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 재계 6위로 키웠던 김석원 회장 별세

26일 새벽 노환으로...향년 78세
30세 젊은나이에 그룹 물려 받아
중공업·건설·자동차 등 공격 경영
적자누적으로 2000년 그룹 해체

쌍용그룹을 한때 재계 6위 규모로 키운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26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모습 [연합]

쌍용그룹을 한때 재계 서열 6위까지 키워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고인은 1945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생활 중이던 1970년 귀국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베트남전에 10개월간 참전하기도 했다. 이 경험은 고인의 경영 스타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병대 복무경험이 쌍용그룹을 경영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며 “해병 정신을 경영에 접목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1975년 김성곤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30세의 젊은 나이에 쌍용그룹을 물려받았다. 소규모 비누공장을 모태로 출발한 쌍용그룹은 당시 레미콘 사업과 방직업 등을 영위하고 있었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쌍용양회를 기반으로 그는 쌍용중공업과 쌍용종합건설을 세우고, 효성증권을 인수해 쌍용투자증권으로 키우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자동차, 중공업, 금융, 증권, 레저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 그의 공격적 경영으로 쌍용그룹은 1980년대 재계 순위 6위까지 성장했다.

김 전 회장은 해외 유학 시절 드라이빙스쿨을 수료했을 만큼 자동차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한국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알려진 동아자동차 인수로 이어졌다. 이후 1988년 사명을 바꿔 쌍용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다.

쌍용차는 출범 첫해인 1988년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한 4륜구동 중형 SUV 코란도 패밀리를 출시했다. 김 전 회장은 쌍용그룹 회장 재임 시절에도 세단이 아닌 지프형 자동차 코란도를 애용했다.

‘코란도 훼미리’가 큰 인기를 끌었고, 벤츠와 엔진 합작으로 만든 ‘체어맨’ 등 고급 승용차도 자리를 잡는 등 성공했지만, 사업에선 계속 적자가 누적됐다. 동아자동차 인수 당시 1조원 가까이 증가한 부채는 계속 부담이 됐고, 내부에서는 자동차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수시로 나왔다.

김 전 회장은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도 진출했으나 쌍용자동차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룹이 경영 위기에 빠지자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결국 쌍용자동차 경영난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에 매각하고도 거액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1998년 구조조정, 2000년 그룹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고인은 1975년 강원 평창군에 국내 첫 현대식 스키장 용평리조트를 개장해 한국 동계스포츠와 레저산업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1991년 강원 고성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유치한 주역으로도 평가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문순 씨와 아들 지용 학교법인 국민학원 이사장, 지명 JJ푸드시스템 대표, 지태 태아산업 부사장 등이 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7시 20분, 장지는 강원 평창군 용평 선영이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장례식장에는 김 전 회장의 재임 당시 계열사 회장단과 쌍용그룹 원로들이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어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겸 국제빙상경기연맹 ISU 회장 부부도 조문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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