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F 세계선수권 결산] 안세영 비롯한 '황금세대'가 이룬 역대 최고 성적…항저우에서도 '이루리라'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동안 중국의 만리장성과 일본의 후지산 그리고 동남아의 기세에 가려졌던 '배드민턴 코리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28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로열 아레나에서 막을 내렸다. 28회째인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한 해 세계선수권대회 최다인 금메달 3개(여자 단식, 남자 복식, 혼합 복식)를 따냈다. 여자 복식에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친 한국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안세영(21, 삼성생명, 세계 랭킹 1위)은 다시 한번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국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 남녀 단식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방수현은 1993년 결승에 올랐지만 인도네시아의 '국민 영웅' 수지 수산티에 졌다 1995년에는 박성우가 남자 단식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현 국가대표팀 코치인 성지현(32)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등장했지만 2015년 자카르타 대회 동메달에 그쳤다.
쉽게 정복하기 어려운 큰 산으로 여겨졌던 세계 단식 정상은 올해 정복됐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깃발을 꽂은 이는 안세영이었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그는 8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지만 2년 뒤 여자 단식 최강자로 급성장했다.
안세영은 1회전부터 상대들을 손쉽게 꺾고 순항했다. 최대 고비는 전 세계 1위 오쿠하라 노조미(일본, 세계 랭킹 36위)와 맞붙은 8강전이었다. 1세트를 내준 안세영은 전열을 가다듬은 뒤 역전승을 일궈내며 4강에 올랐다.
결승으로 가는 문턱에서 만난 이는 '최대 라이벌'인 천위페이(중국, 세계 랭킹 3위)였다. 천위페이는 2년 전 도쿄 올림픽 8강에서 안세영의 4강 진출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천위페이는 지난해까지 안세영을 상대로 8승 1패를 기록하며 '천적'으로 군림했다.
올해 체력 강화 훈련에 집중한 안세영은 지난해와 비교해 몇 단계 성장했다. 여기에 공격력까지 향상됐고 경기 운영 능력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결점'으로 성장한 안세영은 올해 8개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다. 남녀 단식을 통틀어 올해 안세영보다 많은 금메달을 따낸 이는 없다.
준결승전에서 천위페이를 2-0으로 물리친 안세영은 올해 상대 전적 5승 2패를 기록하며 '천적 징크스'를 깨끗하게 지웠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4번째 우승에 도전한 마린에 완승하며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안세영은 줄곧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물론 금메달에 도전한다"며 각오를 밝혔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정복한 안세영은 남은 목표인 아시안게임 우승에 도전한다.
'복식 강국'이라 불릴 만큼 한국 배드민턴 복식의 전력은 탄탄하다. 애초 여자 단식 안세영과 더불어 유력한 우승 후보로 여자 복식이 거론됐다. 올해 4번이나 우승한 김소영(31, 인천국제공항)-공희용(27, 전북은행) 조와 세계 2위 이소희(29, 인천국제공항)-백하나(23, MG새마을금고) 조는 4강에서 결승 진출을 다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인도네시아의 아프리야니 라하유-시티 파디아 실바 라마단티 조에게 패했다. 4강에서 탈락한 김소영-공희용 조와 8강에서 떨어진 이소희-백하나 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설욕을 노린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최대 수확은 서승재(26, 삼성생명)의 2관왕 등극이다. 서승재는 강민혁(24, 삼성생명)과 출전한 남자 복식에서 우승했다. 또한 채유정(28, 인천국제공항)과 짝을 이룬 혼합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이 열린 27일 서승재는 가장 먼저 열린 혼합 복식에서 채유정과 금메달을 합작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대미를 장식한 남자 복식 결승 무대에 올라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서승재는 '레전드' 박주봉 현 일본 대표팀 감독(1985년, 1991년 세계선수권 2관왕-남자 복식, 혼합 복식 우승)과 김동문(1999년 세계선수권 2관왕 - 남자 복식, 혼합 복식 우승)에 이어 단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배드민턴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 대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스페인 우엘바 대회에서는 여자 복식에서 은메달 1개(이소희-신승찬) 동메달 1개(김소영-공희용)에 그쳤다. 지난해 도쿄 대회에서도 여자 복식에서 은메달 1개(김소영-공희용)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 1개(안세영)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김학범 총감독의 지휘 아래 기량을 갈고 닦은 배드민턴 대표팀은 마침내 '황금세대'로 성장했다. 결승에 오른 3개 종목 선수들은 모두 승자가 되며 역대 최다인 금메달 3개를 쓸어담았다.
김 총감독은 선수들의 빡빡한 일정을 고려해 외박을 거절했다. 오롯이 진천선수촌에서만 구슬땀을 흘린 선수의 노력은 이번 대회에서 큰 선물로 다가왔다.
선수들을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코칭스태프의 지원도 역대 최고 성적에 힘을 보탰다.
물론 개선해야할 과제도 있다. 안세영과 복식 팀들은 훨훨 날았지만 남자 단식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남자 단식에 홀로 참가한 전혁진(28, 요넥스, 세계 랭킹 51위)은 2회전에서 탈락했다.
'배드민턴 강국'으로 발돋움한 한국 선수단은 다음 달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도전한다. 이들은 29일 귀국한 뒤 아시안게임에서 '코펜하겐 영광' 재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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