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대표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주민규, 0.1%의 미약한 기대…현실로 만들어질까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 한 번 정도는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어도 이상하지 않은 주민규(33)에게 0.1%의 가능성은 현실이 될까.
주민규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8라운드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두 골을 넣었다.
시점도 딱 맞았다. 전반 9분 일류첸코에게 실점하며 끌려갔고 그대로 후반으로 들어왔다. 이규성, 마틴 아담이 들어와 공격 연계가 살아났고 19분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골망을 흔들었다. 바코가 시도한 슈팅이 최철원 골키퍼에게 맞고 나오자, 수비 사이에서 뛰어 들어와 그대로 골을 터뜨렸다.
지난 7월 8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1라운드 선제 결승골 이후 터진 골이었다. 탄력을 받은 주민규는 23분 설영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끝에서 패스한 볼을 중앙에서 바로 오른발 슈팅해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위치 선정과 결단력이 돋보인 슈팅이었다. 서울이 주민규의 첫 골이 터진 뒤 수비수 권완규를 긴급 투입해 변화를 주던 시점이었다.
물론 경기 끝까지 집중력이 유지되지 못했던 울산이었고 종료 직전 윌리안의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을 내주며 다가왔던 승점 3점을 떠나보냈다. 이 실점만 없었다면 경기 수훈갑은 단연 주민규였다.
마침 경기장에는 차두리 축구대표팀 어드바이저가 관전 중이었다. 28일 오후 발표 예정인 9월 A매치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원정 경기 2연전 명단을 가리기 위한 작업으로 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현장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자택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원격 재택근무 중이었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 경기를 실시간이든 녹화든 다 확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최근 국내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업무에 대한 문화 차이를 언급하며 치밀하고 꼼꼼하게 살피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두 골을 넣은 주민규는 13골로 티아고(대전 하나시티즌)와 득점 공동 1위가 됐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따지면 똑같이 26경기에 출전해 주민규가 13골 1도움, 티아고가 13골 3도움으로 공격 포인트에서는 앞서지만, 슈팅 수가 모두 48개로 똑같고 유효 슈팅 수에서 각각 32개, 24개로 갈렸다. 골문 안으로 향하는 슈팅이 주민규가 더 많았다.
보통 A대표팀은 현시점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뽑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외는 감독의 전술, 전략을 잘 이행하는 선수다. 주민규는 전자에 속하지만, 지난 6월 A매치 2연전에서는 부름받지 못했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제외였다. 당시는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 오현규(셀틱) 3명이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현재는 조규성, 오현규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회복이 얼마나 됐는지가 관건이지만, 대표팀 합류 시점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다. 황의조는 아직 프리미어리그 데뷔도 하지 못하고 벤치 경험을 쌓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선수 득점 1위이자 전체 1위인 주민규에게 시선이 쏠리게 된다. 주민규 다음으로 가장 많이 넣은 국내 선수는 나상호(FC서울)로 11골이다. 두 명만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당장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활용 가능한 자원이지만, 운명은 알기 어렵다. 이미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 숱하게 거론됐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2013년 고양 Hi FC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고 서울 이랜드FC, 상주 상무를 거쳐 울산과 제주 유나이티드를 지나 올해 다시 울산과 인연을 맺은 주민규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2021년에는 22골로 득점왕에도 올랐다. 분명 국내 최강 공격수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대표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오히려 울산 팬들이 주민규에게 응원과 위로의 문자를 쏟아내는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리그 우승을 맛보고 싶은 주민규다. 그는 "오랜만에 득점했고 컨디션이 괜찮았다. 다만 이전 팀(제주)과 다르게 한 경기 나가고, 다음 경기에 쉬어서 리듬이 다르다. 그런 부분도 충분히 이겨내고 있지 않나 싶다"라며 마틴 아담과 선발 분배, 선수단 이원화를 잘 견뎌 나가고 있음을 전했다.
클린스만호 승선 기대와 욕심은 없을까. 그는 "솔직히 0.1% 기대한다"라며 미약한 기대를 보였다. 이해되는 확률이다. 늘 거론되고 좌절이 이어졌으니 기대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는 "그동안 너무 상처받았다. 그 부분은 마음을 비워놓고 차분하게 기다린다.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되든 안 되든 말이다. 안 되면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야 한다. (홍명보) 감독 밑에서 좋은 선수들과 성장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라며 대표팀보다 울산의 2연속이자 자신의 첫 K리그1 우승에 골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팀 9월 A매치 명단은 이날 오후 1시에 공개된다. 16시간의 시차가 있는 LA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어떤 명단을 내놓을지, 흥미로운 기다림의 시간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