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관 “노조 전임자 위법 다수”… 하반기 노동개혁에 재시동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현장의 불법행위 근절과 노사관계 개선으로 노사법치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노동개혁에 대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근로시간 개편안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개혁안 발표를 앞둔 정부가 하반기 노동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전국지방관서장과 주요 실·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는 노동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려 기업의 생산활동을 방해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만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부는 최근 타임오프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위반 사항이 다수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활동을 위한 시간을 임금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간 노동시장에서는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사측이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고, 이를 빌미로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고용부 조사에서는 노조 전용 자동차 10여대와 현금 수억원을 사용자로부터 받은 사례,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까지 지급받은 사례, 근로시간면제자가 315명으로 면제한도를 283명이나 초과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이 장관은 “그동안 적극적인 실태조사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노사 자율에만 맡겨져 있었다”면서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내 운영 중인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에서 논의된 결과를 반영해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원조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상습 임금체불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감독도 예고했다. 최근 1년 내 근로자 1인당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체불한 업장이나 5회 이상·총액 3000만원 이상 체불한 사업주가 그 대상이다.

기획감독은 지난 23일부터 사업체 130여개소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기록을 토대로 진행 중이다. 전통적으로 체불이 많은 건설업이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되, 서울의 금융보험업·정보통신업 같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감독하기로 했다. 감독 과정에서 불법 사항이 발견되는 즉시 시정지시가 아닌, 범죄인지 사건으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선 언급이 없었지만, 하반기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는 조만간 발표할 전망이다. 고용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이른바 ‘주 최대 69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과로 근무 논란이 제기되며 정부가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고용부는 재검토를 위한 설문조사에 4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그룹별 심층면접(FGI)을 진행했다.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노사 법치주의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인 노사 법치주의는 사용자나 노조를 처벌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며 “노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자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