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 고약한 냄새지만 괜찮아...두산·SK·현대차도 주목하는 ‘이 물질’
현대차는 최근 ‘액화암모니아’의 기술 실증에 나섰다. 호주에서 수입한 액화암모니아를 들여와 다시 수소 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를 추출하는 ‘크래킹 기술’의 실증에 나선 것이다. 크래킹이란 수소와 질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NH₃)를 고온에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모델 ‘넥쏘’를 앞세워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구기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 선임연구원은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산업통신자원부와 에기연 후원으로 열린 ‘제3회 그린암모니아 국제컨퍼런스’에서 “에기연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현대차 등이 협력해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 등을 적용해 수소를 분해해 하는 실증 작업을 완료했다”며 “앞으로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 등과도 협력해 크래킹 기술을 활용해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는 실증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질소와 수소 화합물인 암모니아가 최근 인류를 구할 재생에너지 운반책으로 떠올랐다. 한때는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농업 혁명을 일으킨 물질이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탈(脫)탄소 숙제를 풀 수단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수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운반·도입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그린암모니아’를 주목하면서다. 그린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제조한 암모니아를 말한다.
암모니아는 기존 전세계 공급망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가장 효과적인 해외 수소 저장·운송 수단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이 합성과 분해 기술이다. 과학계는 최근 ‘저온·저압’ 기술을 활용한 암모니아의 합성과 분해 기술에 주목한다.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같은 국가들도 저마다의 정책을 세우고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수소 운반책 암모니아 ‘합성’과 ‘분해’ 기술 주목
질소와 수소로 이뤄진 암모니아(NH₃)는 최근 한 세기간 비료, 섬유 세탁, 제약과 같은 화학 산업에서 혁신 화학 원료 중 하나로 꼽혀왔다. 1908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고온·고압의 조건에서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키는 암모니아 합성법인 ‘하버 보쉬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해 질소 비료에 들어가는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해 인류 식량문화를 해결할 수 있었다.
과거 비료에 주로 쓰이던 암모니아는 최근 같은 부피에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수소 운반체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 배출을 하지 않아 기후위기 난제를 극복할 대안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암모니아가 수소의 주요 운반책으로 떠오른 이유는 화학기호를 통해 알 수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가 화학 반응으로 합성되는 물질이다. 암모니아를 크래킹(분해)하게 되면 수소와 질소가 발생하는데, 이 질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남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되는 수소는 그 자체로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운반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수소는 기체 자체로는 부피도 크고 폭발 위험이 있어 영하 253도가량의 극저온에서 액화된다. 이 액화수소 운반·저장 비용이 비싸다. 반면 암모니아는 액화수소 형태로 운반하고 보관하는 것보다 비용을 약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영하 33도 가량에서도 액체 상태로 운반·저장·보관이 용이하다. 액화암모니아가 액화수소보다 수소를 최대 1.5~2배 더 저장할 수 있다. 수소에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다시 암모니아를 수소로 크래킹(분해)하더라도 1㎏당 생산 비용은 절감된다.
새로운 암모니아의 합성과 분해 기술은 과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최근 과학자들은 하버 보쉬법의 한계를 극복한 저온·저압 방식의 암모니아 합성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화석 연료에서 생산한 수소와 공기의 질소를 고온·고압에서 반응시켜 생산돼 많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에너지 소모가 극심하다. 저온·저압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암모니아 친환경 공정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유다.
소재 분야에 세계적 석학인 도쿄공업대의 호소노 히데오 명예 교수는 “온화한 조건(낮은 온도와 낮은 기압)에서 탄소 배출량이 없는 수소를 사용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것은 화학 분야에서 가장 큰 과제”라며 “그간 암모니아 저온·저압 합성에는 주로 성능이 우수하고 값비싼 루테늄(Ru) 촉매가 사용됐지만 수소 ‘피독(Poisoning) 현상’으로 질소 활성화가 억제되는 문제, 가격이 비싼 한계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소노 교수는 “최근 기술은 암모니아를 합성할 때 에너지가 적게 드는 저온, 저압 환경을 구현하고 질소 활성화를 위한 화학적 견고함을 지닌 친환경 대안의 촉매제로 고성능 암모니아 합성용 촉매제가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소노 교수팀은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니켈(Ni) 나노입자와 결합된 질화란타늄(LaN)을 사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법을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저온·저압 조건에서 암모니아 합성을 위한 고성능 촉매제를 개발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와 화학과 김형준 교수는 알칼리 토금속 조촉매의 작동 기작 규명을 통해 저온·저압 조건에서도 높은 암모니아 합성 활성을 갖는 고성능 촉매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공동연구팀은 산화마그네슘 촉매 지지체 위 산화바륨 조촉매와 루테늄 촉매의 계면 구조가 체계적으로 조절되는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연구에서 사용하지 않은 다양한 계면 분석법과 계산을 병행해 촉매를 분석한 결과, 산화바륨의 촉매 활성 증진 효과가 루테늄 위에 수소가 흡착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의 알칼리·알칼리 토금속 조촉매의 작동 메커니즘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던 새로운 개념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 또 100시간 동안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며 경제적인 촉매 전구체를 사용, 단순한 공정을 통해 합성됐기 때문에 상용화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윤형철 한국에너지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연료실장은 이 기술을 소개하며 “현재도 카이스트가 관련 촉매제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기존 1세대를 지나 암모니아 합성 및 생산 기술에 있어 저비용, 저에너지의 2세대, 3세대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저온 저압의 차세대 혁신 촉매제 기술 개발이 지속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소 운반책 암모니아... 전 세계도 선점 주력
세계 각국은 암모니아를 지배하는 곳이 ‘수소경제’ 패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 그린 암모니아는 석유와는 다르다. 기술 선점이 곧 자원 선점이나 다름없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 생산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스마트 도시 ‘네옴(NEOM)시티’에는 태양열과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연간 약 120만t의 그린암모니아를 제조하는 공장이 들어선다. 생산된 그린 암모니아는 세계 각국으로 운송된 후, 암모니아 분해 기술을 통해 다시 수소로 정제돼 사용된다.
오는 2028년에 시작되는 호주 아시아 재생에너지 허브(AREH)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네옴프로젝트보다 시기는 늦지만, 훨씬 더 규모로 생산될 예정이다. 세계 5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영국의 BP까지 호주의 그린암모니아 사업에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2010년 발표한 탄소중립 전략을 통해 오는 2050년 전력 수요의 10%를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발전용 석탄 20%를 암모니아로 대체하는 단기 목표까지 제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구체화한 로드맵에서 2050년 3000만톤의 암모니아 발전 연료 사용량까지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직접 생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와 과학계, 기업들이 암모니아를 활용해 수소를 운반·합성·분해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등 18곳을 모아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발족하기도 했다. 국내 기술로 저가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해 운송과 선박 연료로 활용하고, 그린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공급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롯데케미칼, LG화학, 현대차 등 각 기업들도 암모니아 합성·분해 기술 도입에 분주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전력기술·삼성물산과 그린 암모니아 혼소(혼합연소) 발전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LG화학은 생산된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고 촉매를 개발하는 등 청정수소의 상용화를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도 수소와 암모니아 도입 및 생산·저장, 운송·활용 등 전체 밸류체인 구축 추진에 나섰다. 이 외 SK E&S, 남해화학,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글로벌 등도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그린암모니아 도입이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한 연구자는 “화학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그린수소를 만들 그린암모니아 합성과 분열 기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암모니아 혼소(2종류 이상의 연료를 연소)발전이 주를 이루며, 청정수소를 위한 암모니아 기술 상용화는 갈 길이 멀다”면서 “여기에 암모니아를 생산, 수송과 보관하기 위해서는 석탄과 비슷한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막대한 비용 부담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0) DOI: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0-2464-9
Royal society of chemistry(2023) DOI: https://pubs.rsc.org/en/content/articlelanding/2023/FD/D3FD0004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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