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의 민주당’엔 친명이 없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이재명 대신 감옥갈 수 있는 사람은 민주당에 딱 두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대표 취임 1주년, 5번째 검찰 출석을 앞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회자되는데,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들의 언행이 대표와 당에 해(害)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나온 말이다.
측근들은 "정면돌파하는 게 맞는다"고 했고, 비명계에서도 "당대표 되고 가장 잘한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대표 구속 위기인데 ‘옥중 공천설’ 제조
“대표 팔아 공천장사, 당에도 李에도 피해”
얼마 전 사석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이재명 대신 감옥갈 수 있는 사람은 민주당에 딱 두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대표 취임 1주년, 5번째 검찰 출석을 앞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회자되는데, 호위무사를 자처한 이들의 언행이 대표와 당에 해(害)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표는 올해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측근들은 “정면돌파하는 게 맞는다”고 했고, 비명계에서도 “당대표 되고 가장 잘한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당도 “본인이 밝힌 대로 떳떳하다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될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후 친명계의 행동은 이 대표의 말과 달랐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부하자는 것이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20일 친명 원외인사모임에서 “투표가 시작되면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장을 일제히 빠져나오자”고 했다. 정청래·박찬대 최고위원, 박찬대·강득구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당원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표결 거부’ 주장은 지난 3월에도 나왔다. 김용민 의원은 당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 되자 “(다음번에는) 다 투표를 안 하면 된다”고 했다. 대놓고 ‘보복’도 제안했다. 표결 때 찬성을 누른 의원을 가려내 “총선에서 당원들이 (공천을 못 받도록) 심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이콧으로 당이 정치적 이득을 볼 거라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은 거의 없다. 9월 정기국회 내내 이 사안이 문제가 돼 이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실제 표결이 완료될 때까지 종결 불가다. 투표를 안 하고 나가더라도 차기 본회의에 재상정된다.
그런데도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 건 공천 때문이다. 민주당 당비를 내는 250만 권리당원 중 절반이 지난 대선을 전후해 입당했다. 대부분 ‘이재명 팬덤’이다. 이들의 투표가 총선 경선에 50%나 반영된다. 강성 당원이 열광할 만한 도발을 할수록 공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용민 의원은 일본 오염수 방류를 명분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제안했다. 강성 지지층은 열광했다. 동료 의원을 ‘반(反)민주 세력’으로 몰기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친명 당원의 표 가치를 높이는 ‘대의원 비율 폐지’를 진보 진영의 성역인 ‘민주항쟁’에 빗댔다. 반대하는 의원들을 향해선 “집단 항명”이라고 했다.
‘호위무사 퍼포먼스’가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될까. 다수 의원은 “이재명 팔이” “공천 장사”라고 표현했다. 당 관계자는 “대표 본인이 나름대로 신념을 갖고 약속했던 것이 (강성 발언으로) 의미가 자꾸 퇴색한다”고 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자면 당원이 뽑은 당대표도 끌어내릴 명분이 된다”고 했다.
‘옥중 공천설’이 친명계에서 먼저 나왔다는 건 이를 반증한다. 당대표가 구속돼도 감옥에서 후보 명단에 ‘도장’을 찍어줄 거란 소설이자 일종의 희망이다. 보수 진영이 “범죄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 공천한 후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당 전체가 위험해진다. 그런데도 일부는 본인 공천을 위해 이런 시나리오를 퍼날랐다.
중국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에 나오는 호랑이는 자기가 ‘호가호위’로 이용당한 걸 끝까지 몰랐다.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망 안에 놓인 당대표 손에 공천 도장을 쥐라는 세력이 누군가. 당 안에 여우가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
- [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
- 10兆 전기차 공장 지었는데… 현대차, 美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
- [인터뷰] 전고체 날개 단 CIS “캐즘으로 시간 벌어… 소재·장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美FDA 승인 받았는데 회사 꼼수에 주가 곤두박질”... 분노한 개미들, 최대주주된다
- [르포] “혈액 받고 제조, 36시간 안에 투여” 지씨셀 세포치료제 센터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④ 김성근 포스텍 총장 “문제풀이 숙련공 거부…370명 원석 뽑겠다”
- 비트코인 급등에 엘살바도르, 90% 수익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