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아닌데 몰려드네요...“집 없어 난리” 이 동네 무슨일이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3. 8.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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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소멸 지역의 반전
매월 15만원씩 농촌기본소득 지급
경기 연천군 청산면 “인구 유입 효과”
일부 주민들, 담배 사재기나 주유소로 몰려
경기도 연천 청산면. 이곳은 인구소멸지역입니다. 길거리에 사람을 찾기 힘듭니다. [사진=매부리TV 캡처]
저출생과 젊은 인구 유출로 지방은 인구소멸에 직면해있습니다. 앞서 저성장을 겪은 일본도 지방은 인구유출과 인구 감소로 빈집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인구소멸을 겪은 지방 한 마을에서 ‘빈집’이 다 팔리고 ‘집’이 부족해서 난리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인구소멸 지역인데 최근 1년간 인구가 10%가량 늘었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 일까요?

화제의 지역은 경기도 연천입니다. 서울에서 50km가량 떨어진, 동두천보다 위쪽에 있는 지역입니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사람들은 지난해 3월부터 매달 15만원씩 정부로부터 기본소득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농촌 기본소득’입니다. 농민만 받을수 있는 농민 기본소득과 다릅니다. 농촌 기본소득은 특정 농촌 지역에 거주하면 모든 주민이 받을 수 있습니다. 인구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한 것입니다.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5년간 지원됩니다. 청산면에 거주하면 1인당 매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받습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면 매달 60만원을 받습니다. 5년이면 3600만원으로 지원받는 셈입니다.

기본소득 받으러 위장전입도 늘어
청산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주민들이 정서적인 부분도 안정이 되고, 뭘 사드실때도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훨씬 병원도 편하게 가니까 마음이 풍요로워졌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 돈은 원칙적으로 청산면에서만 쓸수 있습니다. 병원, 약군, 학원은 연천군내에서 사용가능합니다. 또한 3개월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그나마 어르신들은 식사도 하시고 마트 같은데서 사시고 약값은 읍내에서도 쓸수 있으니까 도움되죠. 월말에 돈을 주는데 그때가 되면 식당에도 밥먹으러 오시고 주민입장에서는 고맙죠. ” (청산면 상인 A씨)

경기도 연천 청산면 [사진=네이버지도]
“쓸 돈은 있는데 쓸 곳이 없어”
청산면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주민들이 누가 와도 뭘 사드릴 여유가 없어졌는데 농촌 기본소득 카드가 있으니까 다른분들에게 사줄수 있고,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왕래가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기본소득 도입 이후 점포가 늘었습니다. 면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가게가 20곳정도 더 늘었다. 장사가 잘되니 좋아하신다”고 했습니다.

다만 농촌기본소득은 청산면에서 쓸수 있다보니 일부 가게가 품목 가격을 올려서 불만도 나옵니다. 주민 B씨는 “마을 사람들이 주유소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곳 기름이 다른 지역보다 비싸다”고 했습니다.

쓸돈은 있는데 쓸곳이 없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청산면 자체가 인구소멸지역이다보니 애초에 가게가 별로 없습니다. 대형마트도 없고, 편의점하고 음식점들뿐입니다.

“살데가 없잖아요. 그런데 매달 15만원씩 들어오잖아요. 2인 가족이면 30만원인데, 이걸 다 어디가서 쓰냔말이에요. 그래서 비싼 음식, 복집이나 장어집 이런데가 대박났죠. 주유소에서 기름도 많이 넣고, 편의점은 담배가 그렇가 많이 팔린다고...”(청산면 주민 C씨)

연천군내 상인들은 “특정 가게만 잘된다”고 아쉬워합니다.

동네 한 상인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식들 오면 기름넣어주느라 주유소가 잘된다”고 귀뜸했습니다.

또다른 상인 D씨는 “쓸 곳이 없으니까 친구들 죄다 불러서 청산면으로 가서 그 가게에서 밥 사드신다. 가게만 신났다”면서 “기본소득의 효과가 다른 가게에도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사오고 싶은데 살 곳이 없다
경기도 연천 청산면내 편의점에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면내 가게가 몇곳 없어 “쓸 곳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사진=매부리TV 캡처]
청산면에 따르면, 이 사업 시행후에 320~350명 가량 인구가 유입됐습니다. 지난해 기본소득사업이 시작됐을때 적용대상은 청산면 거주민 3400명 가량이었습니다. 10%가량이 시범사업후 증가한 셈입니다.

청산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아쉬운점은 젊은 사람들이 늘기보다 노인분들이 많이 늘었다. 아무래도 일자리가 없고 살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주로 군인가정, 외국인, 노인분들이 많이 이사오셨다. 2030이 오기에는 일자리가 중요한데 일자리는 없는 상태에서 사업이 시작돼서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 시작된다고 했을때 이미 빈집은 다 나갔다. 지금은 고치려면 돈이 많이 드는 빈집, 아예 쓸수 없는 곳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인근 식당 주인은 “쓰러져가는 집들 다 나갔다. 그런데 이젠 들어오고 싶어도 살 집이 없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일자리…일자리가 아쉽다
기본소득을 노리고 위장전입이 증가한 것도 문제입니다. 청산면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작년에도 많았고 올해도 많이 적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이 조를 이뤄 수시로 집을 방문하고 전기세 등 생활영수증을 확인합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은 농촌 인구 유입, 주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됐으니 1년 5개월이 지났는데요. 경기도는 시범사업 3년 차인 2024년 중간평가를 거쳐 정책 효과가 입증되면 도내에서 인구 소멸 위험도가 높은 면을 중심으로 최대 26개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기본소득이 인구소멸위기 지방을 살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해법이 될수 있을까요. 인구감소와 부동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메일뉴스레터 매부리레터에서 확인 할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매부리레터를 검색하시면 구독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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