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세월 흘러도 변치 않는 ‘풍자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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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핵무기 개발 수장이었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에 관한 영화가 개봉됐다.
그가 1971년 발표한 '파란 많은 세상'은 밥 딜런을 대표하는 히트곡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을 번안한 곡으로, 원곡과 달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노래로서 당시 대학가에서 많이 불렸다.
이후 그는 대전시 유성구에 은둔하며 시골 공회당에서 노래운동을 하다 1977년 '가는 세월'이 히트하면서 복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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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핵무기 개발 수장이었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에 관한 영화가 개봉됐다. 나중에 오펜하이머는 핵 위험성을 알리며 반전(反戰)운동을 해 주목받았는데, 이때 팝음악계에선 가수 밥 딜런이 반전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분위기는 국내에도 전해져 ‘한국의 밥 딜런’이 등장했다. 그가 바로 서유석이다.
서유석은 군사정권하에서 한국의 암울한 상황을 시적으로 노래해 ‘가요계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70년대 한국 포크계 3인방은 김민기·서유석·한대수였고 그중 서유석은 당시 정치·사회 현실을 풍자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가 1971년 발표한 ‘파란 많은 세상’은 밥 딜런을 대표하는 히트곡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을 번안한 곡으로, 원곡과 달리 한국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노래로서 당시 대학가에서 많이 불렸다.
“학교 앞에 책방은 하나요, 대폿집은 열이요, 이것이 우리 대학가래요/ 학교 앞에 책방은 하나요, 양장점은 열이요, 이거 정말 되겠습니까. (중략)/ 새야 새야 참새 떼야 말 많은 새야 매연가스에 쫓겨 가다니요/ 밤이 되면 짧은 치마의 주정뱅이들 연탄가스에 조심하라고요/ 명동거리 걸어가는 아가씨 마음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요/ 아, 내 친구야 묻덜 말라 너도 몰라 나도 몰라요.”
노랫말을 보면 지금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은 결국 역사를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흥미롭게도 역사 속에서 사회비판적인 활동을 해온 사람들은 정권을 잡은 집단의 정책과 반목해 탄압을 받곤 했는데, 서유석도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다 소련 스파이로 몰려 고초를 겪은 오펜하이머와 유사한 일을 겪었다. 그는 1974년 TBC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 디스크자키(DJ)로 활동하던 어느 날, 베트남전 파병을 비판하는 미국 언론기사를 소개한 일이 있다. 이 사건으로 정보기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방송 출연을 금지당했다. 이후 그는 대전시 유성구에 은둔하며 시골 공회당에서 노래운동을 하다 1977년 ‘가는 세월’이 히트하면서 복귀할 수 있었다.
인간은 살면서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타고난 유전자를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서유석은 2015년에 2030세대를 향한 노래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를 발표했는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특유의 사회 풍자와 반골 기질은 아마도 타고난 것이 아닌가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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