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9.64' 클로저라니…"다시 보직 안 바꾼다" 이승엽 뚝심 괜찮을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다시 보직을 바꾸고 그럴 일은 없다. 지금 자리에서 이겨내야 한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27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 앞서 새 마무리투수 정철원을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15일 대대적인 마운드 개편에 나섰다. 시즌 내내 고전하던 사이드암 선발투수 최원준을 불펜으로 보내면서 좌완 최승용을 선발로 돌리고,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진 마무리투수 홍건희와 셋업맨 정철원이 서로 보직을 맞바꾸게 했다. 마운드에 안정감을 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정철원은 마무리 타이틀을 단 뒤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보직을 변경하고 등판한 5경기에서 2세이브, 4⅔이닝, 평균자책점 9.64에 그쳤다. 강속구와 제구력, 두둑한 배짱 등 정철원을 대표하는 장점들이 최근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기간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수)는 3.43에 이른다. WHIP는 2만 넘어도 심각한 수치인데, 정철원은 그 이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0.478에 이른다. 표본이 적은 탓이기도 하지만, 정철원의 현재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26일 잠실 SSG전에서는 평소답지 않게 보크까지 저지르며 무너졌다.
정철원은 그동안 마운드에서 시속 150㎞ 강속구를 꽂고, 득점권에 주자가 있고 볼카운트가 불리해도 과감하게 포크볼을 떨어뜨리는 배짱 두둑한 투구를 펼쳐왔다. 지난해는 23홀드를 챙기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해도 전반기 39경기에서 5승, 2세이브, 11홀드, 40⅔이닝,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하며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감독이 마운드 개편을 추진할 때 정철원에게 가장 중요한 마무리 보직을 맡긴 건 부담감을 이겨낼 실력과 성격을 모두 지녔다고 판단해서였다.
이 감독은 정철원의 고전에 "마무리라는 직책이 힘든 것 같다. 뒤에 투수가 없으니까. 다음 이닝이 있다고 생각하면 투수들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정)철원이가 부담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대체적으로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정철원의 부활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다시 보직을 바꾸고 그럴 일은 없다. 지금 보직에서 이겨내야 한다. 마무리투수는 뒤가 없다. 마지막 투수라는 책임감을 갖고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철원을 한번 만나서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할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 단단한 각오로 자리의 무게를 견디길 바랐다.
이 감독의 바람과 달리 정철원은 27일 잠실 SSG전에서도 기대 이하의 투구를 펼쳤다. 5-5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2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⅓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에 그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첫 타자 박성한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2사 3루까지는 버텼는데, 전의산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얻어맞아 5-6이 됐다.
김명신의 책임주자 득점을 막지 못한 정철원은 더 흔들렸다. 다음 타자 하재훈에게 안타를 맞고, 2사 1, 2루 김성현 타석 때 폭투까지 저지르며 2, 3루로 상황을 바꿨다. 그리고 김성현에게 좌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5-8로 벌어지면서 SSG에 완전히 분위기를 내준 쐐기타였다. 이 감독은 그래도 정철원이 10회를 스스로 매듭짓길 바랐지만, 9번타자인 이흥련까지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1, 2루를 자초했다. 결국 이 감독은 김유성으로 마운드를 교체했고, 김유성이 김강민을 중견수 뜬공을 처리하면서 다사다난했던 10회초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두산은 2연패에 빠지는 바람에 시즌 성적 54승53패1무에 그쳐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최근 4연승으로 5위로 올라선 KIA 타이거즈와 0.5경기차에 불과하긴 하지만, 5강 싸움을 이어 가려면 불펜 안정화가 절실하다.
이 감독이 앞서 언급했듯 정철원 외에도 김명신, 박치국, 홍건희 등 개막부터 필승조로 활약했던 투수들의 구위가 다 떨어져 있다. 최근에는 최원준과 이영하가 그나마 안정적이긴 했으나 마무리 보직을 대신할 정도로 불펜에서 안정감을 증명하진 못했다.
섣불리 다시 보직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철원이 살아나지 못하면, 이 감독은 갈수록 난감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철원은 이른 시일 안에 이 감독이 뚝심으로 마무리를 계속 맡길 명분을 찾아줄 수 있을까. 정철원도 이 감독도 돌파구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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