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 더 늦으면 출구가 없다

서울문화사 2023. 8.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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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가 도를 넘어섰다. 교사들은 교육할 권리를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불거진 교권 추락의 현실

대한민국 공교육이 위태롭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이하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교권 침해에 대한 문제는 늘 있어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합동 조사 결과와 유족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고인은 담당 학급에서 발생한 이른바 ‘연필 사건’과 일부 문제 행동 학생들로 인해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사망하기 6일 전 학생끼리 다투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학부모가 고인이 알려주지도 않은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 전화를 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또 가위질을 하다가 소리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등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지만,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왜 그랬을까요”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고인은 숨지기 전, 학부모의 민원과 학생들 간 다툼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했지만, 학교에서는 “전화번호를 바꾸라”는 권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학부모 악성 민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2년 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 측은 ‘단순 추락 사고’라고 교육청에 보고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사망하기 직전까지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김은지(당시 23세)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녀가 휴대폰에 남긴 일기에는 “머리 때림. 팔 꺾음. 뒤에 서서 이야기하는데 밀치고 때림. 아이들이 머리 위에 있다”, “긴급 회의가 있으니 학교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밝게 인사하자, 당황하시든, 반겨주시든, 냉랭하시든” 등 학교에서의 힘들었던 정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이영승(당시 25세) 교사 역시 부임 후 첫 담임을 맡은 반 학부모의 민원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병 자르기’ 수업을 하던 중 한 학생이 손을 다쳤는데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는 등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이듬해 휴직 후 군 입대를 했으나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지속됐다고 한다. 그가 한 학생의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만 400건에 달했고,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부모가 교사의 공개 사과를 요청하며 학폭위를 열겠다고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5년 6개월 동안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 교사였다. 교사 전체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11%에 달했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지만,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왜 그랬을까요”라는 반응이었다.
고인은 숨지기 전, 학부모의 민원과 학생들 간 다툼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했지만,
학교에서는 “전화번호를 바꾸라”는 권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교사의 99%가 교권 침해 경험

교육부의 한 공무원이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고, 교체된 담임교사에게는 ‘갑질 편지’를 보낸 사실도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해 다음 날 담임 교체가 이뤄졌고, 세종교육청은 담임교사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다행히 이 교사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지난 5월 복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공무원이 교사에게 부당한 명예훼손과 협박을 가한 것으로 보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을 할 것을 의결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또 교체된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하지 마, 안 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갑질 편지’를 공직자 통합 메일로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이 공무원은 직위해제됐다. 언론에 알려진 뒤 그는 해당 표현이 아동 치료기관 자료의 일부이며, 자녀의 담임교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직장과 직급을 내세워 압박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하며 교사와 학교 측에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하 ‘초교조’)이 전국 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2%가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초등 교사들이 당한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49%)이 1위를 차지했고, 이 밖에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무시·반항’(44.3%), ‘학부모의 폭언·폭행’(40.6%), ‘학생의 폭언·폭행’(34.6%) 등도 많은 교사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교조는 “수업 시간뿐 아니라 근무시간이 아닌 때도 학부모의 민원으로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전화로 연락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학교에 통합민원 창구를 만들어, 학생의 교육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만 담당 교사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아무 권한도 없는 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교사에게는 법적으로 학폭 의심 신고 의무만 부여하고 조사는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책임지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생활지도와 학습지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아동학대법’을 꼽았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 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와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를 규정한 교육부 가이드라인(고시)을 하루빨리 마련해달라는 것이 교사들의 요청이다.

방송가로 번진 교권 침해

교권 침해 이슈는 방송가까지 번졌다. 전 국민의 스승으로 통하는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의 훈육법이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적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상황까지 생겼다. 그녀는 “훈육은 평생 강조하고 있다. 다만 폭력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교권이 추락한 이유가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일부 대중의 논리는 마음이 아프다”며 “아이를 이해해보자는 말은 아이의 문제를 알아보고 부모 자신의 문제를 알아차려보고, 아이의 어려움을 알아가 보자는 뜻이지 다 들어주고 다 허용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방송뿐 아니라 저서 내용 일부가 SNS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사의 입으로 조심하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한다”,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면 참긴 하는데 교감이나 교장을 찾아가보라” 등의 내용에 대해 소아정신과 치료법이 학교에 갑질하는 매뉴얼로 둔갑했다며 비난한 것. 이에 대해서는 “앞뒤 맥락이 다 잘린 내용이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에 대해 선생님께 잘 설명하고 좋게 잘 의논하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 침해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언론 보도를 통해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가 지난해 9월 주호민 웹툰 작가로부터 아동 학대 혐의로 고발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자 동급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 성추행 행위를 해 통합 학급에서 분리 조치된 주 씨의 아들 B군이 특수반에서 A교사로부터 지도를 받던 중 교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며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후 이 내용을 증거로 A교사를 고소한 것. 기소된 특수교사 A씨는 직위해제됐다가 지난 8월 1일 경기도교육감 직권으로 복직됐다. 일각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교사가 ‘역고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A교사는 역고소는 물론 교육청을 포함한 제3자의 (대리) 고발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민을 향한 비판에 방송가도 주호민 손절에 나섰다. tvN은 예능 <라면꼰대 여름캠프> 방송을 무기한 연기하며 추후 계획은 미정이라고 밝혔고, 다른 방송사들도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주호민은 웹툰과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원작자로 유튜브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샀다. 이번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칫 장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쪽으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 주 작가와 같은 사태를 해결하려면 특수교사와 전문 인력을 늘려 통합교육을 확대해야 하는데, 오히려 통합교육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손쉬운 차별이다. 학령기 아동 수가 계속 줄어들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어나는 만큼 교육부와 관련 부서에서는 특수교육 전문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더 이상 교사는 ‘선망의 직업’이 아니다. 교권 추락의 여파로 초등 교사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전국 13개 교육대학의 내신·수능 합격선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채용 감축, 교권 추락 등의 영향으로 교대 합격선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모든 교육청은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규약집을
해마다 발간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인을 받도록 한다.
학생지도와 학부모 연락, 응대는 교감과 교장이 맡는다.

美, 교사에게 면책 특권 부여

교권 추락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교육 관련 단체의 OECD 회원국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교사 위상 지수는 35개국 가운데 6위였다. 영국이 13위, 미국이 16위, 독일이 21위인데 반해 중국이 1위였다. 대체로 서구권의 교사 위상이 아시아 지역보다 낮다.

일본은 2006년 6월 일본 도쿄 신주쿠 구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23세 여성 초임 교사가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교권 침해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교사가 없어 교장·교감이 담임을 맡고, 교사가 부족해 정규 교과 과정도 소화하기 힘들어 보충 수업은 생각도 못 한다. 우리가 하루빨리 교권 회복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권 붕괴를 미리 겪은 여러 나라의 경우 교권을 확립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시행 중이다.

해외의 경우 교사의 지도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부터 교사보호법을 제정해 범죄 행위 같은 명백한 과실 외에는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면책 특권을 부여한다. 문제 학생의 지도를 전담하는 교사에게 더 강력한 학생 처벌권을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모든 교육청은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규약집을 해마다 발간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인을 받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교감, 교장이 학생지도를 맡는다는 것. 학생이 수업을 방해할 경우 한두 번은 교사가 주의를 주지만, 반복되면 먼저 학생 지도교사가, 그다음은 교감과 교장이 한다. 학부모 연락과 응대 역시 교감과 교장이 맡는다. 또 학교장 권한으로 교권 침해 학생에게 징계, 강제 전학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뉴욕주의 일부 도시에서는 학생의 폭력 행위에 대해 부모에게 벌금형을 매기기도 한다.

일본 오사카시는 교사에게 전치 3주 이상 피해를 입히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가한 학생은 바로 경찰에 넘기도록 돼 있다. 독일의 바이에른주는 지난 3월 학교 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교사 폭력 대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피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가 직접 가해자를 고발하도록 하고, 피해 교사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하면서 심리 치료, 의료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수업에서 우선 제외한 후 징계한다. 폭력 성향에 대한 상담을 지원하고, 가해 학생은 반성문을 작성해 피해 교사 앞에서 직접 발표하도록 한다. 동시에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에 꾸준히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전 예방책과 실제 보장 대책이 미비하다. 국내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 등은 사후 조치 중심인 데 반해, 외국은 아예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려면 행정실이나 전담 상담사를 통해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전에 교권 침해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

현실적인 교권 보호 대책 시급하다

지난 8월 14일 교육부는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교권과 학부모 소통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마련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문제 행동을 한 학생을 지도할 방안을 담은 고시를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학생의 권리에 수반되는 책임과 의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학생 인권 조례를 개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권·교육활동 보호 강화 차원에서는 정당한 교원의 생활지도는 아동 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에서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 학대를 조사·수사할 경우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학교 소통 체계 개선을 위해 모든 민원은 교원 개인이 아닌 학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대책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법안 개정이 있어야 하는 내용이어서 당장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견해도 있다. 소수 학부모의 갑질 논란이 대다수의 학부모인 것처럼 일반화되고 교권 추락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의 폐해로만 몰고 가는 것은 분명 주의해야 한다. 교육이 학대가 되는 대한민국 공교육 교실에서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고 정확하고도 현실적인 교권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교권 보호’에 관하여

진행 기간 2023년 8월 7~15일

교권 침해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는가?
매우 심각하다 81.8%

심각하다 9.1%

보통이다 9.1%

교육활동 침해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가?
매우 찬성한다 72.7%

찬성하지 않는다 9.1%

보통이다 18.2%

교권 침해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부모의 악성 민원 30.8%

부모의 잘못된 가르침 15.4%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11.5%

공교육의 붕괴(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19.2%

사회 분위기 15.4%

학생들의 인성 7.7%

내 자녀가 교사가 되겠다고 한다면?

보통이다 18.2%

반대한다 81.8%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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