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임산부석’ 앉아도 되나… 10년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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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의자'로 불리는 임산부 배려석(사진)이 도입된 지 10년이 됐는데도 관련 민원이 하루 평균 약 20건 이상 쏟아지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올해 들어 7월까지 4347건이 제기됐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싸고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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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놔두면 효율성 떨어져”
“임산부, 양보해달란 말 어려워”
의견 갈리며 하루 민원 20건
배려석 이용자 범위 확대 등
구체적 매뉴얼 마련 필요성도
‘핑크 의자’로 불리는 임산부 배려석(사진)이 도입된 지 10년이 됐는데도 관련 민원이 하루 평균 약 20건 이상 쏟아지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데 대한 상반된 의견이 맞붙으며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를 ‘교통 약자’로 인식하는 동시에 좌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사용 설명서’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2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올해 들어 7월까지 4347건이 제기됐다. 하루 평균 20.5건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관련 민원은 매년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은 2019년 1만2937건(하루 평균 35.4건), 2020년 8733건(23.9건), 2021년 7434건(20.4건), 2022년 7334건(20.0건) 발생했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싸고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원 내용도 임산부 배려석 운영에 대한 불만은 물론, 비임산부 이용에 대한 조치 요청 등 다양하다.
크게는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석’인 만큼 누구나 앉았다가 양보하는 좌석”이란 주장과 “취지에 맞게 임산부가 마음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비워둬야 한다”는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직장인 김모(58) 씨는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아주 큰일이 난다”며 “임산부 배려석을 내내 비워두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모(여·34) 씨는 “임신 초기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임산부 배지를 보여주며 양보해달라고 말하는 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다”며 “특히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 말 걸기가 더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가 지하철을 이용할 때 먼저 배려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도입했다. 열차 한 칸당 두 개의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다. 공사는 ‘비워두기 캠페인’을 지속하며 시민의 인식 개선에만 기대고 있다. 그간 공사 안팎에서는 부산시와 같이 누구나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대신 임산부가 근처에 오면 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손잡이 부분에 ‘핑크라이트’가 켜지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공사는 “승객에게 좌석 비워두기를 강요하는 것은 성별·세대별 갈등 등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임산부 배려석의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산부 배려석 이용자를 교통약자로 넓히고 대신 교통약자석과 달리 임산부를 최우선에 두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군찬·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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