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병적인… 매정한 권력자 · 섬세한 관리자[Leadership]
애정 넘어 집착… 직업 아닌 일상
축구 이외의 생각은 30분 못넘겨
선수단 운영은 독재에 가깝지만
선수들에게는 세심한 관리·통제
자신의 축구 전술과 맞지 않았던
호나우지뉴·이브라히모비치·에투
과감하게 쳐내고 베스트 11 구성
메시 피자·탄산음료 못먹게 하고
육류 대신 생선으로 체력 길러줘
3개국어로 통역없이 의도 전달해
주제프 과르디올라(52·사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감독은 축구에 미쳤다.
40년 이상 축구계에서 활동했으니 당연한 것 같지만 남다르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시절부터 15년가량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한
마누엘 에스티아르테 맨체스터 시티 선수 지원 책임자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평소 30분 이상 축구 이외의 생각을 하지 못한다.
에스티아르테는 수구 선수 출신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데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인물. 그런 에스티아르테에게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집착을 넘어 병적으로 느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축구는 직업이 아닌 일상이었다. 스타 선수 출신인 데다가 2007년 지도자 입문 이후 항상 축구만 생각했기에 성장은 물론, 성과까지 눈부셨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1군 사령탑 데뷔 15년 만에 현역은 물론, 역대 최고의 사령탑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 바르셀로나에서 1군 지휘봉을 잡았고, 2013년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거쳐 2016년 맨체스터 시티로 부임했고 그동안 36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5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회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타 선수 출신 사령탑은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트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특히 유럽축구 사상 유일한 ‘트레블(3관왕)’ 2회 사령탑이다. 유럽축구에서 트레블이란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축구협회컵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을 뜻한다. 유럽축구에서 트레블은 10차례 나왔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에 이어 2022∼2023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트레블을 달성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또 스페인 구단 사상 첫 트레블 사령탑이며, 잉글랜드에선 역시 ‘전설’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에 이어 2번째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평가는 그런데 업적이 아닌 전술에서 비롯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포지션 플레이를 통해 현대축구의 패러다임을 조성했다. 포지션 플레이란 공격과 수비에서 팀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필드 위의 모든 선수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며, 공격 혹은 수비를 위해 자리를 비운 선수를 다른 포지션의 선수가 커버해 안정감과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역할’이 아닌 ‘공간’을 강조한다. 패스를 공급하고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라도 문전이라는 공간에 자리하면 스트라이커가 되는 셈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는 과거 세계 축구를 흔들었던 네덜란드 토털 풋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하지만 토털 풋볼의 단점을 보완,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바꿨기에 전술적 혁신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이 강조한 후방 빌드업(공격 전개), 점유율 중시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 등장 이후 세계 축구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예전엔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페인과 바르셀로나 특유의 짧은 패스 플레이 ‘티키타카’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 과르디올라 감독은 ‘의도 없이 패스하기 위한 패스를 하는 플레이’로 티키타카를 정의, 티키타카를 싫어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절대 권력자를 추구한다. 자신의 축구와 맞지 않거나 계획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선수라면 팀의 핵심이라도 매정할 정도로 쳐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첫 1군 지휘봉을 잡자마자 스타 중의 스타였던 호나우지뉴와 데쿠를 모두 내보냈다. 당시 호나우지뉴와 데쿠는 스타이지만 팀 분열의 중심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후에도 바르셀로나에서 사무엘 에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야야 투레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내쫓았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에선 마리오 만주키치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토니 크로스, 맨체스터 시티에선 조 하트 등과 결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관리의 달인이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및 유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동원한다. 식단은 당연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부임 직후 전문 영양사 고용을 요청했고, 선수들에겐 빠른 회복과 부상 예방을 위해 경기 종료 직후 제대로 된 식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식단 지도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메시는 평소 피자와 탄산음료를 좋아했으나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에 멀리해야 했다. 메시는 또 육류를 즐겼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로 생선 위주로 식사하며 한 시즌을 모두 뛸 수 있는 체력을 완성했다.
과르디올라의 관리는 그런데 ‘통제’로 이해되기도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의 몸무게까지 직접 관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설정한 기준을 넘은 선수는 경기는 물론, 훈련에서도 제외됐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핵심으로 분류됐던 사미르 나스리는 몸무게 초과로 훈련을 따로 받기도 했다. 결국 나스리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관리를 견디지 못하고 2016년 세비야(스페인)로 임대를 떠났다가 이듬해 맨체스터 시티와 완전히 작별했다. 당시 나스리는 숙면을 위해 선수들이 성관계를 자정 전에 마쳐야 한다고 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단 운영은 독재에 가깝지만 세심함도 갖췄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에게 지시를 내릴 때 통역을 거치지 않는다. 직접 선수에게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완벽할 정도로 익힌다. 스페인 국적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년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해 구단 관계자와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 부임 이후엔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때까지 공부, 3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 방식도 섬세하다. 맞춤형 지도로 선수들의 발전을 돕는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가 전술적으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축구 지능이 높은 선수에겐 시간이 날 때마다 붙잡고 설명해 완벽하게 전술을 습득하도록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시절 난해한 지시를 능숙하게 이해하는 필립 람을 붙잡고 매일 15분 이상씩 상황에 따른 움직임 등을 전달했다. 반면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던 프랑크 리베리는 뛰어난 기량을 보유했으나 복잡한 지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더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적합한 예시와 알맞은 어휘를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을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것은 결국 선수라는 걸 알았기에 자신이 아닌 리베리의 관점에서 접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바르사 주장·코치 인연 → 라이벌팀 감독 관계 악화 → 맨체스터 더비 앙숙으로
■ Leadership - ‘영원한 라이벌’ 조제 모리뉴
스포츠에서 라이벌은 피할 수 없는 경쟁 상대이자, 서로의 발전을 위한 자극제다. 주제프 과르디올라(52)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감독에게도 확실한 라이벌이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라이벌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이 나오는 건 조제 모리뉴(60·사진) AS 로마(이탈리아)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모리뉴 감독이 처음 만난 건 1996년이다.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선수였는데, 모리뉴 감독이 코치로 부임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듬해 주장으로 선임돼 과르디올라 감독과 모리뉴 감독은 훈련을 함께하고 축구와 관련된 지식을 공유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모리뉴 감독은 2008년 바르셀로나 사령탑을 노릴 때 경영진에게 과르디올라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모리뉴 감독 대신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았고, 이것이 둘의 관계 악화의 시발점이 됐다. 모리뉴 감독은 2010년 바르셀로나의 최대 적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사령탑으로 부임, 시도 때도 없이 바르셀로나는 물론, 과르디올라 감독과 대립하면서 둘은 친구에서 원수가 됐다. 모리뉴 감독은 특히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는 물론, 과르디올라 감독에게까지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고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참지 못하고 욕설로 화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모리뉴 감독의 라이벌 관계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2012년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둘의 인연은 질겼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년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으로 부임했는데, 모리뉴 감독도 같은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를 이끌게 됐다.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맨체스터를 연고지로 공유하는 지역 라이벌. 게다가 2017∼2018시즌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펼쳤다. 모리뉴 감독은 201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됐으나, 2019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 부임해 다시 과르디올라 감독과 대립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모리뉴 감독은 대립을 통해 세계 최고의 사령탑으로 거듭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했는데, 모리뉴 감독은 2009∼2010시즌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르셀로나의 2연패를 저지한 데 이어 이탈리아 최초로 트레블을 일궜다. 이후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서 지속해서 경쟁하며 우승 트로피를 나눠 들었다.
다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모리뉴 감독과 상대 전적에서 12승 6무 7패, 개인 통산 우승에서 36-26회로 모두 앞선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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