다"며 이례적으로 시 주석을 직격했다.

SCMP는 이어 "중국이 무역과 기술,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전면적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들이 (중국을) 공급망 내 리스크 요소로 여기게 했다"며 "이들이 중국의 수출력과 기술력 강화를 더 경계하고 방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버텨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경제해법 마련에 대한 의구심도 읽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26일 서방언론의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묘사에 강하게 반박하는 사설을 냈는데, 중국 경제의 회복력과 발전잠재력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이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중국 경제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인 사례로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가 1000명 당 220대인 데 비해 미국은 약 800대, 일본은 약 600대"라고 언급했다. 현재의 결핍을 미래성장의 근거로 든 셈인데 논리가 약하다. 중국 내에서는 환구시보 사설이 외려 중국 정부 경제회복론의 근거 부족 '밈'으로 쓰일 분위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회의적 여론도 읽힌다. SCMP는 베이징의 한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을 익명 인용해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회복력을 보여왔다"며 "중국과 미국이 경제패권을 놓고 싸우고 있지만 (중국이 계획대로) 2030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옥스포드대 중국센터 경제학자 조지 매그너스는 "중국처럼 시민들이 '누가, 얼마나 오래 통치할지'를 결정할 수 없는 나라에선 경제적 기대감이 사회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정부에 거시경제 관리와 정치 거버넌스 개혁 실행 능력·의지가 없다면 국제관계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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