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유통 산업의 혁신 아이콘이 될래요"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식자재 유통 산업의 혁신 아이콘이 될래요”
식당을 개업할 때 가장 까다로운 일 가운데 하나가 식자재를 조달하는 것이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음알음 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식자재와의 ‘우연한 만남’에 의존하는 것이다. 품질과 가격에서 더 나은 식자재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는 이를 ‘정보의 비대칭’이라 표현한다. 국내에만 약 3만3천여 개의 식자재 유통기업이 있는데 개별 식당은 이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곳에서 식자재를 공급받게 마련이다. 정보가 비교되지 않기 때문에 그 행위가 효과적인지 알 방법 또한 없는 것이다.
“국내에는 약 80만 개의 식당이 있고, 3만3천여 개의 식자재 유통기업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우연하게 만나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죠. 마켓보로는 정보를 기반으로 이 ‘우연한 만남’을 ‘합리적 선택’으로 전환시키는 걸 미션으로 삼고 있습니다. 요식업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거죠.”
■공급자 중심 식자재 폐쇄형 커머스 ‘마켓봄’
마켓보로는 요식업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공급자(식자재 유통기업) 중심의 폐쇄형 커머스 솔루션인 ‘마켓봄’과 수요자(식당) 중심의 오픈마켓 플랫폼인 ‘식봄’이 그것이다.
마켓보로가 만든 ‘마켓봄’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구현된 식자재 기업간거래(B2B) 솔루션이다. 식자재 유통 기업의 관점에서 개발됐다. 주문부터 결제와 배송까지 식자재 유통기업과 고객 식당 사이에 진행되는 거래 일체를 SaaS 방식으로 지원한다. 식자재 유통 업무를 자동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켓봄은 SaaS 방식이며 식당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식자재 유통기업에게만 월 사용료 방식으로 일정액을 과금하죠. 마켓봄은 식자재 유통 업무의 자동화를 원하는 식자재 유통기업을 대상으로 개발했어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이점이라고 할 수가 있죠.”
마켓봄은 식자재 유통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해당 유통기업과 이미 거래하고 있는 식당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형 서비스이다.
■수요자 중심의 오픈마켓 플랫폼 ‘식봄’
식봄은 마켓봄과 달리 식자재 B2B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마켓봄이 월 사용료 방식이라면 식봄은 매출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수익모델이다. 식당은 사용료를 내지 않으며, 유통기업만 매출 수수료를 내면 된다.
“폐쇄형 커머스와 오픈마켓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식자재 유통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어떤 식자재 유통기업은 폐쇄형을 선호하죠. 주로 프랜차이즈 기업이 그렇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 식당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외부에 개방할 수 없지요. 이런 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마켓봄입니다. 식봄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식당을 타깃으로 하고요. 이들 식당의 경우 기존 유통기업과 계속 거래할 수도 있지만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더 유리한 곳이 있다면 바꾸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식봄에 들어오면 그게 가능해지는 거죠. 스마트폰 하나로 식자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마켓보로는 마켓봄을 활용하는 식자재 유통기업이 식봄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을 늘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올해 거래액만 4조원이 넘을 것 같아요”
80만여 개의 식당과 3만3천여 개의 유통기업 사이에 형성된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은 연간 약 55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10여 개의 대기업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로 추산됩니다. 이들의 경우 그룹 비즈니스와 관련된 시장만 하고 있다고 봐야죠. 나머지 시장은 파편화 돼 있다고 봐야 해요. 우리는 그 파편화한 시장을 플랫폼으로 묶어내려 하는 것이죠. 표현이 좀 어색할지 모르지만 ‘본격적인 산업화’ 시도인 거죠.”
마켓보로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2016년 창업 이후 해가 거듭될수록 마켓보로를 통한 식자재 거래액이 급상승하고 있어요. 2022년의 경우 연간 거래액이 2조원을 돌파했고 올해에는 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7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고요. 대기업 시장을 빼면 올해 시장 점유율이 1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고 내년에는 20%에 도전하는 셈이죠.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우리가 디폴트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거래액과 함께 매출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0억 원이었죠. 마켓봄 수익모델이 월 사용료 방식이기 때문에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식봄의 매출 수수료 방식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올해 매출은 150억 원 가량으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또 내년에는 매출이 600억 원 대로 올라서며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죠.”
마켓보로는 지금까지 약 6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대학교도 중퇴하고 창업만 여섯 번째 도전
임사성 대표의 삶은 한 마디로 ‘창업’이라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04년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한 뒤 마켓보로가 여섯 번째 창업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절반, 그러니까 성인 된 뒤 대부분의 삶을 창업하며 살았다.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던 임 대표는 2002년 한 기업의 개발팀에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그 2년이 유일한 직장생활이었다. 창업의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당시 거래하던 회사에서 그에게 창업을 제안해온 것이다. 물론 투자 약속과 함께. 직장 생활 2년 밖에 안 됐지만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 샀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창업한 게 그리드 컴퓨팅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이 회사는 2년 만에 엑시트를 했다. 창업을 제안하고 투자한 회사에서 인수를 희망해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두 번째 창업부터는 순조롭지 않았다.
2006년에 창업한 세일즈 프로모션 솔루션 회사는 내부 사정으로 정리해야 했다. 아이폰이 등장하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2009년에 새롭게 창업한 모바일 소셜 동영상 서비스 회사와 2011년 창업한 큐레이션 뮤직 서비스 사업도 접어야 했다. 큐레이션 뮤직 서비스 사업의 경우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두 사업 모두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특히 큐레이션 뮤직 서비스 사업 실패로 임 대표는 신용불량자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창업 인생에서 시련이 컸던 시기다.
임 대표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2014년에 부인 명의로 O2O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이때 식당과 관계를 맺는다. 식당에 여러 O2O 솔루션을 공급하고자 했으나, 식당의 최대 애로가 식자재 수급 문제임을 간파하게 된다. 문제를 파악하고는 이 회사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마켓보로를 창업했다. 마침 빚을 다 갚아 신용 문제도 해결됐다. 임 대표는 이후 과거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의 창업은 단순하게 기술 의존적이거나, 트렌드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켓보로 창업은 ‘식당의 정보비대칭성 해결’이라는 뚜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다른 점이에요. 그것 때문에 도전정신과 책임감이 더 켜졌다고 할까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도 강해졌고요.”
아마도 그것은 ‘기업가 정신’을 뜻하는 것일 테다.
덧붙이는 말씀: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외식업 지원 스타트업인 누벤트의 김천식 대표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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