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고 싶다”... ‘기준금리 118%’ 아르헨티나 국채 구입 도전기
13.25% 브라질 금리도 한국보다 10%p 높아
고금리 신흥국 채권 투자 살 수 있을까
지난 14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1%p 올렸다. 21bp(0.21%포인트)가 아니라 21%포인트다. 아르헨티나 금리는 21년 만에 ‘상식 밖 수준’인 118%까지 올랐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 국채를 사면, 아르헨티나가 부도를 내지만 않는다면 연 100%의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닐까. 디폴트(채무불이행)만 9번을 낸 ‘문제아 국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도박이 아닐까 싶었다. 채권 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채권 투자는 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곧장 해외 채권을 판매한다는 증권사 지점으로 향했다.
지난 2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NH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북센터를 방문했다. 센터는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외화 채권 중개 마감 시간 오후 3시가 다가와 마음이 조급해졌다. 바로 NH투자증권 프리미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아르헨티나 채권을 찾는다는 말에 증권사 관계자는 “아르헨티나 채권이요? 조회해 봤는데 그런 건 없어요”라는 답을 내놨다. 아르헨티나 채권을 찾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듯한 눈치였다. 기자가 정말 없냐고 되묻자 그는 5분간 자리를 비운 뒤 나타나 “아르헨티나 채권은 중개도 불가한 상품으로 나온다”며 “신흥국 채권을 찾는 것이라면 브라질 외화 채권은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증권사를 통해 해외 채권을 매수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취급하는 국채는 대부분 증권사가 엇비슷하고, 다양하지 않았다. 다른 증권사를 방문하고 전화로도 수소문해 봤지만, 아르헨티나 채권을 살 수 있는 증권사는 없었다. 고위험 투자 상품인 데다가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도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르헨티나 채권은 초위험 자산이라 실제로 투자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전액 손실까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자산이라 개인이 투자하는 대중적인 상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B증권 관계자도 “아르헨티나 채권을 판매하는 증권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 증권사를 통해 아르헨티나 채권을 매수하는 방법도 없었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이나 온라인 증권사 TD아메리트레이드(TD Ameritrade)를 통해 계좌를 만들어 아르헨티나 국채를 매수한다. 그러나 국내 거주자는 찰스 슈왑 계좌를 개설할 수 없으며 TD아메리트레이드에서도 은행 대용으로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내 투자자는 국내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를 통해 외화증권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KB증권 한 관계자가 “아마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서 즉시 확인했다. 미국 증시에 아르헨티나 ETF가 상장해 있는 것은 맞는데, 문제는 주식형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ETF는 ‘글로벌×MSCI 아르헨티나ETF’와 ‘아이쉐어즈MSCI아르헨티나&글로벌엑스포저ETF’가 있다. 두 상품은 2020년 1월에 초 저점을 찍고 급등락을 반복 중이지만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20년 1월 2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약 3년 반 동안 ‘글로벌×MSCI 아르헨티나ETF’는 74.02% 상승했고 ‘아이쉐어즈MSCI아르헨티나&글로벌엑스포저ETF’는 15.04% 올랐다.
왜 이렇게 올랐을까. 주식은 채권과 다르다는 점이 실감 났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은 결국 기대감”이라며 “지금 경제 상황은 좋지 않지만 앞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주가는 오를 수 있다”면서 “과거 오랜 기간 안 좋았다는 점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고,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버블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에, 아예 방향을 틀어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취급이 가능한 브라질 채권이라도 사보기로 결정했다. 브라질 채권을 살 수 있다는 NH농협금융플러스 광화문역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24일 오후 2시 기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라질 3개월 채권 수익률은 연 13.780%로 브라질 기준금리 13.25%보다 높은 수준이다. 브라질 10년 채권 수익률은 연 11.05%다.
센터에 입장하자마자 해외 채권 상담을 요청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채권과 브라질 채권을 매수할 수 있도록 중개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계좌만 있으면 매 영업일 오전 9시 15분에서 오후 2시 사이 매수를 할 수 있다. 계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만들 수 있다. 다만 지점에서 직접 계좌를 열 경우 주식 거래를 할 때 10배 정도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말에 NH투자증권 애플리케이션(앱) ‘나무증권’을 통해 계좌를 개설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은 신분증과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만 있으면 가능하다. 나무증권 앱에서 브라질 채권 금리 조회가 가능했다. ‘브라질국채이표채 33년 10′ (10.65%), ‘브라질국채이표채 27년 10′ (9.79%), ‘브라질국채이표채 25년 10′ (9.98%) 등이 있었다. 브라질 채권은 달러나 브라질 통화인 헤알로 환전하지 않고 원화로도 매수가 가능하다. 세 상품은 브라질 통화 가치 변동에 따라 원금손실이나 추가수익이 발생하는 브라질 헤알화(BRL) 표시 채권이다. 해외채권에 원화로 투자할 경우 해당 채권이 지급하는 원금과 이자가 동일하더라도 헤알화 가치가 올라가면 투자자가 받는 원화 기준 원리금도 늘어날 수 있다. 헤알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이날 272.02원까지 올랐다. 원·헤알 환율 192.52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2021년 3월 12일에 비해 약 50% 상승했다. 화면에 구매하고 싶은 채권 상품을 선택하고 우측 하단에 채권매수 버튼을 누르면 오후 2시 이전까지 당일 매수가 가능하다. 오후 2시가 지나 이날 채권 매수에는 실패했다.
지난 6월 10.85% 수익률을 기록한 브라질 10년물 국채에도 투자자들이 몰렸다. 투자자들은 기준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해외 채권에 투자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올해 1월 2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 채권 순매수 금액은 6억8840만달러(약9092억원)로 집계됐다. 당시 기준금리 13.75%를 유지하고 있던 브라질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 기준금리는 13.25%로 지난 2일(현지 시각) 3년 만에 50bp 인하됐다.
신흥국 채권 투자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큰 손실에 대한 위험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NH투자증권이 중개하는 브라질 채권의 신용등급은 ‘BB-’다. 투자 등급도 가장 위험한 1등급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채권마다 위험 수준이 달라 신용 등급이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국고채 신용등급 AA-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4년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손실을 봤다. 2016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인 ‘Ba2′로 강등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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