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나단이 달라졌어요" '잠' 이선균, 날생선 씹어먹는 열정[인터뷰S]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누가 '잠'의 이선균을 보고 '킬링로맨스'의 조나단을 떠올릴 수 있을까. 장르 한계 없이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이선균이 날생선 씹어 먹는 열정, '잠'으로 돌아왔다.
'법쩐', '아주 사적인 동남아', '킬링로맨스'에 이어 '잠'으로 돌아온 배우 이선균. 그는 "분기마다 찾아뵙는 것 같다"면서도 감독들이 자신을 찾는 매력을 묻자 "개봉이 우연히 몰려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 다른 분들도 많이 찾으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선균은 수면 중 온갖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 현수 역을 맡았다.
이선균은 '잠'의 시나리오를 받고 봉준호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며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존경하는 (봉준호) 감독님께서 '유 감독님 훌륭한 친구고, 대본 잘빠졌다'고 칭찬 많이 해줘서 궁금했다"고 답했다.
"10년간 가장 유니크한 공포" 봉준호의 극찬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높아졌으니 그 기대치를 갖고 가야겠다 (생각했다)"며 "촬영해보니 감독님의 칭찬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인감독이면 조급하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게 많을 것 같은데 차분하고 자기가 하려고 하는 걸 명확하게 밀고 가는 힘이 있더라"고 칭찬했다.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잠'으로 봉준호 키즈 유재선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이선균. 공통점에 대해서는 "생김새. 아들 아니냐고 할 정도다"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번에 뉴욕에 가서 '괴물'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트렌드한 유행이나 멋을 부리면 10년 넘어가면 촌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게 멋들어지게 만드는 게 장점인데 유재선 감독도 그런 게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유재선 감독 단편을 보더라도 되게 일상적인데 이상한 코미디가 있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의 장르버전 같은 느낌이다"며 "일상적인 것에 재미를 넣는 재주가 있다. 정확한 콘티대로 찍으려는 것도 있다. 좋은 거 나쁜 거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확한 계획하에 진행하는 것도 닮은 것 같다"며 "유재선 감독한테는 봉준호라는 기준점이 있다 보니까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잠'에서 이선균은 날생선, 날고기, 날계란까지 씹어 먹는 연기 열정을 보여준다. 이를 본 정유미는 "불쌍했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에 이선균은 "내가 볼 땐 걔가 더 불쌍했다. 내가 그러면 그냥 집을 나가지"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감정적으로 세심한 연기는 정유미가 많이 한다. 그래서 난 이 장면만 잘 책임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촉매제가 되는 신이니까 잘하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어릴 때 '고래사냥2'에서 안성기 선배가 생닭 뜯어 먹는 걸 충격적으로 봐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배탈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생선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스태프들이 어떻게 제일 역겹지 않은 걸로 할지 고민을 많이 해줬다. 제작부 친구들이 먹어봤는데 괜찮다고 영상도 찍어 보내주더라. 그때는 이왕 하는 거 기괴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답했다.
현수의 갖은 이상행동으로 수진(정유미)이 고초를 겪기도 한다. 아내가 괴로워하는데 남편이 너무 잘 자는 거 아니냐는 짓궂은 질책에 그는 "그게 너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약간 무딘 캐릭터로 가야되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현수 캐릭터에 감독님이 투영된 게 있는 것 같다"라며 "훨씬 더 다정한 남편을 원하더라. 내가 그런 부부 별로 없다고 했는데도 이상을 투영하는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전혜진과 어떤 부부냐는 물음에는 "친구 같은 부부"라고 답하기도 한 이선균. '남남' 종영 인터뷰에서 전혜진이 남긴 "우리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큰아들 이선균"이라는 발언에 이선균은 "그건 그 사람 입장이고. 말을 아끼겠다"라면서 현실 부부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이어 '잠'에 표현된 결혼 가치관에 대해서 이선균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는 의지 필요하다.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잠'과 '탈출', 두 작품으로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선균은 당시 가족과 함께 간 칸의 기억에 대해 "'잠'을 보고 애들이 굉장히 화를 냈다. 큰아이는 왜 얘기 안 해줬냐고 너무 무서웠다고 울었다고 하더라.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족과 함께 칸에 간 것은 앞으로 없을지 모르는 너무 좋은 경험"이라며 "탈출도 했으니까. '탈출' 갈 때 옷 차려입는 것에 대해서도 맨 처음에는 이런 거 왜 입어야 하냐고 싫어하다가. 들어갈 때 긴장하더라. 좋은 경험 하고 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잠'에 부부로 호흡을 맞춘 이선균과 정유미. 이들은 특별출연까지 하면 5번째 호흡을 맞추는 거라고. 이선균은 '잠'의 선택 이유에 정유미와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며 "홍상수 감독 영화 많이 나왔는데 대중들이 많이 보지는 않아서 '쟤네 처음 하는 것 같을 때 4번째라고?' 할 수도 있다. 연기하면서 너무 좋아서 기회 되면 같이 하자고 얘기했었다"고 답했다.
그는 "다 비슷한 결의 관계라 장기연애를 하던 그들이 결국 결혼으로 골인한 느낌"이라며 "정유미가 평소엔 수줍어 보이지만, 연기할 때 되게 솔직하고 과감하게 한다. 그래서 호흡을 맞추는 게 궁금하기도 하고 재밌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이선균은 '잠'만의 매력에 대해 "어떤 한 장르라고 규정짓기 어려운 복합적인 장르가 일상적인 톤에서 군더더기 없이 나온다. 놀라게 하거나 자극적인 거 없이 장르적인 걸로 스며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며 "거기에 뛰어난 연출가의 등장이 반가운 것 같다. 오랜만에 호흡 맞춘 정유미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선균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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