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양양과 북촌 주민, 집안에 있어도 '지하철급' 소음
편집자주
한국일보 디지털미디어부는 서울 북촌과 강원 양양 등 마을형 관광지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소음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로 제작하였습니다. 인터랙티브는 영상 오디오 버튼을 클릭해 현지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과 소음계를 통해 측정한 실제 데시벨(dB)을 같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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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의 역습 '쉿, 조용히 해주세요.'
북촌의 중심 골목인 11길 주변. 몇 명 남지 않은 주민들은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다. 관광객 소음 탓이다. “여행사들이 외국인 단체관광의 아침 첫 일정으로 북촌 방문을 넣어요. 아침 7시부터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죠.” 북촌 주민 A씨의 말이다.
북촌 주민들은 2010년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마을이 소개됐던 일을 '사태'라고 표현했다. 그들에겐 '악몽'이었다. 고즈넉했던 한옥마을이 느닷없이 관광지가 됐다. 한국 방문 외국인의 20%가 이곳을 들렀다. 중국인 등 단체관광객을 태운 45인승 관광버스가 쉴새 없이 몰려들었다.
고령의 토박이들은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시달렸다. 북촌은 좁은 골목이 모세혈관처럼 이어져 만들어진 동네다. 소음 전문가인 류훈재 박사(서울시립대)는 말했다. “골목 소음은 다른 곳으로 잘 빠져나가질 못해요. 담벼락 사이에서 반사되며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죠.”
북촌의 소음은 어느 정도일까. 취재팀은 지난 8월 3일 오후 5시, 북촌로 11길에서 10분간 전문가용 초정밀 소음계로 소리를 측정했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 관광객이 평소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은 평균 63dB, 순간 최고 소음은 81.6dB까지 나왔다. 시끌시끌한 백화점 내부 소음(60dB)과 비슷했다.
거리에서 웅성거리는 관광객들의 말소리 말고 고통스러운 소음은 또 있다. 북촌에서는 비교적 관광객 발길이 뜸한 가회동 뒷골목에 사는 이정민(가명)씨는 “고요한 아침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끌고 오는 캐리어(여행용 가방)의 돌바닥 긁는 소리가 집안까지 들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씨의 집에서 창문을 열고 캐리어 소음을 측정했더니 최대 81dB까지 나왔다. 이는 지하철 안에서 느끼는 소음 혹은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 기차가 지나갈 때 30cm옆에서 들리는 소음 수준이다.
서핑의 성지, 양양... 잠 못드는 주민들
인구해변 앞 양리단길 주변은 금·토요일마다 ‘소음 지옥’이 된다. 양양의 해변이 ‘서핑 성지’로 떠오르자 젊은세대가 몰렸다. 돈냄새를 맞은 이들은 술집과 클럽이 운집한 거리를 만들었다. 문제는 야외 술집과 클럽과 인접한 곳에 여전히 고령의 원주민이 산다는 점이다.
이 마을 주민 중 거의 절반(44.3%)가 65세 가 넘은 노인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시골 노인들의 생활 패턴은 관광객이 밀려든 뒤 완전히 깨졌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쯤 양리단길에 낀 주택 앞에 서서 소음계를 들었다. 순간최고 소음은 84dB까지 치솟았다. 거주민들은 밤새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듯한 소음을 견디고 있었다.
양양 술집의 우퍼 스피커가 심야에 뿜어대는 소리는 주민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저주파·저음역대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전자댄스음악(EDM) 소리 등은 전형적인 저주파음이다. 저주파음은 방음벽으로 저감하기도 쉽지 않다. 피해 가기 때문이다. 인구해변은 밤시간에 소음이 훨씬 잘 들린다. 소리가 낮보다 밤에 아래쪽으로 굴절하기에 더 직접적으로 전달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 등은 야간에 50~55dB 이상 소음에 장기 노출되면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청력은 말할 것도 없고 불안증·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거리의 소음을 무시해선 안되는 이유다.
소음전문가인 류훈재 서울시립대 도시빅데이터융합학과 연구교수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항공기나 군 사격장 소음 등은 배상을 해주는 사례가 있지만, 생활소음에 대해선 아직 규제가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어요. 시민들이 소음에 느끼는 민감도는 높아졌는데 말이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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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혜 기자 inh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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