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정찰·타격까지···“평양 상공 휘젓고 다닌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공군력 열세 상쇄 위해 무인기 개발 집중
튀르키예, 4개월만에 전력화돼 실전 투입
대북 정찰 ‘한국형 리퍼’ 2028년까지 양산
“만약 1대의 무인기를 서울 상공에 침투시키면 10배 이상의 무인기를 날려 보내 평양 상공을 휘저을 것이다”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 도발이 발각되면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북한의 심장부인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가 있는 평양의 건물 등을 촬영하고 공개해 북한을 흔들겠다는 속내다. 최근 무인기는 무장까지 가능해 감시와 정찰 수준이 아니라 언제든 공격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하라는 심리전 성격의 북한 지휘부 압박용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인기는 상당 수준까지 올라서 우리에겐 위협적인 존재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날개폭 1~6m급 소형기 위주로 20여종 500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자폭형 공격용 무인기도 소량 보유하고 있고, 원거리 정찰용 중대형 무인기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차량 지붕에 설치된 발사대에 탑재된 자폭형 공격용 무인기를 공개했다.
당시 북한의 무인기는 보유는 10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7년이 흘러 현재는 5배 이상 늘어난 무인기 보유 대수와 함께 감시·정찰을 위한 카메라 성능이 대폭 개선되고, 무기 탑재가 가능한 공격용 무인기로 진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지난 1월 정책연구보고서에서 북한이 2014년 중국이 개발한 고성능 전투용 무인기 ‘차이훙(彩虹·CH)-4’과 유사한 중고도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아직 (제원 등은) 베일에 가려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이 작년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무인기로 공중에 다양한 형상을 시현했”며 “이는 북한의 드론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군집드론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도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 무인기가 남측의 핵심 목표물을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은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한 무인기에서 입증됐다. 당시 이 무인기 카메 라(일본 소니사 DSLT·메모리 64GB)에는 500여장의 사진이 찍혔고, 이 중 10여장은 경북 성주 사드 기지가 선명하게 담겼다. 5년이 지난 최근까지 북한의 무인기 성능을 더욱 개선될 수 밖에 우리 군의 무인기 개발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핵·미사일에 이어 중대형 무인기 분야에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북한보다 훨씬 먼저 시작해 앞서 있었던 중대형 무인기 분야에서도 자칫하면 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10여 년에 걸쳐 수천억원을 투입해 첨단무인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창고에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국산 중고도 무인기는 10km 이상 고도에서 수십 시간 비행하며 정찰과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미국 첨단 무인기 리퍼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의 최신 무인 정찰 공격기와 그레이 이글을 모델로 한 차기 군단급 무인기 개발도 실전 배치되지 못한 채 창고에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감사원의 감사 탓이다.
감사원이 두 무인기 개발이 거의 끝난 지난해 5월, ‘무인기 운용 실태 감사’를 개시하면서 후속 절차가 중단됐다. 감사원은 무인기 개발 과정 등을 약 1년간 감사한 끝에 풍향과 풍속, 급변 시 착륙 불안정, 고도 상승에 따른 결빙 제어 이상 등을 결함으로 지적하고 연구원 5명의 징계를 결정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현재 재심의가 진행 중이다.
육군의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 사업의 경우도, 감사원이 육군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지 못 해 북한 57mm 고사포 사정권에 드는 만큼 비행고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개발비용(1180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성능 좋은 외국 기종 수입을 권고했다. 결과론적으로 감사원이 차세대 군의 핵심 전략인 무인기 전략화에 제동을 건 것이다. 단순화하기는 그렇지만 10년에 걸친 연구개발 노력을 감사보고서 몇 줄로 창고에 방치하도록 만든 셈이다.
특히 북한의 무인기 전력화 수준이 해킹을 통해 습득한 카피 수준의 기술력으로 무시하면 안된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2년 12월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서울 한복판인 용산 대통령실 인근과 수도권,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침투시킨 것처럼 ‘드론 벌떼작전’, ‘무인기 벌떼작전’에 현재로서는 효율적 대응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에 러시아 대표잔에게 전격 공개한 첨단 무인기부터 저비용 고효율의 소형 무인기까지 대규모 전력화는 당장이라도 남한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군은 북한의 무인기 전력을 300∼5000대에서 많게는최대 1000대까지 개발해 운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한 비해 공군 전력의 열세를 상쇄하기 위해 무인기 개발에 집중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1990년대 초반부터 ‘방현’ 시리즈의 무인기를 개발해 생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현 시리즈는 중국의 ‘D-4’를 개조한 것으로 ‘방현-Ⅰ’과 ‘방현-Ⅱ’가 있다. 여기에 정찰부터 공격 임무를 함께 하는 다목적 무인기 ‘두루미’도 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탑재된 장비와 무기들의 수준은 미국보다 질적으로 떨어지지만,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는 저비용 고효율 방식의 벌떼작전을 펼칠 경우에는 매우 위협적인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미 군사 당국이 북한의 무인기 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까닭이다.
군과 정보 당국도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비서가 통일전선부 고문 직책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 김영철의 등장은 무인기를 통한 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까지 북한 무인기 침투 사례는 드러난 것만 8차례다.
군의 한 정보 소식통은 “북한은 우리 측에서 로켓 잔해를 인양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고 이를 표출할 기회를 준비 중”이라며 “저렴하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잇는 무인기 재도발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소형뿐 아니라 대형 무인기 시험비행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에서 날개폭이 약 35m인 드론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같은 비행장에서 포착된 20m짜리보다 이번 무인기 날개폭이 두 배 가까이 길다고 전했다. 이 무인기는 북한에서 포착된 무인기 중 가장 큰 것이다. 날개폭이 긴 것으로 미뤄 태양광 무인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에 나타난 이 대형 무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EAV-3)’와 모양이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륙 지역에 있는 북한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탐지해야 미사일과 무인기 위협에 맞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 거리에서도 휴전선 넘어 북한 깊숙한 지역을 감시· 정찰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전차 등을 파괴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며 무인기는 저비용 맞춤형 전력 자산으로 부각하고 있다. 당장 튀르키예가 개발해 전력화된 ‘바이락타르 TB2’다. 미국 리퍼와 함께 무인 공격기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바이락타르 TB2는 체공 시간과 무장 탑재 능력 등에서 우리 MUAV보다 상당히 떨어지지만, 2014년 전력화돼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등 실전에서 명성을 떨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이락타르 TB2는 2014년 4월 처음 비행했는데 불과 4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전력화돼 여러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다. 우리 MUAV가 2017년 첫 비행 뒤 6년이 지나서야 양산(전력화)이 결정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원래 세계 중대형 무인기 강국은 미국, 이스라엘이지만 2018년 이후 세계 중대형 무인기 수출 시장의 최강자는 튀르키예다. 튀르키예가 짧은 기간에 군용 무인기를 급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해외 무인기 도입 제한으로 국산화 개발이 절실해진 데 따른 절박감이다. 이런 점은 북한과 유사하다.
현해 중대형 무인기 수출 순위는 튀르키예-중국-미국-이스라엘이다. 튀르키예는 바이락타르 TB2를 개발한 개인 기업 바이카르와, 국영기업인 TAI가 무인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며 세계 군용 무인기 시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리보다 10년 뒤져 있던 튀르키예가 이젠 우리보다 10년이나 앞섰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우리가 더욱 무인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각 국의 무인기 개발은 치열하지만 그 정보는 제한적이다. 전 세계에는 최소 2만1000개, 많게는 3만개 이상의 무인기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군용 드론 시장은 121억3000만 달러로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5년에는 268억2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무인기는 기존 유인기가 수행하기 어려운 임무 부여가 가능한 장점으로 매년 각 국의 군에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무인기는 전투능력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과 상대방의 레이더 등의 탐지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정보와 감시, 정찰을 비롯해 심리전, 전자기전 등 군사작전 용도로 미래전에 있어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글로벌호크는 고고도 무인기로써 성층권까지 비행할 수 있다. CCD센서, 적외선센서 그리고 합성개구레이더(SAR : Synthetic Aperture Radar)를 사용해 24시간 동안 약 7600㎡의 넓이를 0.3m 해상도로 촬영이 가능하다. 2021년 8월엔, 수천km 떨어진 미 본토에서 정찰 및 공격을 할 수 있는 MQ-9 리퍼 무인기를 조종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 테러의 기획자를 헬파이어 R9X 미사일로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살에 성공했다.
중국은 2018년 리퍼와 유사한 수준을 지닌 윙룽-2 무인공격기를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32시간을 체공할 수 있고, 480kg의 무장 탑재가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미국산 그레이 이글 무인공격기와 비슷한 능력을 갖췄다고 알려진 윙룽-1E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전술급 드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 중이. 무인기 제조사인 IAI사와 Elbit사를 주축으로 미국을 포함한 42개국 이상에 무인기 관련 기술과 완제품 무인기 수출을 통해 무인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무인기는 주로 저고도 및 중고도용으로 개발 및 운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무인기 분야 체계통합 업체(EADS, Sagem, Dassault, Altec, Alcore 등)와 항공전자 업체(Aerospatial, Thales 등)가 협업해 임무 장비 분야에 개발 능력이 우수하다. 중고도 장기체공 드론인 Eagle-1 개발과 EU와 공동 개발 중인 무인 공격기 nEUROn의 개발을 주도하는 등 무인기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1990년 초반부터 드론 운용 경험과 임무장비 개발에 독자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전술급 군용 무인기(KZO/Luna 등)를 개발해 운용 중이며, 최근에는 글로벌호크를 들여와 EADS와 함께 Euro Hawk를 공동 개발했다. 영국도 태양광을 활용한 장기체공형 무인기 Zepher를 개발했다. 전술급 무인기 Phoenix도 개발 및 운용 중이다.
우리 군은 2000년 ‘RQ-101’(송골매) 군단급 무인정찰기 체계를 개발해 실전배치한 것이 무인기 전력화의 첫 걸음이다.
RQ-101은 육군 군단의 ‘눈’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활동반경이 좁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핵심인 감시정찰능력 강화와 북한 내륙지역 감시를 위해선 우수한 무인정찰기 개발이 필요했다. 군 당국은 2006년 중고도무인정찰기 사업을 추진해 2008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사업을 주도하고, 대한항공(체계개발), 한화시스템(전자광학장비), LIG넥스원(합성개구레이더 및 지상통제체계 등)이 참여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군 당국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스텔스 무인정찰기 개발은 최종 목적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22년 세미나에서 스텔스 무인정찰기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의 X-47B 무인전투기와 RQ-180 스텔스 정찰기를 섞어 놓은 형태로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모델이다.
전자광학 적외선 탐지 장비와 합성개구레이더(SAR) 등을 탑재해 유사시 언제든지 북한 영공 깊숙이 침투해 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하있다. 당초 2027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당장 대북 감시 임무를 수행할 중고도 정찰 무인항공기(MUAV)에 1순위를 두고 전력화에 들어간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제15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 회의에서 MUAV 양산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2028년까지 9800억 원을 투입해 전력화 할 예정이다.
MUAV 사업은 공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을 위한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연구 개발한 후 양산하는 사업이다. 양산 사업이 종료되면 북한 종심지역 표적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수집과 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한국판 리퍼’로 불리는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MUAV) 양산 사업은 공군의 독자적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히 성능 면에서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미국의 ‘MQ-9 리퍼’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퍼는 900마력짜리 엔진을 탑재해 14시간 가량(무장 기준) 작전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 군이 운용할 MUAV는 길이 13m, 폭 26m의 크기로, 미국의 리퍼보다 강력한 12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이 장착된다. 이를 통해 고도 6~13㎞ 상공에서 24시간가량 작전을 수행하며 은밀하게 100㎞ 밖 지점의 고해상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여기에 대전차미사일 등 자체 무장도 가능해 그 위협이 더욱 강력해진다.
리퍼는 ‘죽음의 신’을 뜻한다. 실제 미국의 리퍼는 자체 무장을 통해 2018년 극단주의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 수장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을 암살하는 작전 등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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