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박서보 ‘묘법’
20년대 후기 연필 묘법 첫 공개
손자 박지환의 디지털 ‘묘법’
프리즈 기간 코엑스서도 공개
넓이 5.5m, 높이 2.5m의 스크린에 연보라색 묘법의 강렬한 색감과 입체감 있는 질감을 담아낸 이 작품은 아주 작은 지점에서 시작되어 전체로 확장되면서, 평소 눈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세밀한 디테일을 느끼게 한다. 박서보 작가의 손자 미디어아트 작가 박지환이 제작한 이 작업은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던 작가가 디지털 문명을 대면하며 느낀 공포심에 대한 돌파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색채가 다음 세대를 통해 디지털 화면으로 재해석된 의미가 크다.
박서보 작가의 개인전이 조현화랑 달맞이와 해운대점에서 8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린다. 1991년 박서보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인연을 맺고, 이후 총 14번의 전시를 기획해온 조현화랑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아직까지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박서보 작가의 신작 묘법을 선보인다.
1000호에 달하는 박서보의 연보라 묘법은 2010년에 제작된 것으로, 캔버스 표면에 올려져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내는 과정에서 눌리고 밀리면서 선과 색을 안으로 흡수하는 한지의 물성이 연보라색과 어우러져 비움을 통한 채움의 정신성을 묵묵히 발현한다. 손의 흔적을 덮는 규칙적인 선이 만들어내는 절제에 담긴 색감이 자연의 자기 치유 능력을 발휘하듯 소멸하고 소생하길 반복하며 기운을 흡수하고 또 발산한다.
1978년에 제작된 초기 연필 묘법 200호 한점이 함께 걸리는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의 수련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화폭에 담아 조율하는 박서보의 묘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 없이 변화하며 확장되는 힘을 느끼게 한다. 전쟁을 겪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했던 젊은 시절의 좌절을 돌파해낸 의지로, 불규칙하고 거친 자연에서 광활한 시야로 자정 능력을 길어낸 박서보에게 자연과 화폭은 물리적인 대상인 동시에 은유다.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후기 연필 묘법 시리즈를 초기 연필묘법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희귀한 기회이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디지털 묘법은 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프리즈와 키아프 아트 페어 기간을 포함한 약 한달 동안 서울 코엑스 SMTOWN 건물 외벽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커브드 LED 전광판에 송출할 예정으로, 초고화질 화면에서 나오는 묘법 시리즈를 도심 한복판에서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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