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유망주의 엑소더스[뉴스와 시각]

정세영 기자 2023. 8.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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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만난 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최근 고교 톱 유망주의 잇단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야구인은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2019년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 앞으로 고교 톱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구단별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를 정해 놓고 있어 과거처럼 100만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이 나오긴 어려운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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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체육부 차장

이달 중순 만난 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최근 고교 톱 유망주의 잇단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고등학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를 배출하면, 선수는 물론 감독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마련. 그러나 고교 야구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지도자는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2년간 고교 야구 랭킹 1위가 모두 메이저리그 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KBO 신인드래프트 랭킹 1위였던 장충고 투수 심준석이 피츠버그 파이리츠 유니폼을, 올해 전체 1순위 후보인 마산용마고 투수 장현석이 빅리그 명문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또, 올해 상위 지명이 유력했던 서울고 투수 이찬솔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했다. 한 야구인은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2019년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 앞으로 고교 톱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유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사람이 ‘성급한 결정’이라고 우려하는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은 ‘성공’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냉혹하다. 빅리그 데뷔까진 최소 4∼5년이 걸린다. 잘하면 좋고, 못하면 거침없이 내친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성공 이후 수많은 고교 야구 유망주가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고생만 하다 갈 곳을 잃은 선수가 부지기수다.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 세계다. 높은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면 구단의 관심과 지원,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 고교 유망주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펼쳐진 약 20년 전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25만 달러), 추신수(시애틀 매리너스·137만 달러) 등은 100만 달러 이상을 받고 빅리그로 떠났다. 이들은 모두 빅리그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런데 심준석은 75만 달러, 장현석은 90만 달러, 이찬솔은 30만 달러의 ‘헐값’을 받고 메이저리그행을 결정했다. 물론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구단별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를 정해 놓고 있어 과거처럼 100만 달러 이상 대형 계약이 나오긴 어려운 여건이다. 하지만 역대 사례를 보면, 고교 졸업 후 빅리그에 도전한 선수 중 100만 달러 미만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의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매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고교 유망주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메이저리그에 아들을 보낸 한 아버지는 “돈보다 시스템을 선택했다”면서 “KBO리그의 권위적인 국내 선수 육성과 지도 방식에 대한 불신이 많다”고 귀띔했다. 반면, 미국 야구 문화는 개인의 개성과 자율을 존중한다.

KBO리그도 걱정이 가득하다. 해외 진출 선수들에게 더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외 진출 선수들의 국내 복귀 시 2년 유예기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해법은 아니다. 못 가게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가면 좋은 혜택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망주들에게 ‘매력적인’ 리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먼저다.

정세영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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