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한국 도달 시기 왜 '제각각'?...약해진 구로시오 해류 '변수'
정부는 "최소 4~5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방류된 오염수는 우리 해역으로 언제쯤 들어올까? '4년에서 5년 사이'. 우리 정부가 방류 전부터 예측해 온 시점이다. 최소 시점이란 걸 강조한다. 올해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공동으로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나온 결과에 따르면 원전 오염수는 방류 이후 4, 5년 뒤 우리 해역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류 이후 일단 태평양으로 퍼져 나간다. 먼저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간 뒤 캘리포니아해류를 타고 남하한다. 그리고 북적도해류를 타고 다시 방향을 틀어 동아시아 쪽으로 향한다. 다시 구로시오 해류를 만나 일본 열도를 중심으로 반으로 갈린다. 한쪽은 일본 동쪽 해역으로 다른 한쪽은 타이완 인근 해역을 타고 우리 남해와 동해로 흐른다. 오염수가 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돈다는 얘기다. 이 기간에 바닷물에 희석되면서 우리 바다로 들어오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같은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날 '우리바다지키기 검증TF' 회의를 통해 같은 얘기를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우리나라 바다에 최소 4년에서 5년 뒤에 도착한다"면서 "우리보다 오염수가 먼저 도달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은 왜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지 않겠느냐"며 반대 여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보다 훨씬 짧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2년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7개월여(220일) 만에 한국 해역에 유입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유출된 세슘-137의 농도를 1이라고 할 때 이 농도의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 제주 인근 해역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달할 순 있어도 영향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타이완 당국은 1∼2년 후면 오염수 일부가 타이완 인근에 도착할 것으로 추정했다. 타이완 교통부 중앙기상국(CWB)이 행정원 원자력위원회(ACE)와 공동으로 범정부적 차원의 '방사성물질 해역확산 해양정보 플랫폼'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결과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10년 동안의 해류 자료와 일본 당국의 오염수 배출 계획을 근거로 시행됐다.
타이완 당국이 추정한 오염수 이동 경로는 우리 정부 예측과 비슷하다. 오염수 대부분이 구로시오 해류와 북태평양 해류를 타고 미국 서해안 해역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오염수의 일부가 해류의 양쪽에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중규모 소용돌이에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북적도 해류와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으로 1∼2년 후면 타이완 인근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망한 점이다. 다만 타이완 당국은 "방사선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일본 오염수 방류에 가장 극렬히 반대하는 중국의 칭화대는 400일이면 한국 영해 전역에 오염수가 도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물질의 농도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예측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수가 있다. 바로 '해류'다.
지난 2월 국책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시행했던 시뮬레이션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구로시오 해류였다. 오염수 방류 2년 뒤인 오는 2025년 제주 해역에 일시적으로 리터 당 0.0000001㏃(베크렐) 농도의 삼중수소가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해류는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몇 달 전 이와 관련된 단독 보도가 있었다. 지난 3월 <조선비즈>는 우리 정부가 구로시오 해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단독] '방사능 오염수 방패' 구로시오 해류가 심상찮다…정부, 450억 원 들여 분석 착수 / 2023.03.16) 구로시오 해류는 필리핀 동쪽 바다에서 일본 열도 남쪽을 따라 북동쪽으로 흐르는 해류로, 방류된 오염수가 처음 합류하게 된다. 대서양의 멕시코만류 다음으로 규모가 큰 난류다. 구로시오 해류가 중요한 이유는 오염수가 처음부터 우리 해역으로 오지 않도록 해주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우리 해역 도달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변동성이 강해지고 있는 구로시오 해류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 및 위기 대응 시나리오 구축을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들어 구로시오 해류의 세기가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동아시아 일대 수온이 오르면서 해류의 세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양 순환 전문가의 인터뷰도 실었다.
구로시오 해류가 오염수를 강하게 위로 올려야 초기부터 우리 해역으로 오지 않는다. 그런데 해류 세기가 약해지면 적은 양이더라도 우리 해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2027년 말까지 5년여에 걸쳐 45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류(海流). 일정한 방향과 속도로 이동하는 바닷물의 흐름이다. 드넓은 바다에서 밀도가 같은 해수들이 형성하는 물 덩어리들의 운동에 의해 발생한다. 해류를 야기하는 힘에는 바람과 압력 차, 중력 등이 있다. (출처:네이버 해양학백과) 기후 변화가 적을 경우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지만, 수온 상승 등 여러 크고 작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해양과 기후 관련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의 예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여당은 '오염수 괴담'으로 우리 국민이 불필요하게 불안해한다고 말한다. 비판 세력이 '괴담'으로 오염수 문제를 정치화한다고 반발한다. 계속해서 안전하다는 말보다는 정확한 '우리의 정보'가 국민들에게 잘 전달된다면 '괴담'은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설사 야당이, 일부 언론이, 일부 시민단체가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마저 없는 주장을 내놓더라도 국민들은 쉽게 믿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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