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롤드컵 진출', 이번에도 통했다! 하지만 전력 양극화된 LCK의 과제는?
롤드컵에 나설 LCK 4개팀이 모두 확정됐다.
지난 20일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맞붙은 젠지와 T1이 LCK 1번 시드와 2번 시드를 확정한 가운데, 24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한국 지역 대표 선발전을 통해 KT롤스터 그리고 26일 디플러스 기아가 3번과 4번 시드를 각각 획득했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5년만에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올해는 LCK의 경쟁이 예년보다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상위 5개팀으로 이뤄진 이른바 '서부 리그', 그리고 하위 5개팀의 '동부 리그'의 실력차가 한층 더 도드라진 시즌이 되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롤드컵 진출'이라는 공식이 어김없이 적용된 것은 물론이다.
프로팀들의 '숙명'인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FA 시장에서 검증된 선수를 대거 영입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보이지만, LCK의 시장 규모나 자금 사정이 제각각인 소속팀들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구도가 LCK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LCK의 제도 변화의 실효성이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투자와 조화, 승리의 보증수표
디플러스는 5년 연속, 젠지는 4년 연속, T1은 3년 연속 롤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KT는 2018년 이후 5년만이다.
이들 4개팀은 올 시즌 스프링과 서머 시즌에서 계속 1~5위에 머문 강팀이었기에 롤드컵 진출은 당연했다. FA가 된 선수를 적극 영입하거나 혹은 이미 이름값과 몸값이 상당히 오른 기존 선수들을 주저 앉혔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스프링 시즌을 압도한 T1이 프랜차이즈 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중심으로 치열한 2군 시스템을 통해 키운 내부 멤버들을 잘 지켜냈다면, 서머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KT는 '기인' 김기인, '비디디' 곽보성, '리헨즈' 손시우 등 3명의 네임드 선수를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 영입, 팀워크를 완성시키며 오랜만에 강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젠지는 '하체 라인'을 내부에서 성장시킨 '페이즈' 김수환과 다소 이름값이 처지는 '딜라이트' 유환중으로 채웠지만 이미 검증된 상체 라인의 힘 덕에 상하체 균형을 제대로 잡았고, 디플러스는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4위에 머물렀지만 역시 6년간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 '캐니언' 김건부와 '쇼메이커' 허 수를 중심으로 베테랑인 '데프트' 김혁규와 '칸나' 김창동 영입 효과로 T1과 젠지도 이루지 못했던 5연속 롤드컵 진출이란 LCK 신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이들 4개팀과 올해 5강 체제를 유지했던 한화생명e스포츠가 5명의 라인업을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며 2년만의 롤드컵 진출을 정조준 했지만, 26일 열린 지역 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디플러스에 1대3으로 패한 것은 그만큼 신구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해 신예 선수들로만 구성했다가 압도적인 최하위에 머문 한화생명은 검증된 영입 멤버들 덕에 마지막까지 경쟁력을 보여주며 투자 효과를 확실히 보여준 '절반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벌어진 실력차, 깊어진 고민
문제는 올해로 LCK 프랜차이즈가 3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서부와 동부 리그의 실력차가 이처럼 또렷해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이다.
상위와 하위팀의 경계선이자,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5위와 6위의 격차는 올 서머 시즌에서 더욱 벌어졌다. KT와 젠지가 정규리그에서 단 1~2패에 끝까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인 탓도 있지만,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6위팀 이하가 상위팀의 '승리 자판기' 역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스프링 시즌에선 그나마 리브 샌드박스가 가끔씩 상위팀을 잡아내며 경쟁력 있는 6위팀의 역할을 했지만, 서머 시즌에선 DRX가 T1에 2승 그리고 OK저축은행 브리온이 디플러스와 젠지, T1에 각각 1승씩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상위팀들에 승리는 커녕 단 한 세트도 뺏기 힘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만약 T1이 이상혁의 부상 이탈로 시즌 중반 1승 7패의 예기치 못한 부진에 빠지며 승리를 '헌납'했던 변수가 없었다면 5위와 6위의 승차는 더 벌어졌을 것은 분명하다. 서로 치고 받는 하위팀들끼리의 경쟁이 끝까지 펼쳐졌지만, 상위팀들에 비해 경기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수나 경기를 방송으로 지켜보는 뷰어십 등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는 리그의 경쟁력과 인기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장은 상위팀들의 인기와 실력에 기댈 수 있지만, 이대로 흘러가면 절반짜리 리그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라 팀의 변화가 없기에,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위 5개팀 중 디플러스를 제외하곤 국내외 대기업이나 탄탄한 자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와 경쟁력 있는 2군 체제를 유지할 여력이 있지만, 하위팀 중 DRX, 리브 샌드박스, 브리온은 다양한 스폰서 영입으로 유지해야 하는 e스포츠 전문 회사라 이미 최소 10억대 이상의 몸값이 된 검증된 FA 선수 한 명이라도 쉽게 영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DRX가 지난해 기적에 가까운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자본 싸움에 밀려 우승 멤버 중 조건희 단 1명만 재계약에 성공하며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지속 가능성, 가능할까
결국 이를 타개할 기본적인 해결책은 경쟁력 있는 선수를 계속 키워낼 팀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하위권팀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2부 리그 출신인 디플러스(당시 담원)와 그리핀(해체)이 대부분 새롭게 키워낸 신예들로 2019년 롤드컵까지 올랐고 당시 활동하던 선수들이 지금도 여전히 각 팀들의 주전으로 맹활약중이며, T1이나 젠지 역시 자체 아카데미를 통해 길러낸 선수들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하지만 쓸만한 선수 한 명을 키워내는데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다, 기존 스포츠와 달리 e스포츠는 선수 생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2년 이상 한 팀에 소속된 선수가 거의 없으며, 이로 인해 신예 발굴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규모 투자로 유명했던 북미 시장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 하락과 리그 경쟁력 저하로 기존 팀들조차 흔들리고 있으며, 여전히 큰 시장인 중국의 경우 경기 침체로 인해 예년처럼 마구잡이 한국 선수 영입을 자제하고 특급 플레이어만 선별적으로 데려가는 등 해외 리그의 변화와 불확실성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다소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리그를 만들기 위해 LCK에선 유망주 육성을 보장하는 '육성권'을 시작으로 핵심 선수와의 우선 협상권을 주는 '지정 선수 특별협상 제도', 일명 샐러리 캡이라 할 수 있는 '균형지출제도' 등의 제도를 올해 스토브리그 혹은 내년 스토브리그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올 스토브리그에서 시범적으로 그리고 2025년 시즌부터 본격 시행될 균형지출제도가 이미 팀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훌쩍 넘으며 리그 규모에 비해 기형적으로 높은 선수 연봉을 제어하는 대신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상하위팀의 투자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현재의 양극화 리그를 완화시킬지에 대한 긍정적 측면과 함께 중하위 수준 선수들이나 신예들의 기회가 늘어나는 대신 특급 선수들의 해외 리그 유출 가속화를 가져오고 이 영향으로 리그 수준이 떨어지는 하향 평준화가 아닐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어쨌든 상황 타개를 위한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팀들 역시 지출만을 줄이는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각자의 수익 창출을 위해 더욱 매력적이고 경쟁력 높은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적극적인 모색이 필수적인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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