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별잡', 여행예능 DNA 되찾고 이과감성 더한 지식백화점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3. 8.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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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tvN '알쓸별잡' 방송 영상 캡처

'알쓸' 시리즈가 돌아왔다.

tvN 목요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하 '알쓸별잡')이 화려하게 방송을 열었다. 거물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에 맞춰 뉴욕에서 토크의 테이블에 앉히면서 지식 예능의 원조다운 남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알쓸별잡'은 현재 주요 예능 트렌드인 지식 예능의 출발점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의 스핀오프다. '알쓸신잡'은 세 시즌을 선보인 후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 '알쓸범잡')과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하 '알쓸인잡') 등으로 이어왔다.

이번 '알쓸별잡'은 영화감독 장항준과 배우 김민하가 MC를 맡고 물리학 교수 김상욱, 건축가 유현준, 천문학 박사 심채경, 영화평론가 이동진을 잡학박사로 함께 했다. 놀란 감독을 만난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여행지를 옮겨가며 그곳과 관련된 잡학의 향연을 펼칠 예정이다.

'알쓸범잡'이 범죄, '알쓸인잡'이 인간을 소재이자 테마로 다뤘다고 해서 '알쓸별잡'도 천문학 지식 토크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알쓸인잡'부터 참여한 심채경 박사로 인해 천문학에 대한 토크가 '알쓸인잡'처럼 이전 시리즈보다 비중이 높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보편적인 '별'이 아니라 '지구별'에 대한 잡학을 다룬다는 의미라 사실상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었던 지난 '알쓸신잡' '알쓸인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도시를 중심으로 잡학 수다를 전개한다는 점에서는 뚜렷한 여행이 없었던 전작 '알쓸인잡'과는 차이가 좀 있다.

사진=tvN '알쓸별잡' 방송 영상 캡처

'알쓸별잡'은 '알쓸신잡'이 원래 여행 예능이었던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알쓸신잡'은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여행지와 관련된 지식을 서로 나누는 여행 토크쇼였다. 그래서 '알쓸신잡' 시절에는 여행지 맛집 소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여파였는지 몰라도 맛집 소개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알쓸' 시리즈는 맛집 탐방이 없어진 후에도 여행 예능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듯했다. '알쓸범잡'은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국내 여러 지역을 돌며 여행지와 관련된 범죄를 토크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알쓸인잡'에서 잠시 접어뒀던 여행 예능의 정체성은 이번 '알쓸별잡'에서는 확실하게 부활했다. 유럽여행을 거쳐 국내로 돌아온 '알쓸신잡' 시즌3처럼, 미국 뉴욕이라는 화려한 시작 후 인천으로 이어지는 '알쓸별잡'도 이 시리즈의 근본은 여행 예능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되새기게 만든다. 

tvN='알쓸별잡' 방송 영상 캡처

여행 예능으로 회귀했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본성에 갇혀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알쓸별잡'은 처음으로 멤버 구성에서 이과 잡학박사들 수가 과반을 넘고 있다. 김상욱 교수, 유현준 건축가, 심채경 박사가 그렇다면 문과의 역할을 할 잡학박사는 이동진 영화평론가뿐이다. 

과거 '알쓸' 시리즈는 이과 잡학박사가 절반을 넘은 적이 없었다. 수적으로도 그랬지만 토크를 주도하는 이들도 주로 류시민 작가, 김영하 소설가 등 인문학에 기반한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알쓸별잡'은 토크의 대부분을 이과 3인방이 주도한다. 이동진 평론가의 경우 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첫 출연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과 3인방이 던지고 펼치는 주제에 자신이 아는 사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이 현재까지 방송분에서는 주로여서 더더욱 이과 주도형 토크로 느껴진다.

사진=tvN '알쓸별잡' 방송 영상 캡처

이동진 평론가가 인문학적 관점과 지식으로 토크에 접근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 평론이 본업이다 보니 관점이 살짝 분산돼 류시민 김영하 작가에 비해 프로그램 내의 인문학 담당자다운 느낌이 덜 하기에 그렇기도 하다. 물론 '알쓸별잡'의 이과 잡학박사 3인방은 이공계 전공자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인문학적인 관점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 

자칫 차갑고, 수리적이라 멀게 느껴지는 과학 이야기들을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들의 능력은 인문학적 소양에 근거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본업이 이공학인 잡학박사들의 수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알쓸별잡'은 '알쓸신잡'의 전통은 내려받으면서도 지식 토크에 새로운 자극도 불러일으키는 시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알쓸별잡'은 꽤 오래 방송돼 온 알쓸 시리즈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직도 갈 길은 많이 남아있다는 선언 같다. 알쓸 시리즈가 '알쓸별잡'을 통해 상징적인 맛은 잘 지켜내면서도 새로운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데도 성공해 계속 번창하는 원조 맛집처럼 방송가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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