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지네'…회사채 발 끊고 은행 문 두드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고금리 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은 줄이고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2분기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줄곧 회사채 시장(자산유동화증권 등 포함)은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순상환은 회사채가 발행된 규모보다 상환된 규모가 많은 상태를 뜻한다.
순상환 규모는 4월에는 840억원이었으나 5월 2조3천670억원, 6월 6천630억원, 7월 2조3천690억원으로 6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크게 늘어났다.
이달 순상환 규모도 지난 25일까지 1조8천4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낮은 금리와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지연된 발행 수요가 맞물려 발행시장이 강세였던 1분기와는 대조적 분위기다.
올해 1∼3월 모두 순발행 기조였으며 월평균 약 4조3천억원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회사채 순상환 기조가 지속된 이 기간 은행 대출은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0조3천억원 늘었다. 월별 잔액 증가분은 1분기에는 평균 2조5천억원이었으나 이후 4∼7월에는 평균 3조2천억원으로 늘어났다.
기업들이 자금 조달 창구로 회사채 시장보다 은행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 추이를 보면 올해 3월 하순부터 약 두 달간 연중 최저치(2월 3일 연 3.110%)에 가까운 연 3.20∼3.30%대를 유지하다가 5월 하순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더욱 크게 올랐다.
지난 25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789%로 3.8%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연 3.50%)에서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은 작게 보지만, 연초와 달리 연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사라진 상태다. 즉 지금처럼 높은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금융 안정이 경기보다 선순위'라는 점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이로 미뤄볼 때 향후 통화정책은 중금리 이상의 시기가 길어질 수 있고 내년 2분기에야 최초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은 회사채 시장 발행금리보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채 시장의 발행금리도 크게 오른 만큼, 기업들이 고금리로 2∼3년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하느니 은행에서 1년 만기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끄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1분기에는 강세를 보였던 회사채 발행시장이 1분기 후반부터 미국 은행권 신용도 이슈가 불거지며 소강상태로 진입했는데 이후 금리 변동성도 커지면서 이 상태가 장기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회사채 시장의 조달 여건이 빡빡해지면 자금을 마련할 창구를 다변화하려는 수요가 커져 은행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글로벌 금리가 높은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은행권 조달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업들이 회사채보다 은행 대출을 선호하는 현상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상만 채권파트장도 "통상 9∼10월은 회사채 시장이 계절적으로 활발해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고 이대로 고금리가 이어지면 연말까지도 발행 부진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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