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아파트 바뀐다]②'반포 상징' 아리팍, 이제 비켜!…다음은?
이달말 입주 원베일리 새 대장주 등극 가능성
반포 신축 메이플자이·디에이치클래스트 줄줄이
"이대로 두면 강남이 평(3.3㎡)당 1억원이 될 판" (2019년 8월 13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한창이던 지난 2019년.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본의 아니게 예언을 하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하면 자칫 강남에서 평당 1억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언급한 것.
하지만 그의 '우려'는 곧장 현실이 됐다. 그의 발언 다음 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95㎡가 23억 9800만원에 거래됐다. 평당 가격으로 9992만원으로 사실상 1억원이 시대가 열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후 아크로리버파크는 지금껏 국내 주요 대단지 아파트 중 평당 가격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래미안퍼스티지·반포자이 이어 아리팍 '왕좌'
서울 반포동은 2010년대 신축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강남을 대표하는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강남권에서 신축 단지는 희소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한강 조망에 편리한 교통·편의시설, 학군 등 입지조건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더해지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반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말 3410가구 규모의 반포자이가 입주를 마무리하면서다. 이어 2009년 7월에는 2444가구의 래미안퍼스티지 입주가 이뤄지면서 두 단지는 강남을 대표하는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간 강남의 대표적인 대장 아파트로는 1980~1990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2000년대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꼽혔다. 하지만 왕좌의 자리는 영원하지 않았다. 래미안퍼스티지는 입주 이듬해인 2010년 국민평형 84㎡ 매매가격이 15억원을 넘어섰다. 반포자이는 13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두 단지 모두 타워팰리스(11억~12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6년 입주한 아크로리버파크는 반포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이 단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리팍'이라고 불리며 단숨에 유명세를 탔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과 고급 커뮤니티를 갖춘 점 등이 부각하며 2019년에는 대단지 아파트 중 최초로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지금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매매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의 평당 시세는 7월 기준 1억 622만원으로 시세총액 50위 내 아파트 단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왕년의 대장 아파트였던 래미안퍼스티지(9719만원)와 반포자이(8895만원) 역시 각각 평당 시세 5, 8위를 기록하며 '신흥 부촌' 반포를 여전히 떠받치고 있다.
이달 원베일리 입주…내년 디에이치클래스트 착공
올해부터 반포의 아파트 지도는 또다시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래미안 원베일리(이하 원베일리)가 아크로리버파크의 아성을 무너뜨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베일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신반포 3차·23차, 경남아파트, 우정에쉐르, 경남상가 등을 통합 재건축해 총 2990가구 규모로 지은 단지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마찬가지로 한강 변에 위치한 데다가 규모도 더 크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새로운 대장 아파트 자리를 꿰찰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단지는 이미 지난달 전용면적 84㎡ 입주권이 45억 9000만원에 팔리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외 거래도 국민평형 입주권이 30억원 후반대에 매매되고 있다. 이는 아크로리버파크의 같은 평형대 매매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원베일리의 경우 입주 초기에는 학군 문제가 다소 걸림돌이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원베일리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오는 2026년까지는 반원초와 잠원초 중 한 곳을 다녀야 한다. 이중 반원초의 경우 원베일리에서 통학하려면 반포대로를 건너야 한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원베일리가 대단지인 데다가 한강변에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격이 가장 높아질 수는 있지만 당장은 학군이 중요한 학부모들에게는 인근 퍼스티지나 아리팍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베일리가 단지 규모나 입지 면에서 더 낫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새 대장주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반포구의 경우 신축이 들어올 때마다 대장 아파트가 바뀌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아리팍은 이제 신축이라기보다는 '준식축' 정도가 됐다"며 "더욱이 원베일리의 경우 아리팍과 마찬가지로 한강뷰인 데다가 도로나 지하철역 접근성은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반포구의 변화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오는 2025년에는 잠원역 인근에 3307가구 규모의 신반포메이플자이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가 착공에 돌입한다. 이 단지의 경우 520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인 데다가 한강을 바로 옆에 두고 있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장주로 여겨진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반포동의 경우 압구정 현대처럼 전통의 대장 아파트가 꾸준히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신흥 부촌답게 신축이 등장할 때마다 대장의 자리가 바뀔 수 있다"며 "앞으로 원베일리가 대장주가 된다면, 수년 뒤에는 또 반포주공 1단지가 재건축해 또다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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