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공개 취소소송 가능 기간, 이의 결과 받는 날부터 계산해야”

경실련, LH 분양원가 비공개 처분되자 소송
1심 원고 승·2심 각하 …제소 기간 달리 설정

대법원 전경. /뉴스1

정보 공개 거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최초 처분 시점이 아닌 이의신청 결과를 통지받은 날을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소송을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 최모씨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깨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최씨는 LH를 상대로 아파트 공사비내역서 등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지난 2019년 4월 22일 비공개 처분을 통지받았다. 이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이 역시 각하됐다. 이에 최씨는 그해 7월 26일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행정처분 취소소송의 경우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 소송의 경우 기관의 비공개 처분이 통지되면, 통지된 시점을 기준으로 소 제기 가능 여부를 따진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비공개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서는 소송 제기 시한의 기준점을 ‘비공개 처분 통지일’로 볼지, ‘이의신청 결과 통지일’로 볼지가 쟁점이 됐다.

이의신청 결과 통지일로 기준점을 설정한 1심은 최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LH가 일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최씨의 소송을 각하한 것이다. 기준점을 비공개 처분 통지일로 설정한 2심 재판부는 소 제기 기간이 지나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청구인이 공공기관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뒤 취소소송을 낼 경우, 제소 기간은 이의신청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기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처분이 있음을 안 날인 4월 22일부터 90일의 제소 기간이 진행한다고 봐 이 사건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데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