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드릴로 뚝딱뚝딱, 손수레 만들어 기부봉사하는 여고생들[플랫]
지난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한 목공방. ‘드르륵’하는 전동드릴 소리가 들렸다. 이 곳에선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목공 창업동아리 ‘아랫목’ 회원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동드릴을 든 김가영양(18·청주여상 3학년)이 능숙하게 합판에 구멍을 뚫었다. 이어 김양 옆에 있던 학생이 전동 드라이버로 합판에 나사를 박아 넣었다.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아 넣는 작업이 수차례 계속되면서 크고 작은 합판 여러 개가 이어졌고, 커다란 손수레 적재함이 완성됐다.
아랫목 회장을 맡고있는 김양은 “지난해부터 나무 받침, 도마 등을 수없이 만들어왔다”면서 “전동드릴을 처음 잡았을 때는 무겁기도 하고 다칠까 무서웠지만 이제는 장난감처럼 다루고 있다”며 웃었다.
적재함이 완성되자 하은양(17·청주여상 2학년)의 차례가 됐다. 페인트용 롤러를 든 하양은 나무 적재함이 비바람에도 끄떡없도록 방수 마감재인 바니쉬를 꼼꼼하게 바르는 마무리 작업을 했다. 학생들은 마감작업을 마친 적재함에 밤에도 빛을 반사하는 야광반사판을 잊지 않고 붙였다. 커다란 나무 적재함은 바퀴가 달린 철제구조물과 합쳐져 근사한 손수레가 됐다.
아랫목 회원들이 손수레를 만든 것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고물·폐지 등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손수레를 직접 만들어 선물해 왔다. 이날 만든 손수레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하양은 “회원들이 모여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힘도 덜 들고 완성된 손수레를 받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주여상 1·2·3학년 14명으로 구성된 아랫목은 2021년 활동을 시작했다. 이 동아리는 냄비 받침, 도마, 식탁 트레이, 선반, 의자 등 목공예품을 만들어 장터 등에서 판매한다. 지역 주민 또는 중학생들을 초청해 목공예 수업도 한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으로 그간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이 수익금을 값진 곳에 쓰기로 했다. 고민 끝에 손수레를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김양은 “지난해부터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 중인데 봉사활동도 해 뿌듯하다”며 “책상이나 의자 독서대 등을 만들어 기부하거나 판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랫목 동아리 회원들은 손수레 1대당 60만~70만원 정도의 돈을 들여 제작하고 있다. 제작 기간도 1대당 한 달이 넘는다. 매주 토요일 시간을 내 공방에 모여 손수레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손수레를 기증하면서 자투리 예산으로 두 칸짜리 작은 서랍장도 만들어 선물하곤 한다.
기부는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이들이 손수레 등을 만들어 기증하면 해당 행정복지센터에서 필요한 주민을 찾아 함께 전달하는 식이다. 동아리 회원들은 내년부터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어려운 형편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책상과 장롱 등을 만들어 선물하자는 목표도 세웠다.
동아리 지도교사인 조경서 교사(33)는 “올해 12월까지는 손수레와 서랍 등을 만들어 학교가 있는 모충동을 비롯해 인근 지역주민에게 전달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독서대 등 어린이들을 위한 목공예품을 만들어 기증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삭 기자 isak84@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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