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생산국으로 떠오른 나미비아…거대 정유회사의 ‘넷제로’ 약속은 어디로
FT “화석 연료 계속 추구하겠다는 신호”
유럽의 거대 정유회사들이 석유 생산국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아프리카 나미비아로 달려가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이들의 약속이 허언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인 영국 셸과 프랑스 토탈에너지가 나미비아 해안에 잠재한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관련 업계가 새로운 화석 연료 자원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셸은 2021년 나미비아 남부 대서양에 탐사정 4개를 시추했고, 최근 나미비아 정부로부터 10곳을 추가 시추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토탈에너지 또한 올해 나미비아 원유 탐사에 3억달러(약 3971억원)를 투자했다.
에너지 전문 자문업체인 우드맥킨지는 “나미비아 인근 해상에 30억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전 가운데 8번째로 큰 규모이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가장 많은 매장량이다. FT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유전보다 훨씬 작지만, 나미비아는 주요 석유 생산국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셸과 토탈에너지 모두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셸은 지난 3년간 석유 생산량을 25% 줄였고,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나미비아에서 새로운 유전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태세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셸은 FT에 “친환경 에너지 공급이 증가하더라도 전 세계는 2050년까지 상당한 양의 석유를 계속 소비할 것”이라며 “석유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새로 생기는 수요를 맞추려면 새로운 유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웨일 사완 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7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나미비아는 환상적인 기회의 땅“이라고 홍보했다. 패트릭 푸얀 토탈에너지 대표 또한 “우리는 당분간 나미비아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많은 석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정확한 석유 매장량이 파악되고 실제 유전 개발에 들어가면 나미비아는 강력한 석유 생산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면서도 “그 시점은 전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석유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할 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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