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민 MC’ 밥 바커, 99세로 별세

35년간 美 최장수 TV 게임쇼 진행
1956년 진행자 데뷔, 50년 동안 5000여 편 출연

‘미국의 국민 MC’로 불리는 밥 바커가 26일(현지 시각) 99세의 나이에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생전의 바커가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바커는 2007년 83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5000여 편의 방송에 출연했고, 미국 TV 분야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을 19번 받은. 미국을 대표하는 방송 진행자 중 한 명이었다. 은퇴한 바커는 2009년 한 인터뷰에서 “50년간 시청자들이 집으로 초대해줘서 행운”이라고 했다.

1923년 미국 워싱턴주 대링턴에서 태어난 바커는 드루리대학 재학 시절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졸업 후 뉴스편집자 겸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그는 33세이던 1956년 미국 NBC 방송국의 TV쇼인 ‘트루스 오어 컨시퀀시스(Truth or Consequences, 맞히거나 당하거나)’ 사회자로 발탁됐다.

‘트루스 오어 컨시퀀시스’ 연자들이 질문을 순발력 있게 맞혀야 하는 게임이다. 바커는 이 프로그램을 1975년까지 진행했다. 그는 이와 함께 1972년부터 2007년까지 CBS 오락 프로그램 ‘더 프라이스 이즈 라이트(The Price Is Right, 가격이 맞습니다)’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상품 가격을 맞히면 상금·상품을 타가는 방식의 이 프로그램은 미국 역사상 최장수 TV 게임쇼다.

바커는 1967년부터 1987년까지 20년간 미스 USA 선발대회와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 등 미인대회 진행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7년 우승자에게 모피코트를 상품으로 주는 관행을 폐지하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스 USA 선발대회 진행을 그만뒀다.

바커는 염색약 회사가 동물 실험을 했다는 이유로 염색을 중단하고 채식을 장려하는 등 동물권을 위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1945년 고교 동창인 도로시 조 기디언과 결혼했으나 1981년 사별한 뒤 재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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