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하와이’의 분노가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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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숙원이었던 한미일 삼각동맹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8월 18일 미국 대통령의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주최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미일 정상회의와 브릭스 정상회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과 그 동조국들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치열하고도 위험한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국제 리더십 재건을 천명한 바이든은 미국부터 솔선수범을 보이면서 국제적인 '중지'를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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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극한 기후로 큰 고통 겪어
‘실존적 위협’에 맞설 중지 모아야
미국의 숙원이었던 한미일 삼각동맹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8월 18일 미국 대통령의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주최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이후 바이든은 세계인의 휴양지인 하와이로 향했다. 그를 기다린 것은 분노한 하와이 일부 주민들의 가운뎃손가락이었다. 최악의 산불로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13일 만에 나타난 바이든을 향해 ‘뭣이 중한가’를 묻고 있는 듯했다.
윤석열 정부의 암묵적인 지지와 바이든 행정부의 공개적인 지지를 확보한 탓이었을까?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귀국하자마자 핵 오염수 방출을 시작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이미 급변하고 있는 해양 생태환경을 치유할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일본은 지구 생명체가 삶의 의탁해온 바다를 더럽히고 있다. 북한뿐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낸 “반국가 세력” 및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에 예민해진 탓인지,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 대처에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다.
대중 봉쇄를 겨냥한 한미일 정상회의 6일 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선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선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정회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회원국 확대에 공들여온 시진핑 주석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성명엔 기후위기 대처를 위한 선진국들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브릭스 차원의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미일 정상회의와 브릭스 정상회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과 그 동조국들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치열하고도 위험한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넘버원을 넘보는 중국과 넘버원을 지키려는 미국 사이의 경쟁은 허망하고도 근시안적이다. 세계 양대 탄소배출국이자 경제대국이며 군비지출국가인 이들 나라의 배타적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구는 더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더라도, 혹은 중국이 세계 1위로 올라서더라도, 정작 그 세계는 거주 불능의 땅이 크게 넓어진 곳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앞서 언급한 하와이 대참사나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극한 기후는 이에 대한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묻게 된다. 오아시스를 꿈꾸며 타자와의 동행을 거부하면서 온힘을 쏟아 부어 도달한 땅이 황무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나 허망할까?
바이든은 하와이 주민이 내민 가운뎃손가락에 담긴 의미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 하와이 산불은 폭염·건조·강한 바람이 만들어낸 참사이고, 이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국제 리더십 재건을 천명한 바이든은 미국부터 솔선수범을 보이면서 국제적인 ‘중지’를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 마음으로 인류운명공동체를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해온 시진핑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를 외면하면 인류운명공동체 구상은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과 중국은 저력을 갖고 있다. 다른 곳을 볼 필요도 없다. 서로가 최대 위협이라며 격렬하게 벌이고 있는 군비경쟁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올해 미국의 국방비는 약 1천2백조원이고, 중국의 국방비는 약 4백조원이다. 이 가운데 10%를 기후위기 대응용으로 전환한다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군사 활동을 줄일수록 탄소 배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혹은 같이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선한 영향력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기후위기 대처와 관련해 지구촌을 배회하는 체념을 밀어내고 희망을 채워나갈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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