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미술을 전공한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던진 질문…기국간 ‘미술 커뮤니케이션’ [신간]

양형모 기자 2023. 8. 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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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커뮤니케이션…기술의 발전, 예술의 몰락 (기국간 저 / 박영사)

이 책은 순수미술을 전공한 커뮤니케이션 학자의 독특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 기국간(언론학 박사)은 학부 시절 순수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 석사, 박사로 이어지는 독특한 학업과정을 거쳤다. 인쇄잡지, PC통신, 인터넷포털, IPTV 및 종이신문, 종합편성방송에서 근무했고 모바일 매체 창업의 경험을 가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양대, 중앙대, 동국대, 성신여대 등에서 강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국방홍보원에서 국방일보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평소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하는 현상에 관심을 갖고 주로 산업적 측면에서 연구해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미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소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함의를 논의하고자 했다.

저자는 “우리는 미술을 모른다”고 단언한다. 도대체 그것이 ‘미술’인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에 대한 무지는 일반적인 학습과정과 달리 ‘앎’을 추동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름’에도 부끄럽지 않다. ‘수동적이며 당당한 무지’라 할 수 있다.

‘보는 방식’은 가치관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의되기에 미술에 대한 ‘무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창작자들은 이런 ‘무지’, 그리고 ‘무지’에 따르는 ‘예술’의 거룩한 권위를 이용하며 우리를 마음껏 우롱할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저자의 말은 동시대 미술계, 미술 커뮤니티에 대한 신랄한 일갈이다. ’본다’는 감각적 행위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동시대 미술은 결국 화려하고 모호한 말과 글로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듯 허위의 늪에 빠져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에 대한 치장으로 인해 미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수용자 대중은 미술을 모른다고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람들과, 아는 척 으스대는 고급문화예술의 향유자들로 구분됐다. 결국 모두가 온통 ‘무지’로 뒤덮인 이상한 세계를 건설하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세상은 항상 변화한다. 저자는 “그러나 미술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고 주장한다. 다만 영원한 것은 미술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창의적 시각이다. 미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우리의 ‘무지’를 해결할 ‘정답’은 없다. 기술은 결코 미술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동시대 미술의 ‘무지’는 당연하다. 다만, 각각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의 통찰, 관찰,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용기’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메시지 생산과 수신자 모두에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대나무숲’, ‘미술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미술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미술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산업’, ‘미술 커뮤니케이션의 현상과 분석’, ‘미술 커뮤니케이션과 무지의 신화’ 총 6개 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1장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코미디언>, 로버트 라우센버그(1925~2008)의 , 존 케이지(1912~1992)의 1952년 <‘4분 33초’ 연주>, 이브 클랭(1928~1962)의 1958년 <텅 빈 전시회>, 앤디 워홀의 1964년 <브릴로 상자(Brillo Box)>, 마르셀 뒤샹의 1917년 <샘> 등의 작품을 통해 “이것은 예술인가?”에 이어 “우리는 미술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미술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문화산업, 현상과 분석을 학자의 집요함을 앞세워 파고들며 질문을 심화시켜 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술의 ‘새로움’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무지’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될 것이다. 또한 신화가 되어버린 미술에 대한 비감이자 인간의 창의와 용기에 대한 추앙이기도 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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