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가득 군용모포가 추상 설치작품으로…최전방 분단 현장서 꽃핀 예술
DMZ전시:체크포인트 8월 31일 개막
파주 캠프그리브스·도라산전망대 이어
연천군 간이역 등으로 이어가 전시 진행
옛 미군이 사용하던 체육관에 들어서니 높은 천장에 걸린 수십장 그림들이 모인 대형 설치작품부터 눈에 들어온다. 임민욱 작가가 군용 모포 36장에 그려 완성한 ‘커레히-홀로 서서’다. 체로키어로 ‘홀로 서다’는 뜻의 이 단어는 506연대가 있던, 조지아주 산 이름에서 따왔다.
이 대형 작품 뒤를 보면 낡은 담요임이 분명해진다. 군부대 소속이나 병사 이름은 물론 땀자국 얼룩 등 군 생활의 흔적을 품고 있다. 작가는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잠을 자는 모포만은 안전과 평화의 영역, 통제된 DMZ를 벗어난 영토를 상징한다”며 “획일화된 통제 속에서도 정복될 수 없는 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선정 아트선재 예술감독이 2012년 시작한 현대예술 기획전 ‘리얼 디엠지(DMZ) 프로젝트’가 올해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기획한 ‘DMZ오픈 페스티벌’에 포함돼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에서 열린다.
파주는 북한 개성공단이 내려다보이는 도라전망대와 캠프그리브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8월 31일부터 9월 23일까지 펼쳐지고, 이어서 연천군에서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민통선 내부 안보전시관이 재탄생한 연강갤러리와 경원선 신망리역·대광리역·신탄리역에서 열린다.
김선정 감독은 “DMZ의 장소성과 역사, 분단의 의미를 예술적 시각으로 환기하는 프로젝트”라며 “정전 70주년을 맞는 올해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직접적인 분단 경험이 없다 보니 자연과 추상적 접근법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접경지역을 촬영해온 일본 작가 토코모 요네다의 사진과 DMZ 식물을 채집해 탁본하듯 만든 이끼바위쿠르르 벽화도 주변에 어우러진다.
이우성 회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2021)는 한국전 당시 154고지 전투가 치열했던 북한 접경지역 김포 야산 애기봉을 붉은 빛 천에 서정적으로 표현됐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는 사방이 탁 트인 언덕에서 김홍석의 싸움하는 둣한 텐트천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이 맞이한다.
새벽부터 북한 정찰인공위성 발사가 실패했다는 뉴스가 터졌던 지난 24일 방문때 도라산전망대 입장 버스 검문에만 30여분 소요됐다. 전시를 관람하려면 넉넉히 일주일 이상 앞서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방문땐 신분증을 챙겨서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DMZ오픈 페스티벌 공식 누리집(dmzopen.kr)에서 참가신청하면 된다. 버스 전시투어도 준비됐다.
분단의 역사 속에서 예술적 체험을 극대화할 기회다. 특별한 장소성의 매력 때문인지 오는 9월 프리즈 서울 기간 방한하는 해외 예술 관계자들도 이 전시에 대한 관람 문의가 잇따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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