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다선 의원·특혜 넣어라’ 지시…왜 무리수 뒀을까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라임펀드 환매에 다른 펀드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의 “특혜성 환매”로 “다른 투자자에게 손실이 전가됐다”는 금융감독원의 기존 발표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해당 펀드 환매에는 라임자산운용의 고유자금 2억여원이 투입됐는데, 펀드 부실화를 은폐하려는 운용사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운용사가 아닌 김 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건 이복현 원장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손실 다른 투자자에 전가” 사실과 달랐다
27일 금감원과 김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의원이 투자한 개방형 펀드 ‘라임마티니4호’의 환매에는 다른 펀드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 운용사 라임의 고유자금 2억5천만원만 이용됐다. 김 의원을 포함한 투자자 16명은 2019년 9월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권유로 환매를 진행한 바 있다. 2억원을 투자했던 김 의원도 과거에 받은 배당 등을 포함해 총 1억6400만원을 돌려받았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의 고유자금이 일부 투입됐다는 얘기다.
운용사 고유자금은 펀드 투자자의 돈이 아닌 운용사의 자기자본을 뜻한다. 운용사가 고유자금을 펀드 환매에 쓸 경우 업무상 배임이나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운용사의 고유재산인 만큼, 이를 특정 펀드 환매에 투입한다고 해도 다른 펀드 투자자가 입게 될 손실이 커지진 않는다.
김 의원이 봤어야 할 손실이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됐다”는 금감원의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낸 보도자료에 “(라임마티니4호를 포함한 4개 펀드에서)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과 운용사 고유자금 4억5천만원을 이용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며 “4개 펀드 투자자의 손실을 다른 펀드 투자자에게 전가했다”고 적었다. 일부 투자자의 예시로 “다선 국회의원(2억원)”을 명시했다. 문제되는 여러 펀드를 뭉뚱그려 표현하면서 오해의 소지를 키운 것이다. 환매에 다른 펀드 자금을 투입한 건 언급된 4개 펀드 중 라임마티니4호 등을 제외한 2개에만 해당한다.
라임자산운용과 김 의원 간의 연결고리도 확인된 바 없다. 외려 금감원 내부에서는 김 의원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운용사 고유자금이 투입된 사실을 몰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부실화와 관련된 정보를 미리 입수한 판매사 미래에셋증권이 운용사에 환매를 요구했고, 라임자산운용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고유자금을 투입해 환매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 본질 아닌데도…이복현 “국회의원 명시하라” 지시
결국 금감원이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다선 국회의원”은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먼 셈이다. 이는 펀드 검사를 담당한 금감원 임직원들도 모두 공감하는 지점이다. 조사결과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의 부실을 은폐해 환매 중단 사태를 일부러 늦춘 데 초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함용일 부원장도 지난 24일 “우리는 누가 특혜를 받았는지 들여다본 게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선 국회의원”의 “특혜성 환매”를 전면에 내세운 건 이복현 원장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라임펀드 추가검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다선 국회의원’이라는 표현을 보도자료에 넣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 문구는 총 13쪽짜리인 보도자료의 본문 첫 장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금감원 검사 기능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이례적으로 라임펀드가 투자한 회사들의 횡령 혐의까지 들여다봤다. 비금융회사에서 발생한 횡령은 금감원의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그러면서 횡령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금감원은 지난 2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라임펀드의) 피투자회사에서 발생한 자금유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금흐름 및 사용처(불법 로비자금 및 정치권 유입 등)가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수사과정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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