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눈 검찰, 재판 중 증인·변호인 잇단 ‘위증 수사’ 논란
법조계, 피고인 방어권 침해 등 지적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또 불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무죄를 첨예하게 다투는 이 대표 관련 사건 재판에서 파생되는 검찰의 위증 수사가 늘고 있다. 진행 중인 재판의 증인이나 변호인을 위증 혐의로 수사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해치고 판사의 재판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7일 검찰에 네번째 출석한 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위증을 교사했는지 조사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9년 2월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아무개(55)씨에게 ‘재판에서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 쪽에서 세웠던 증인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고, (이 대표가) 허위 진술을 종용한 것이 확인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쪽은 검찰이 김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3월 말 “진실을 증언해달라는 것이지 위증을 요구한 게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김씨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17일, 검찰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대표의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박아무개, 서아무개씨도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증인이었던 이아무개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의 위증 혐의 수사를 위해서다. 지난 24일엔 김 부원장의 선임변호인이었던 이아무개 변호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전 원장은 법정에 나와 김용 전 부원장이 1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고 검찰이 특정한 날의 ‘알리바이’를 대준 인물이다. 증인의 법정 진술과 검찰 수사가 어긋난 것이다. 이후 검찰은 위증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인의 증언이 객관적 증거와 명백히 배치돼 위증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원장 쪽은 입장문을 내어 “증인신문에 관여한 변호인을 위증교사 혐의로 가택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폭거”라며 “피고인과 변호인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증언을 요청했을 뿐, 위증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일부 증인이 위증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죽음 이후 김 처장의 아들을 만났는데, 검찰은 이 전 사장이 이 사실을 이 대표 측근에게 보고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은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증인과 변호인에 대한 위증·위증교사 수사가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증죄는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진술이 아니라 ‘증인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 대표 관련 사건에선 검찰이 ‘객관적 사실’을 언급하면서 위증죄로 수사를 해 지나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판사는 “일단 재판이 시작되면 법원(판사)은 온전하게 증언을 청취하고 판단하기를 원한다”며 “검찰이 위증 혐의로 수사를 하면 증인과 피고인이 위축돼 재판의 주체인 판사의 재량권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등법원 판사는 “위증죄 수사가 공판중심주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고, 위증 수사 후 증인이 진술을 번복하면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이 대표 관련 사건은 유무죄를 치열하게 다퉈 증인의 진술이 중요하니까 위증 수사가 늘고 있지만, 검찰 입장에서도 (위증 수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올해 1~7월 위증죄 적발 건수가 지난해에 견줘 63.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위증 범죄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서 빠졌다가, 지난해 시행령 입법으로 다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됐다.
이재호 ph@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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