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실험영화·메일아트·대지미술…멈춤없는 ‘총체예술가’ 김구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회고전
70년 예술 작업 230여점 펼쳐
찌그러진 자동차 설치 신작
퍼포먼스 총감독 맡아 열정
1960년대 척박한 한국에서 최초의 실험영화, 일렉트릭 아트, 메일 아트, 대지미술 등을 쏟아냈던 ‘총체 예술가’ 김구림(87)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한 대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본인의 예술을 이렇게 소개했다.
최근 개최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년대’에 이은 이번 전시 ‘김구림’은 1950년대부터 올해까지 무려 70년 가까운 기간 비디오, 회화, 판화, 설치 등 작품 230점을 펼친 자리다.
그는 1969년 무용 연출로 첫 상을 받으며 예술가로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오는 9월 7일 연극 영화 음악 무용 4개 장르가 연계된 형식에 70여명이 출연하는 퍼포먼스를 총지휘한다.
“미술 작품은 죽고 나서도 보여줄 수 있지만 공연은 못 하지. 이번에 공연을 녹화해 영상이 남으니 참 소중하고 고마운 기회야”
기존 가치와 관습에 대해 부정적인 김구림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주요 창립 멤버였을 뿐 아니라 1970년 전위예술집단인 제4집단을 결성하는 등 국내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다. 1970년대 일본에 건너가 판화와 비디오아트를 실험하고 1980년대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에서 작업 범위를 넓히는 등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영국 테이트모던이 그의 아카이브를 대거 소장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던 작가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에 거는 기대가 컸다.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시에서 꼭 재연하고픈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1970년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을 광목천으로 묶어 관을 묻었던 ‘현상에서 흔적으로’다. 오는 9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순회전에서도 보여주고팠던 아방가르드 대표작이다. 그러나 등록문화재 375호인 건물에 광목천을 대는 것도 행정절차에 막혀 전시 일정을 맞추기 힘들었다. 구순을 앞둔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에까지 강력 항의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김구림은 개막전 기자 간담회에서 “새롭게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시 그리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어찌 나왔냐는 질문에 작가는 “캔버스에 붓으로 사물을 그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설치로 방향을 틀었다. 미술관을 광목천으로 묶어 관을 묻는 퍼포먼스는 새로운 미술을 위해서 고리타분한 미술을 관에 넣자는 취지로 작업한 것.”이라고 했다.
풍경화를 담은 캔버스 그림 위에 나뭇가지를 달고, 나무가 있을 자리에 그림자를 그려 넣는 식의 작품 ‘풍경’(1987)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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