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서구식 소비주도 성장 반대', 중국경제 회복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 반대 성향이 중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진단했다.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 개혁개방 이후 가장 '좌편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시 주석이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가계 현금 지원 등의 소비 중심 성장 부양 정책을 기피하면서 중국 경제에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미국 등은 각종 소비 지원책과 복지 정책으로 경기 침체의 터널을 벗어났으나, 중국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미국처럼 소비자 주도 경제로 전환을 가속하면 성장이 지속 가능해 보이는데도, 시 주석은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에 대해 뿌리 깊은 철학적 반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위험 신호가 분명해졌지만 시 주석은 이전보다 더 중앙 집중화한 통제 정책으로 서구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고, 이런 추세가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된 이후 중국 내에선 행정부 격인 국무원의 역할과 권한은 줄어들고 공산당 지배력은 커지는 등 좌편향이 강화돼 왔다.
특히 부동산 '공룡'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속에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중국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부동산·금융 가능성을 가리키는데도 중국 당국은 공산당 이념의 깃발을 높이 든 모습이다.
실제 지난 15일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이 지난 2월 행한 '공동부유' 연설을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를 통해 공개했다.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서구가 "절대다수 민중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신 자본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밝히고, 중국은 그런 길을 가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한 '중국 특색사회주의'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했지만, 서구와는 사정이 다른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다져진 길을 따라갈 수는 없다"면서 공동부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가야 한다"고 시 주석은 역설했다.
추스에 시 주석의 공동부유 연설이 공개된 다음 날인 16일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가 서구와 차별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과 소비자에게 현금을 직접 줘 소비를 촉진하는 등의 정책이 "일정 수준 (경제 회복) 효과는 있겠지만 그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중국 가계 소비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38%로, 미국의 68%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중국이 소비 성장에 제대로 신경을 쓴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산업 중심 성장 전략에 매진 중이다.
학습시보가 첨단기술 등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 "진정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 데서도 중국 공산당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 당국은 개혁개방 시기의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은 고사하고, 올해 목표인 5% 안팎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분야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쳐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을 기색이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는 지난해 중국 가계가 가처분소득의 33.5%를 저축해 2019년 저축률 29.9%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성장에 대해 중국인들조차 확신을 못 하고 미래 불안감 탓에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WSJ은 중국 당국이 서구의 복지주의에 거부감과 두려움을 피력해왔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시 주석은 서구식 복지국가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면서 중국 당국이 의료보험과 실업수당 확대 등의 복지 확대를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현금 지원이 GDP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중국은 7%에 불과하다"며 이는 서구식 사회적 지원이 게으름을 조장할 뿐이라고 중국 지도부가 인식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안팎에선 장기 침체 위험이 점점 커지는 중국이 이젠 글로벌 성장의 중심축이 아닌 세계 경제의 위험으로 바뀌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WSJ은 덧붙였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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