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했다 하면 '수십 대 1'…청약경쟁률 믿어도 될까?

채신화 2023. 8.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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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경쟁률↑
규제완화에 '일단 넣고보자' 수요도
계약률 깜깜…"가격·공급계획 봐야"

최근 주택 청약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는 추세다.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선 두 자릿수 경쟁률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냉기가 돌던 지방에서도 1순위 청약이 속속 마감되고 있다. 

그러나 '완판' 여부는 안갯속이다. 청약에 당첨됐어도 분양가 부담에 못 이겨 계약을 포기하거나, 재당첨제한이 풀리자 '일단 넣고보자'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분양 계약률이 '깜깜이'인 만큼 주택을 매수할 때 청약 성적 외에도 가격 경쟁력, 공급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간분양아파트 1~8월 평균 청약경쟁률 변화./그래픽=비즈워치

고분양가도 OK… 활짝 갠 청약시장?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24일 기준)까지 서울에서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이 총 2311가구 나온 가운데 17만9209명이 청약해 평균 청약경쟁률 79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8월 총 1433가구 공급에 3만7810명이 청약해 평균 청약경쟁률 43.2대 1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규제 지역 해제, 추첨제 비율 증가 등 각종 청약 관련 규제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들어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매수 심리를 일부 자극했다. 

주요 단지일수록 경쟁이 심했다. 이달 초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88가구 모집에 2만1322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1순위 평균 경쟁률 242대 1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동대문구에서 이어 분양한 '래미안라그란데'도 평균 79대 1의 경쟁률로 1순위를 마감했다. 지난달 용산구에서 분양한 '용산호반써밋에디션'은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 162.7대 1을 기록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수도권 민간분양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2.4 대 1로 전년 동기(9.6대 1)보다 높아졌다. 

특히 경기도에선 국평 분양가가 10억원을 넘겨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들도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경기도 의왕시에서 공급한 '인덕원 퍼스비엘'은 국평 최고 분양가가 10억7900만원, 5월 분양한 광명시 '광명자이더샵포레나'는 최고 10억4550만원 등에 책정됐으나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1대 1, 10.5대 1에 달했다. 

초기분양률도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다. 초기분양률은 30가구 이상 신규 분양아파트의 초기 분양기간(3개월 초과~6개월 이하)에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 수의 비율을 말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국 민간아파트의 초기분양률은 71.6%다. 분양한 100가구 중에 71가구가 초기 분양에 성공했다는 뜻으로 지난 1분기(49.5%)에 비해 22.1%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그래픽=비즈워치

계약까지 이어질까?…"가격·공급량 같이 봐야"

그러나 청약이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청약에 당첨되고서도 분양가 부담 등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초기 분양률(HUG 통계)은 전 분기 98.0%에서 2분기 84.0%로 오히려 떨어졌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3192만75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3.16% 올랐다. 

지방에선 청약 문턱이 낮아진 게 오히려 청약 경쟁률을 밀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21일 일부 수도권 외곽지역의 조정대상 지역을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은 세대원 전원이 5년 이내 당첨 이력이 없어야 하지만 비규제지역은 재당첨 제한이 없다. 

재당첨 제한이 없는 지역은 일단 청약을 했다가 당첨되면 시장 상황에 따라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거나, 포기를 하는 청약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 6월 광주 서구 '상무센트럴자이'의 경우 평당 3000만원에 분양해 초고가 논란을 빚었으나 예상을 깨고 1순위에서 평균 11.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실계약률은 공개되지 않아 '완판' 까지는 거리가 멀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현재 아파트 분양 계약률은 공개 의무가 없는 만큼 주택 매수 땐 청약 경쟁률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공급 계획 등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아직도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 곳곳에서 미분양 물량을 할인 분양하고 있다"며 "재당첨제한에서 자유로운 지역 중 대전, 울산 등 회복세가 나타나는 곳에선 청약 당첨 후 초피 붙여서 되팔려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론 청약 경쟁률이 잘 나오고 있는 듯 하지만 단지별로 실제 계약률은 천지차이"라며 "계약률이 깜깜이긴 때문에 청약경쟁률보다는 분양가가 경쟁력이 있는지, 향후 일대 주택 공급이 얼마나 예정돼 있는지 등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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