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없는 최근 US오픈, 올해의 신데렐라는 누구? [여자단식 관전포인트]
US오픈 여자단식 본선 최종 대진이 확정됐다.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인만큼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들이 대부분 상위 시드를 받은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인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는 이번에도 1번 시드를 받았다. 2022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시비옹테크의 전성 시대는 2023년에도 진행 중이다. 2022년 두 번째 그랜드슬램이었던 프랑스오픈부터, 시비옹테크는 일곱 대회 연속 그랜드슬램 톱시드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이 중 우승 3회). 2023년에는 모든 그랜드슬램에서 톱시드를 받았다.
현역 선수 중 US오픈 2회 이상 우승에 성공한 선수들은 두 명 뿐이다. 하나는 '최고령' 비너스 윌리엄스(43세)이며, 다른 하나는 임신 휴식기를 갖고 있는 (출산이 임박한) 오사카 나오미(일본)다. 올해를 통해 US오픈 통산 2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는 의외로 2명 뿐이다. 시비옹테크와 슬로안 스티븐슨(미국)이다. 2019년 챔피언인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는 대회 개막 하루를 앞두고 허리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철회했다. 그리고 라두카누는 올해 개점휴업 중이다(손목부상).
US오픈 최근 5년 우승 / 준우승
2022 : 이가 시비옹테크 / 온스 자베르
2021 : 엠마 라두카누 / 레일라 페르난데스
2020 : 오사카 나오미 / 빅토리아 아자렌카
2019 : 비앙카 안드레스쿠 / 세레나 윌리엄스
2018 : 오사카 나오미 / 세레나 윌리엄스
US오픈의 최근 5년은 신데렐라들이 자주 탄생했다. 오사카 나오미를 비롯해 안드레스쿠, 엠마 라두카누(영국) 등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렇기에 이번 US오픈만큼 '멀티플-챔피언'에 도전하는 선수들보다 본인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객관적으로 시비옹테크가 가장 앞서 있다고 보여지는 가운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US오픈 타이틀이 없는) 사발렌카를 비롯 리바키나, 자베르, 페굴라 등 상위 선수들과 코코 가우프, 미라 안드레바 등 10대 선수들의 도전이 총망라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오픈, 윔블던은 각기의 고유한 코트로 인해 변수가 많았던 대회였다면 US오픈은 커다란 외부 변수를 기대할 수 없는 대회다.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한 하드코트에서, 어떤 선수가 떨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분위기까지 포함해 US오픈 신데렐라를 예상해보자. (한나래가 올해의 US오픈 신데렐라가 되길 바란다.)
2023 US오픈 시드자 현황 / 2023 하드코트 성적(ITF 8/28일 기준)
01. 이가 시비옹테크 (폴란드) / 24승 5패(83%)
02. 아리나 사발렌카 (벨라루스) / 24승 5패(83%)
03. 제시카 페굴라 (미국) / 25승 7패(78%)
04. 엘레나 리바키나 (카자흐스탄) / 25승 7패(78%)
05. 온스 자베르 (튀니지) / 6승 5패(55%)
06. 코코 가우프 (미국) / 27승 6패(82%)
07. 캐롤라인 가르시아 (프랑스) / 17승 11패(61%)
08. 마리아 사카리 (그리스) / 16승 9패(64%)
09. 마르케나 본드로우쇼바 (체코) / 18승 8패(69%)
10. 카롤리나 무호바 (체코) / 23승 8패(74%)
11. 페트라 크비토바 (체코) / 17승 7패(71%)
12.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체코) / 15승 7패(68%)
13. 다리아 카사트키나 (러시아) / 11승 11패(50%)
14. 류드밀라 삼소노바 (러시아) / 16승 11패(59%)
15. 벨린다 벤치치 (스위스) / 20승 7패(74%)
16.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 (러시아) / 10승 8패(56%)
2023 Road to WTA Finals 랭킹 (8/28 기준)
01. 아리나 사발렌카 : 6910점 *호주오픈 우승
02. 이가 시비옹테크 : 6665점 *프랑스오픈 우승
03. 엘레나 리바키나 : 5346점 *호주오픈 준우승
04. 제시카 페굴라 : 4165점
05. 코코 가우프 : 3675점
06.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 3231점 *윔블던 우승
07. 온스 자베르 : 2971점 *윔블던 준우승
08. 카롤리나 무호바 : 2870점 *프랑스오픈 준우승
09. 페트라 크비토바 : 2520점
10. 벨린다 벤치치 : 2331점
11. 다리아 카사트키나 : 2055점
12. 베아트리츠 하다드 마이아 : 2042점
13. 마리아 사카리 : 2032점
14.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 1993점
15. 엘레나 오스타펜코 : 1976점
16. 매디슨 키스 : 1957점
...
22. 캐롤라인 가르시아 : 1631점
23. 엘리나 스비톨리나 : 1613점
시비옹테크 vs 사발렌카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시비옹테크는 넘버 원 자리를 고수 중이다. 그런데 작년과의 차이점이라면 강력한 경쟁자가 각성했다는 것이다. 바로 아리나 사발렌카다. 사발렌카는 현재까지 시즌 성적을 종합한 WTA Finals 랭킹에서는 시비옹테크에 근소하게 앞서 있다. 무엇보다 4발렌카답게 그랜드슬램에서 4강은 기본으로 챙기고 있다. 사발렌카를 꺾고 결승에 오른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그랜드슬램 챔피언에는 오르지 못했다(무호바, 자베르). 시비옹테크는 사발렌카에 비한다면 그랜드슬램 성적에 기복이 있는 편이다.
올해 그랜드슬램 성적 비교 (호주오픈 / 프랑스오픈 / 윔블던)
시비옹테크 : 16강 / 우승 / 8강
사발렌카 : 우승 / 4강 / 4강
페굴라 : 8강 / 32강 / 8강
리바키나 : 준우승 / 32강 / 8강
남자단식의 알카라스, 조코비치처럼 시비옹테크와 사발렌카는 여자단식 TOP 2 라이벌리를 구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대회 1, 2번 시드를 양분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맞대결은 두 번 뿐이었다(1승 1패). 이번 US오픈에서 둘의 진검승부가 나오려면 둘 다 결승까지 올라야 한다. 최근 5년간 여자단식에서 당해년도 그랜드슬램 2회 우승에 성공한 선수는 시비옹테크(2022년) 밖에 없다. 둘 모두(+본드로우쇼바까지) 이번 US오픈을 통해 이 기록에도 다시 도전한다.
최근 5년 그랜드슬램 챔피언 (호주오픈 / 프랑스오픈 / 윔블던 / US오픈 순)
2023 : 사발렌카 / 시비옹테크 / 본드로우쇼바 / ???
2022 : 바티 / 시비옹테크 / 리바키나 / 시비옹테크
2021 : 나오미 / 크레이치코바 / 바티 / 라두카누
2020 : 소피아 케닌 / 시비옹테크 / (미개최) / 나오미
2019 : 나오미 / 바티 / 할렙 / 안드레스쿠
2018 : 워즈니아키 / 할렙 / 케르베르 / 나오미
사발렌카에게 이번 대회는 조금 더 중요하다. 본인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데, 하필 시비옹테크가 본인보다 항상 한 발 앞서 있는 양상이다. 또한 사발렌카의 우승이 시즌 초를 비롯한 상반기에 집중된 반면, 시비옹테크는 시즌 중하반기에도 계속해 꾸준한 우승 기록을 내고 있다.
시비옹테크 vs 사발렌카의 올해 우승
시비옹테크 : 4회 (도하, 슈투트가르트, 프랑스, 바르샤바)
사발렌카 : 3회 (애들레이드, 호주, 마드리드)
아직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라본 적이 없는 사발렌카에게는 올해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바로 US오픈과 WTA파이널스다. 2천점의 랭킹포인트를 방어해야 하는 시비옹테크에 비해 사발렌카는 상대적으로 방어해야 할 포인트가 적다(780점). 사발렌카는 시비옹테크와의 격차를 좁힐 수(혹은 역전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이번 대회에서 우선 시비옹테크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둬야만 한다.
10대의 마지막, 가우프 이번에는?
미국 선수의 US오픈 여자단식 마지막 우승은 2017년 슬로안 스티븐슨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현지 언론은 당연히 미국 선수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코코 가우프다. 2004년생인 가우프는 세계랭킹 3위이자 본인의 복식 파트너인 제시카 페굴라보다도 관심도가 높다.
그럴만 하다. 가우프는 이번 US오픈 시리즈(US오픈 이전 북미에서 열리는 WTA 투어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8월 초 시티오픈(WTA 500), 8월 중순 웨스턴&서던오픈(WTA 1000) 우승으로 상승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시티오픈에서는 무실세트로 우승했으며, 웨스턴&서던오픈에서는 드디어 시비옹테크를 꺾었다(상대전적 1승 7패). 미 언론의 호들갑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우프의 뜨거웠던 2023년 8월 (결과/세트득실/게임득실)
1주 : 4승 / +8 / +29 *시티오픈(우승)
2주 : 2승 1패 / +3 / +13 *내셔널뱅크오픈(8강)
3주 : 5승 / +9 / +28
전체 : 11승 1패 / +20 / +70
19세인 가우프이지만, US오픈은 올해가 여섯 번째 도전이다. 최고 성적은 작년에 기록한 8강이었다. 마지막 10대로 출전하는 US오픈에서 가우프는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참고로 미국인이면서 10대에 US오픈 타이틀을 차지한 마지막 선수는 가우프의 우상인 1999년의 세레나 윌리엄스(당시 17세)였다. (공교롭게도, 가우프와 같은 대진표에는 가우프 외에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10대 선수들 - 미라 안드레바(러시아), 린다 프루비르토바(체코)가 몰려 있다.)
US오픈과 거리가 멀었던 체코 커넥션
체코는 손꼽히는 여자 테니스 강국이다. 페트라 크비토바와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로 대표되던 체코의 최근이었는데, 올해 그랜드슬램에서 무호바와 본드로우쇼바라는 새로운 스타 발굴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9번부터 12번까지의 시드는 모두 체코 선수들이 차지했다. 국가간의 뎁스(Depth)만 놓고 본다면 체코는 올해 가장 성공적인 여자단식 선수 보유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체코는 US오픈과는 그간 거리가 멀었다. 체코 선수의 마지막 US오픈 우승은 1985년 하나 맨들리코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한나래가 예선 3회전에서 상대했던 엘리자베스 맨들릭의 어머니다). 우승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준우승자 배출도 7년 전인 2016년 플리스코바다. 다른 그랜드슬램과는 달리 유독 US오픈과는 거리가 멀었던 체코 여자단식이다. 그런데 최근 US오픈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둬온 체코 선수였던 플리스코바는 올해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체코 여자단식 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
호주오픈 : 1987년 (하나 맨들리코바)
프랑스오픈 : 2021년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
윔블던 : 2023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US오픈 : 1985년 (하나 맨들리코바)
최근 US오픈 체코 선수 최고 성적
2022 : 8강 (플리스코바)
2021 : 8강 (플리스코바, 크레이치코바)
2020 : 16강 (크비토바, 무호바)
2019 : 16강 (플리스코바)
2018 : 8강 (플리스코바)
What Happen? 플리스코바의 추운 2023년 여름(5~8월) (8월 28일 기준)
경기 성적 : 2승 8패
랭킹 변화 : 14위 → 25위(11위 하락)
플리스코바는 25번 시드를 받았지만 큰 의미가 없는 가운데, 연말 WTA 파이널스에 출전하기 위한 체코 선수들의 집안 다툼은 점입가경이 될 전망이다.
올해 그랜드슬램에서 체코 선수들은 각각의 재미있는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올해 US오픈은 어떠할까. 최근 US오픈에서 신통치 못했던 체코 커넥션들이 올해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와중에 최근 체코에서 가장 핫한 본드로우쇼바는 한나래와 1회전에서 맞붙는다. 생애 최초로 US오픈 본선에 오른 한나래인데, 1회전부터 가장 최근의 그랜드슬래머를 만나고 말았다. 두 왼손잡이 선수들의 맞대결은 한국시간으로 8월 30일 새벽 정도로 예상된다.
해외 베팅 사이트에서는 역시 시비옹테크에게 가장 큰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접속이 가능한 해외 베팅 사이트의 여자단식 우승 배당율을 보면 시비옹테크와 사발렌카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3위가 가우프다. 미국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해외 전문가 및 팬들도 가우프의 이변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프랑스오픈에서는 사전 배당율 1위였던 시비옹테크가 당연히 우승했다면, 윔블던 우승자였던 본드로우쇼바는 사전 배당율 상위 20위 이내에도 이름이 없었다. 올해 US오픈은 어떨 것인가. 이제부터 2주간의 열전이 시작된다.
해외 베팅 사이트 우승자 배당율 (8/28일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
BET 365
시비옹테크 3.40
사발렌카 5.00
가우프 8.00
리바키나 9.00
페굴라 9.50
무호바 19.00
자베르 19.00
본드로우쇼바 29.00
삼소노바 34.00
스비톨리나 41.00
안드레바 101.00
워즈니아키 151.00
한나래, 비너스 등 79명 501.00 (최하위)
UNIBET
시비옹테크 2.20
사발렌카 4.00
가우프 6.50
리바키나 8.00
페굴라 12.00
자베르 16.00
무호바 20.00
본드로우쇼바 25.00
스비톨리나 33.00
삼소노바 40.00
안드레바 75.00
워즈니아키 150.00
비너스 500.00
한나래 1000.00
888 Sports
시비옹테크 3.50
사발렌카 5.00
가우프 8.00
리바키나 10.00
페굴라 10.00
무호바 20.00
본드로우쇼바 20.00
자베르 20.00
스비톨리나 50.00
삼소노바 50.00
안드레바 50.00
워즈니아키 100.00
비너스 251.00
한나래 451.00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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