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법시스템 신뢰도 바닥 수준 “대법원장 리더십 회복 절실”

정선형 기자 2023. 8.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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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코트 6년과 차기 대법원장 과제 - (4) ‘이균용 후보자’ 최대 과제는
전세계 167개국중 155위 차지
전현직 사법리스크로 큰 상처
엘리트들 떠나며 맨파워 추락
코드인사로 재판 공정성 논란
법원 독립성·중립성 확보 필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가운데 법원 안팎에서는 ‘확립된 원칙에 따른 리더십 회복’이 차기 사법부의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자유 평등 정의’가 적혀 있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건물 입구. 문호남 기자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가운데 법원 안팎에서는 차기 대법원장의 최대 과제로 ‘무너진 대법원장 리더십의 회복’이 꼽히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으로 기소됐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각종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구체적인 개혁안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부터 회복해 리더십을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뢰 회복과 더불어 재판의 공정성, 법원의 독립성 등 기본적인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너진 리더십 회복 급선무=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기 대법원장의 리더십 회복 방안으로는 개인적 도덕성과 원칙에 따른 사법부 운용 등이 우선 제시된다. 현재 사법부 리더십 위기는 전·현직 대법원장의 ‘사법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수사를 받기 시작해 다음 달 1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법부의 판단에 정치권의 영향이 작용되게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 리더십에 큰 상처를 냈다.

김 대법원장은 시작부터 정치적 편향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수십 명의 법관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도록 했고, 이후 많은 엘리트 법관이 떠나면서 사법부 ‘맨파워’가 약해졌다. 김 대법원장은 며느리의 공관 회식 의혹,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수리 거부 시 거짓말 의혹 등을 받았다. 거짓말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김 대법원장은 퇴임 후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법원장은 내부 동의를 얻지 못한 정책을 남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원장 추천제,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등은 법원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판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차기 대법원장 체제에서 바꿔야 할 주요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법원장을 지낸 한 판사는 “추천제 때문에 표를 관리해야 하는 국회의원처럼 법원장이 판사들의 눈치를 보게 됐고, 승진 제도가 없어지면서 후배 판사들에게 일할 유인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재판의 공정성, 사법부 독립 확립=김 대법원장이 재임 내내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코드 인사’는 재판의 공정성 문제로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에서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이례적으로 주요 사건을 장기간 맡는 사례들이 있었다.

과거 정치적 편향을 보인 판사들이 형사 재판을 담당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검찰의 벌금 500만 원 구형보다 높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 판사는 형사 재판부로 오기 직전까지도 현 야권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징계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일련의 사태로 우리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하락추세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 번영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조사대상국 167개국 가운데 종합순위 29위를 기록했지만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100위였다. 공적기관 신뢰도 세부 항목상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지수는 특히 낮아 바닥 수준인 155위에 자리했다. 군(132위), 정부(111위)는 물론 정치권(114위)보다도 하위권이며, 2013년 146위에서 10년간 9계단 하락한 수준이다.

보고서를 분석한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반 국민의 상식과 반하는 사법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기관 신뢰도가 낮아지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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