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제 오락의 대상 아닌 공생의 대상으로 봐야 [배정원의 핫한 시대]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2023. 8. 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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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좁은 우리에 갇혀 살던 암사자 사살 사건에 분노 일어
동물원·수족관, 야생동물 보호·복지 위해 개편되어야

(시사저널=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최근 지방의 한 개인목장에서 사육하던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해 소동이 일어났고 1시간여 만에 근처에서 발견돼 사살되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많은 사람이 '꼭 그래야 했나?' '공격성을 보이지도 않았는데 사자라고 해서 죽여야 했나?' 등 분노와 비난에 찬 댓글을 쏟아냈다.

사자 우리로는 보이지 않는 좁고 열악한 우리에 20년간 갇혀 살았던 암사자 사순이가 우리를 나와 자유를 누린 시간이 고작 1시간여였다는 점, 탈출했다고 하나 우리에서 겨우 20m쯤 떨어진 나무 그늘에 숨어 조용하게 앉아있던 암사자의 무기력한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더욱 그런 반응을 이끌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며 '이 사자는 평생 고작 1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죽었다' '사람에게 오랫동안 관리된 암사자는 지치고 멍한 표정이었다'며 마음 아파했다. 경찰은 마취가 아닌 사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주변에 캠핑장 등이 있어 자칫 빗맞거나 할 경우 그래도 맹수인 암사자에게 사람들이 다칠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8월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산으로 도주했다가 엽사에게 사살됐다. ⓒ연합뉴스

'동물원 폐지' 찬성파와 반대파, 여전히 논쟁

이와 비슷한 사건들은 또 있었다. 2018년에도 대전의 오월드 사육장에서 8세 된 암컷 퓨마가 탈출해 4시간 반 만에 사살되었으며, 그 암컷이 3마리의 새끼를 키우던 어미였다는 보도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올해 3월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4세 된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주택가와 도로를 누비고 다녔고, 다행히 맹수가 아니었던 덕분에 3시간 반 만에 마취총을 맞고 동물원으로 이송되었다. 8월11일 대구의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 두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암컷은 포획되어 무사히 돌아왔지만 수컷 루디는 마취총에 맞은 후 2시간 만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

또 최근에는 '갈비사자'라고 불린 20세 노령의 사자가 가로 14m, 세로 6m의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열악한 동물원 우리에 갇힌 채 굶주리다가 이를 불쌍히 여긴 한 시민의 민원 제기로 그보다 여건이 좋은 동물원에 이송되었고, 지금은 원기를 회복해 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이렇게 야생동물들을 가두는 곳은 동물원 말고도 많다. 수족관도 있고, 야생동물을 사육하며 사람들이 만지고 접촉하게 하는 야생동물 카페나 웅담을 채취할 목적으로 정부가 사육을 허가했던 반달가슴곰 사육장도 있다.

서울의 롯데아쿠아리움을 포함한 전국의 수족관에는 여전히 오락 목적으로 전시된 수십 마리의 돌고래와 벨루가가 갇혀 있다. 1000m씩 잠수하고 2000km를 헤엄쳐 다닌다는 벨루가는 10여 년째 깊이 7m가량의 좁은 수조에 갇혀 있으며 여러 마리가 이미 폐사했다. 전문가에 의하면 7세 어린이 수준의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벨루가는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그야말로 감옥이 아닐까. 사실 동물의 습성을 반영했든 안 했든 동물 전시는 폭력이다. 이 감옥에 갇힌 동물들은 숨을 곳도 없이 전시되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다가 '폐사'라는 존엄 없는 죽음을 맞는 것이다.

동물원 탈출이나 폐사 같은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동물원 폐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열띤 주장을 펼친다. 동물원 폐지 찬성파는 동물원이 동물을 보호하기보다는 '가둠'으로써 동물의 신체와 기본권을 억압하는 곳이며, 많은 곳이 상업화되어 동물을 이용한 쇼나 전시에 그들을 이용하고 있으며, 동물의 습성을 반영하지 못한 사육 환경에서 동물을 방치하거나 학대하기 일쑤이고, 사람의 필요에 의해 번식시키며, 나아가 동물 공급을 위한 밀렵을 부르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그간 동물원의 미덕으로 말해 왔던 교육 효과나 동물을 접하는 기회는 많이 축적된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VR 등의 체험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살아있는 동물들을 가두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에 반해 동물원 폐지 반대파는 동물원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번식시킴으로써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는 현대사회에서 동물 종을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이며,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미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야생성을 잃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해도 생존할 가능성이 작고, 그들의 야생 서식지가 이미 파괴된 경우가 많아 계속 보호해야 하며, 현재는 동물 복지를 위해 동물원 문화가 많이 개선되고 있으므로 더욱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 또한 인간과 비슷한 감정 느끼며 살아

그러나 동물원의 역사는 시작조차 폭력적이었으며 서구의 왕과 귀족들의 소유욕과 과시욕에서 비롯되었다. 이집트나 로마시대부터 자신의 힘과 권력, 부를 과시하기 위해 사자나 퓨마, 코끼리 같은 힘세고 신기한 동물들을 가두어 길렀고, 동물원이 대중화된 것은 근대부터였다. 이후 동물들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동물들에 대해 알아갔지만, 그것은 곧 인기를 얻기 위한 쇼나 전시를 통해 상업화되었다. 우리나라의 대중 동물원도 일제가 우리를 식민지화했을 때 왕실을 모욕하기 위한 용도로 창경궁에 동물원을 설치한 데서 출발했으며 현재까지도 돌고래쇼, 펭귄쇼 등 동물을 조련해 오락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번 얼룩말 세로가 우리를 부수고 탈출한 이유를 동물원 측은 '부모 얼룩말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한 외로움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당황한 세로가 주택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막다른 골목에 망연히 서있는 사진을 보면서 많은 사람은 '자유'라는 개념과 '동물의 감정'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동물에 대한 생각, 다른 생명에 대한 성찰이 그만큼 깊어진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이 동물을 오락의 대상에서 보호와 보전, 그리고 공생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게 보아야 마땅하다. 예전에는 동물을 희로애락의 감정이 없는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공감이라는 고등한 감정양식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와 개를 반려동물이라 할 만큼 대등한 가족으로 대접하고 있고, 그간의 많은 동물 연구에서 동물 또한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모성애·부성애와 동정·연민처럼 어려움에 처한 다른 동물을 돕는 이타적이고 고등한 정서를 가졌다는 것 또한 발견해 내면서 동물의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앞으로 동물들의 종 보호와 서식지 파괴로 인해 갈 데가 없어진 야생동물들의 보호와 복지를 위해 개편되어야 한다. 그리고 생추어리처럼 동물원과 수족관에 갇혔던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존재로 수명만큼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생활을 보장해 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명도 다 각자 소중하며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라며 동물의 기본권을 주창했던 피터 싱어의 말처럼 철저히 동물 중심으로 동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운영되어야 하며, 그 안에서 사는 동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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