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킹달러'… 변동성 커진 원화값에 고심 커진 한은

강한빛 기자 2023. 8. 2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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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차이나 리스크에 출렁이는 한국號④] 미국에 치이고 중국에 멈칫… 이창용의 선택은

[편집자주]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부동산 위기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장기적인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당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중국의 경제 불안감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회복세에도 걸림돌이다. 한국 증시에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드리웠다는 우려 역시 여전하다. 중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는 어디로 향할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8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기사 게재 순서
①韓 경제, 하반기 경기 반등 안갯속 올해 성장률 더 낮아지나
②주도주 공백 국내증시… 리서치센터 진단은? "반도체 여전히 매력적"
'차이나 엑소더스' 가속화… '마이너스 수익률' 중학개미의 비명
다시 돌아온 '킹달러'… 변동성 커진 원화값에 고심 커진 한은
⑤환율 뛰면 돈 번다?… 다시 주목받는 달러보험의 두 얼굴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이후 8월까지 5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경기 둔화,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물론 2%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 원/달러 환율 상승세, 급증한 가계대출은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되고 있지만 최근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변수로 떠오르자 한은은 관망을 택하며 호흡 고르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예견된 동결… 중국·미국에 고민하는 한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묶었다. 올 2월, 4월, 5월, 7월에 이어 8월까지 5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1.4%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2.2%로 제시했다. 지난 5월(2.3%)보다 0.1%포인트 내려 잡은 수치다.

예견된 선택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집계되며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인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 금융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올려 리스크(위험)를 떠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 상황도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경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중국경제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고 원화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당장 중국발 금융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추후 중국 경기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장이 확대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지난 21일 자국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내리며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시장의 기대엔 못 미쳤다는 평가 속에 위안화 가치가 16년 만에 곤두박질쳤다.

중국 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포치'(달러당 7위안 돌파)엔 일찍이 금이 갔고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위안까지 올랐다. 문제는 한국은 대중 의존도가 커 위안화 가치에 원화가 동조한다는 점이다. 국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 수준으로 미국(15%)의 두 배, 일본(6.0%)의 5배에 달한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이미 달러당 7.3위안은 뚫렸고 7.4위안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된다면 한은의 고민이 더욱 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최근 '중국경제 상황반' 가동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중국 부동산 문제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고조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발 경제 위기가 한국의 경제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환율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험이 국내까지 전이될 가능성은 낮지만 환율이나 안전자산 선호도와 같은 측면에서 증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중국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기준 1343원을 터치하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하반기 환율 전망도 심상치 않다. 메리츠증권은 3분기 환율 전망을 1280원에서 1360원으로 올려 잡았다. 4분기는 3분기보다 낮지만 기존 1250원에서 1300원으로 높였다. 한국투자증권도 3분기 환율 전망을 1280원에서 1300원으로, 4분기 환율 전망은 1250원에서 1270원으로 각각 끌어 올렸다.


한은의 셈법은… "9월까진 가봐야"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이 예고되면서 한은의 시선은 다음달로 향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2%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인한 자본 유출 등 부작용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미국 금리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이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미국이 다시 금리를 올린다면 한국이 지금의 기준금리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냐"는 홍영표(더불어민주당·인천 부평구을) 의원의 질문에 "당장의 격차보다는 9월에 미 연준이 앞으로 정할 금리 방향성과 그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3.75%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연내 한 차례(0.2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등 단 두 차례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시장 불확실성이 커 한은이 포지션을 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데다 중국발 리스크, 원/달러 환율 등 변수까지 늘어 9월까지 가야 향후 금리 방향성이 나올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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