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처하는 리더의 자세[목멱칼럼]
2001년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사고를 수습하고 시스템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활용 전략이 큰 몫을 했다. 2003년 미국은 배후국으로 지목된 이라크 120만 명의 군대를 단 26일 만에 제압했다. 그러나 이후 이메일과 휴대전화로 통신하는 알카에다 테러 조직은 전혀 제압되지 않았다. 결국 당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총사령관이며 특수전 전문가인 스탠리 매크리스털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분산, 분권화된 알카에다를 중앙집중과 효율성에 기반을 둔 미군이 상대하기 어렵다.”
알카에다는 바이러스처럼 갑자기 나타나 유행처럼 퍼지고 신속하게 사라졌다. 네트워크로 운영됐으며, 번개처럼 움직였고, 빠르게 학습했다. 미군은 기존의 전략을 버리고 ‘네트워크를 이기려면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전략을 취하게 된다. 첫째, ‘눈으로는 주시하되 손은 떼는 방식’ 즉 현장 지휘관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둘째, 정보전파 범위를 확대하고 공유의식을 강화했다. 종전 소수의 핵심 인력이 매일 30분간 진행하던 화상회의를 27개국 7500명이 참여하는 90분 회의로 확대했다. 셋째, 일일 회의를 통해 정보와 작전이 광범위하게 실시간으로 융합되면서 수천 명의 조직 전체가 더욱 똑똑해지고, 서로 배우게 됐다. 넷째, 일단 임무가 결정되면 조직 전체가 공유된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문화가 형성됐고, 결국 2004년 월 4건에 불과했던 테러 용의자 제거가 2006년 월 300건으로 급증했고, 2008년 알카에다 총책인 일자르카이를 사살하면서 임무를 완수했다.
디지털 시대, 리더의 역할을 외부 변화에 맞게 적응력을 높이고, 자발적으로 상호협력하는 조직문화로 구축한 의미 있는 사례이다. 이 사례는 ‘딜로이트 컨설팅’ 사에서 지은 ‘일의 미래’에 일부 언급된 내용이다.
9.11 테러가 발생한 같은 시각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참관하며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부터 미국이 공격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는 보고 받은 뒤에도 아이들에게 계속 책을 읽어 주다가 약 7분이 지난 후에야 교실을 떠났다. 이후 조사위원회로부터 “왜 7분 동안 교실에 머물렀냐?”는 질문을 받자 부시는 “그 상황에서 바로 격앙된 반응으로 학생들이나 이를 지켜보던 취재진 등을 당황하게 할 수 없어서 태연한 척했다.”고 말했다.
2017년 다보스포럼의 의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 이다. 왕조시대가 아닌 현대사회에서 ‘책임’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범위까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과연 우리 사회는 책임질 권한이 제대로 주어지는 사회인가. 재난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의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대표자, 장관에게 무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오늘날 한 국가 또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대비하고 완벽하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의 규모가 커지고 정책의 양적 규모가 커지는 현실에서 정부의 비효율성도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정책을 만들고 수시로 유연하게 맞춤형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다. 한편으론, ‘눈으로는 주시하되 손을 떼는’ 현장 중심의 권한 위임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행해야 할 때이다. 디지털은 분산과 자율, 분권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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