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가 진짜 10명이네' 서울, 독기 품고 달라졌다... 1강 울산 괴롭힌 '진규볼' 위력

서울월드컵경기장=박재호 기자 2023. 8. 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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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박재호 기자]
김진규 FC서울 감독 대행.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FC서울 공격수 일류첸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진규(38) 감독 대행의 FC서울은 달랐다. 감독 교체라는 위기 속에서 '독기'로 중무장했다.

FC서울은 지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10분 일류첸코의 선제골과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윌리안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서울의 6경기 무승(3무3패) 행진은 이어졌다. 같은 날 수원 삼성에게 4-0 대승을 거둔 광주FC가 서울과 전북 현대를 제치고 5위에서 3위로 뛰어오르면서 서울의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내려왔다. 끊지 못한 무승 행진과 순위 하락. 하지만 감독 교체를 겪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K리그 최강 울산을 상대로 거둔 '승리보다 값진 무승부'였다.

FC서울 미드필더. 임상협(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서울은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 지난 2년간 팀을 이끈 안익수 감독이 직전 대구FC와 경기 직후 직접 사퇴를 발표하며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이에 김진규 수석 코치가 대행으로 나섰다. 김진규 대행은 지난 일주일 동안 선수들을 훈련시키며 간절함이 바탕이 된 '독기'를 주입했다.

경기 전 김진규 대행은 "나흘 동안 많은 것들을 바꿨다. 코치로 있을 때 선수들이 얌전하게 축구를 하는 게 불만이었다. 선수들도 내 스타일에 맞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들 서울이 질 거라 생각하는데 오늘 10명의 김진규가 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제가 선수 시절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몇몇 선수들이 이런 점이 부족하다"며 "상대를 지배하면서 경기를 하는 게 서울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상위권에 있어야 하고 우승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 싸움 펼치는 울산 현대 공격수 주민규. /AFPBBNews=뉴스1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은 다를 것"이라는 김진규 대행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의 예고대로 서울에는 '10명의 김진규'가 있었다. 아무리 홈이어도 평소의 서울과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점유율을 높이며 울산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전반 10분 만에 일류첸코가 선제골을 만들었다. 지난 4월 1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터진 일류첸코의 필드골이었다. 김진규 대행이 간절함으로 가득 찬 일류첸코가 일을 낼 것 같다고 했는데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전반 10분 박수일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수비가 걷어내자 기성용이 바로 잡아 슈팅했고 슛이 수비수 팔 맞고 굴절되면서 문전의 일류첸코에게 흘렀다. 이를 일류첸코가 오른발 슛을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필드골을 기록한 일류첸코는 홈팬들에게 달려가 포효했다.

흐름을 탄 서울이 전반 내내 울산을 몰아붙였다. 전반전 유효슛도 4-1로 앞섰다. 하지만 후반전에 리그 최강 공격력을 지닌 울산의 반격이 시작됐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후반 13분 이청용을 빼고 마틴 아담을 투입해 주민규-마틴 아담 투톱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무게를 실은 울산이 기어이 동점골과 연전골을 뽑아냈다. 주민규가 후반 19분과 23분, 4분 사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역전했다.

이후 울산은 라인을 내려 수비에 치중했다. 서울이 볼 점유율을 높이며 계속 계속 공격을 시도했지만 울산의 두터운 수비진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오스마르(왼쪽)와 바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FC서울 공격수 윌리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는 울산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다. 후반 추가시간도 거의 다 흘렀다. 하지만 슈퍼크랙 윌리안이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5분 극장골을 터트렸다. 윌리안이 왼쪽 측면에서 박스 중앙까지 드리블로 수비수 3명을 제친 뒤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을 나가던 일부 팬들도 다시 멈춰 환호했다.

서울은 그동안 후반 막판 실점하며 경기를 내준 적이 많았다. 하지만 김진규 대행이 일주일간 강조했다는 '독기'가 이날 선수들에게 그대로 묻어났다.

경기 후 윌리안도 "오늘 가장 중요했던 건 승리를 위한 선수들의 멘탈이었다"며 "우리가 후반 막판 실점을 한 적이 많았는데 리그 상위권에서 경쟁하려면 마지막에도 골을 넣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골이 승점 3점을 가져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늘 동점골이 시즌 막판까지 자신감을 많이 심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익수 전임 감독과 김진규 대행 체제의 차이점을 묻자 "훈련과 전술이 바뀌었다"며 "오늘도 전반과 후반 각각 다른 형태의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홈에서는 항상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고 답했다.

윌리안은 이날 골을 본인 커리어 중 가장 좋았던 골로 꼽았다. 그는 "아직 골 장면을 자세히 못 봤는데 제 커리어와 올 시즌 골 중 1위다"라며 "골도 좋지만 울산을 상대로 승점 1점을 가져온 게 더 중요하다. 우린 많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포기하지 않고 막판 동점골을 넣은 것은 정말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서울은 다음 달 2일 수원 원정을 떠난다. 이전과 달라진 서울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지, 김진규 대행 체제에서 첫 승을 거둘지 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김진규 대행.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월드컵경기장=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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