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전혜진 친구처럼..결혼 보통 일 아냐"…'잠' 이선균이 밝힌 '결혼백서'(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봉준호 감독과 함께 칸과 아카데미를 점령한 배우 이선균(48)이 이번엔 '봉준호 키드'와 의기투합, 본 적 없는 'K-공포'로 9월 극장가 문을 두드렸다.
공포 영화 '잠'(유재선 감독, 루이스픽쳐스 제작)에서 행동장애 진단 후 치료에 전념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기행으로 잠들기 두려운 남편 현수를 연기한 이선균. 그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잠'의 출연 계기부터 전작 '첩첩산중'(09, 홍상수 감독) '옥희의 영화'(10, 홍상수 감독) '우리 선희'(13, 홍상수 감독) 그리고 '잠'까지 무려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정유미를 향한 무한 신뢰를 전했다.
'잠'은 귀신이나 혼령 등 초자연적 존재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호러 영화의 흔한 통념을 벗어나 매일 옆에서 함께 잠드는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기이한 행동을 하는 몽유병 또는 수면 중 이상행동 설정을 공포 장르로 풀어 관심을 끌었다. 한국 영화에서 그간 보아온 미스터리 장르 영화의 문법과는 다른 신선한 접근으로 긴장감과 공포감을 선사, 무더운 늦여름을 잊게 만들며 한국 공포 장르 신기원을 열었다.
이러한 '잠'은 올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그리고 제18회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연이어 초청되며 한국 공포 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이선균은 '잠'에서 잠들면 이상한 행동을 저지르는 남편 현수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음 날 아침 기억이 없지만 집안에 남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보며 점점 자신이 두려워지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얻고 있다. '잠'에 공포와 미스터리를 드리우는 당사자이자,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해 스스로가 두려워지는 이중 변신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이선균은 "'잠'은 유재선 감독보다 먼저 봉준호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다. 사실 봉준호 감독의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유재선 감독의 칭찬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믿음으로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실제로 시나리오가 군더더기 없어서 재미있게 잘 읽었다"며 "일단 봉준호 감독의 키드라고 하니까 기대치가 높아지지 않나? 그 기대치를 쭉 가지고 가야겠다 싶었다. 실제 유재선 감독과 호흡을 맞춰 보니 봉준호 감독이 유재선 감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더라. 신인 감독은 조급함도 많을 텐데 오히려 차분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쭉 밀고 나가려고 하더라"고 밝혔다.
몽유병을 겪는 캐릭터 현수에 대해서 이선균은 "나는 다정한 남편이라기보다는 아내 전혜진과 친구처럼 지낸다. 영화 속에서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가 없다'라는 가훈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 가훈 자체가 공포일 수 있다. 사실 결혼은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런 의지로 살아야 한다. 정말 결혼은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고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현수 캐릭터를 조금 무딘 남편처럼 보여야 하나 싶다. 그런데 내가 봐도 그 모습이 짜증 나니까 영화 속 수진(정유미)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며 "과거 이동진 평론가가 나에게 '짜증계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는데 요즘 보면 짜증 연기는 박정민이 너무 잘하더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서 박정민의 짜증 연기를 보고 너무 놀랐다. 나도 조만간 짜증 연기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요즘에 너무 안 했나 싶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유미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소회도 특별했다. 이선균은 "처음에 '잠'을 가장 망설인 부분 중의 하나가 정유미와 내가 신혼부부라는 설정이라는 것이었다. 신혼부부 자체에서 많이 주저했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제일 큰 고민이었다"며 "정유미가 '잠'에 출연한다고 결정한 뒤 서로 신혼부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맡은 현수가 열심히 연극배우로 생활하다가 늦장가 가는 콘셉트로 가야 하나 싶었다. 애써 합리화하면서 만들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유미와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안 알려져서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 우연인지 정유미와 내가 맡아온 호흡이 모두 비슷한 결의 느낌이었다. 마치 장기 연애를 하다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느낌이랄까. 정유미는 촬영 때 솔직하고 과감하게 연기를 한다. 평소에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스타일인데 연기할 때는 누구보다 과감하게 한다. 연기할 때 정유미는 정말 재미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잠'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애 공식 초청을 받아 전 세계 공개됐다. 특히 이선균은 올해 칸영화제에 동료 배우이자 아내 전혜진은 물론 두 아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이선균은 "올해 칸영화제에 가족들과 같이 갔는데 정작 칸에서 영화를 본 아이들이 공포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가 나중에 화를 냈다고 하더라. 심지어 큰애는 너무 무서워서 울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촬영한 작품이라 객관적으로 못 봐서 이게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을 못 했는데 아이들은 좀 무섭게 본 것 같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놀이동산에 가자고 했는데 갑자기 공포의 집을 데리고 간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머쓱해했다.
그는 "우리 가족에게 칸영화제가 좋은 경험이 됐다. 레드카펫을 밟을 때 아이들이 정장도 차려입고 가야 하니까 '이런 걸 왜 해야 하나' 불만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후 레드카펫 밟을 때 많은 관심을 받으니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우리 가족들에게 흔치 않지 않은 기회였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또 없을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좋은 추억이 됐다"고 덧붙였다.
'잠'은 정유미, 이선균이 출연했고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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