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 트레이드' 후 한 달, 프로야구 판도 바뀌었다[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3시즌 KBO리그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순위경쟁으로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반기부터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1위 싸움이 눈길을 끌었고 3위부터 9위까지 중위권 경쟁 역시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LG와 키움은 지난달 29일 '빅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는 키움으로부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 최원태를 받았고 키움은 LG의 핵심 유망주 이주형, 김동규와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빅 트레이드 후 KBO리그의 판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후반기 초반 LG와 SSG의 2강 구도, 5위와 멀지 않았던 키움
지난해 우승팀인 SSG와 정규리그 2위팀 LG는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했다.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상승세를 타며 잠시 1위를 차지했지만 SSG와 LG는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호성적을 올렸다. 결국 후반기 초반 두 팀의 양강구도가 펼쳐졌다. 7월28일까지 1위 LG와 2위 SSG는 2.5경기 차이였다.
잘 나가는 두 팀이었지만 약점도 뚜렷했다. LG와 SSG 모두 선발진이 흔들렸다. LG 선발진은 지난해 다승왕이었던 케이시 켈리, 'WBC 국가대표' 김윤식의 부진으로 선발의 강력함을 잃었다. 5명의 선발투수 중 아담 플럿코, 임찬규 외에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다.
SSG는 '에이스' 김광현,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베테랑 우완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은 제구력 난조로 볼넷을 남발했다. 좌완 유망주 선발투수 오원석도 SSG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LG와 SSG는 선발진 약점을 상쇄할 강력한 타선과 불펜진을 보유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선발진이 지속적으로 부진할 경우, 불펜진의 과부하가 걸리고 시즌 막판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선발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팀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LG와 SSG의 양강구도와 함께 중위권 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지난달 28일까지 최하위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하고 3위 두산 베어스부터 9위 키움까지 촘촘한 간격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팀이다. 올 시즌엔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 불펜투수 원종현을 영입하며 우승을 향한 야심을 드러냈다. 비록 시즌 초반부터 투,타의 엇박자로 인해 하위권으로 떨어졌지만 7월28일까지 5위 kt wiz와의 격차는 3.5경기차에 불과했다. 후반기 결과에 따라 충분히 2023시즌 성적을 바꿀 수 있었다.
리빌딩을 선택한 키움, 최원태를 품은 LG
하지만 키움은 현재의 성적 대신 미래를 선택했다. 간판타자 이정후의 부상 후 반등 동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LG와의 '빅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우완 선발투수 최원태를 내주고 LG의 이주형, 김동규,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이 트레이드는 2017시즌, 2020시즌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윈나우-리빌딩 트레이드'였다. 키움은 2017시즌 당시 우승을 노리던 KIA 타이거즈에게 즉시전력감인 마무리투수 김세현과 대주자 유재신을 보내고 좌완 유망주 이승호와 손동욱을 영입했다. KIA는 이후 김세현과 함께 통합우승을 거뒀고 이승호는 키움의 주축 좌완투수로 성장했다.
2020시즌엔 KIA가 1위를 질주하던 NC 다이노스에게 마무리투수 문경찬, 우완 사이드암 박정수를 내주고 장현식, 김태진을 데려왔다. NC도 이후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KIA의 장현식은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윈나우-리빌딩 트레이드'는 KBO리그에서 종종 있던 일이었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한 1위팀과 '리빌딩'을 원하는 하위권팀이 충분히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트레이드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앞선 사례보다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가 포함된 '윈나우-리빌딩 트레이드'였기 때문. 이전에는 모두 선발투수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불펜투수가 트레이드 카드로 나왔다. 다시말해 선발투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의 가치는 매우 크다. 선발투수 한 명이 리그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지난해 SSG는 김광현을 복귀시키면서 통합우승을 이뤄낸 바 있다.
최원태는 두 자릿수 승수를 세 번이나 거둔 검증된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다. 시속 150km를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날카로운 슬라이더, 각 큰 커브, 한국시리즈 경험까지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
이번 최원태의 이동은 2017시즌 KIA, 2020시즌 NC가 각각 김세현, 문경찬을 영입한 것보다 훨씬 큰 충격이다. KBO리그 판도 역시 송두리째 바뀔 수 있기 때문. 실제 LG는 최원태를 얻은 직후 '1강'으로 평가됐다.
LG는 독주 체제 구축, 키움은 최하위로 추락
최원태는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30일 LG 유니폼을 입고 두산 베어스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LG에서도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며 선발진에 안착했다.
LG는 단숨에 선발진 약점을 지웠다. 최원태의 선발 등판 5경기 중 3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물론 지난 25일 경기에서 최원태가 4이닝 11실점(9자책)으로 무너졌지만 잘 던진 경기가 더 많았다. 플럿코, 임찬규 외에 최원태가 가세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LG는 최원태 합류 후 14승8패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승률로 계산하면 0.636에 이른다. 물론 이번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에서 3연패를 기록했지만 9회말 2사 후 2루심에게 타구가 스치는 등 불운이 따른 결과였다. 후반기 초반 선발진 불안으로 5연패에 빠졌던 LG의 모습은 사라졌다.
LG의 경쟁자였던 SSG는 흔들리는 선발진 속에 타선까지 침묵하면서 연패에 빠졌다. LG와 점점 멀어지더니, 지난 19일 kt wiz에게 추월을 당해 2위 자리까지 뺏겼다. LG는 이러한 흐름 속에 2위 kt wiz에 4.5경기차 앞선 1위를 질주 중이다. 비록 주말시리즈를 통해 간격이 좁혀졌으나 트레이드가 있었던 7월말보다 경기수는 줄었고 2위와의 격차는 늘었다.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정규리그 우승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반면 키움은 트레이드 후 6승19패로 무너졌다. 승률은 3할에도 미치지 못한 0.240을 기록했고, 5위와 12경기차로 벌어졌다. 트레이드 전 3.5경기차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키움은 특히 삼성과 자리를 바꾸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삼성에게 5경기차를 앞섰지만 이제 8위로 올라선 삼성에게 4.5경기차를 뒤지고 있다. 트레이드 후 속수무책으로 추락했다. 최원태 이탈 후, 빈 선발진을 채우려고 했으나 정찬헌의 부상 등이 겹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LG에서 영입한 이주형이 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 성적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느 때보다 규모가 컸던 LG와 키움의 '최원태 트레이드'. 정상급 선발투수를 트레이드한 결과는 예상대로 프로야구의 판도를 바꿨다. 한 달 만에 LG는 독주 체제를 구축했고 키움은 최하위로 떨어졌다. '최원태 트레이드'는 2023시즌 KBO리그의 순위경쟁을 뒤흔든 가장 강력한 사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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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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